미국의 45대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입니다. 미국 대통령 선거가 있고 벌써 일주일이 지났지만 여전히 잘 믿기지 않습니다. “설마 되겠어?”라는 마음으로 그동안 트럼프 당선자의 공약을 거들떠보지 않았는데요. 막상 글을 쓰려니 “공부 좀 해둘 걸…”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어쨌든 우리는 이제부터라도 트럼프를 탐구해야 합니다. 국제 외교, 경제에 있어 미 대통령의 영향력은 막강하기 때문이죠. 앞으로의 4년, 혹시 모를 8년을 대비하기 위해 가장 먼저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그의 ‘공약’을 살펴보는 것입니다. 지금부터 트럼프의 주요 공약과 그 실천 가능성을 함께 따져보겠습니다.
1. 불법 이민자를 추방하고 멕시코에 국경 장벽을 세운다
트럼프는 당선 전부터 불법 이민자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을 수차례 보였습니다. 그는 미국과 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설치하고 1,100만 명으로 추정되는 불법 이민자 모두를 추방하겠다고 이야기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국경에는 ‘울타리’를 설치하고 불법 이민자 추방은 200~300만 명가량만 진행하겠다"고 말을 바꿨는데요. 여론 악화를 우려해 공약의 수위를 낮춘 듯합니다.
사실 200~300만 명만 해도 엄청난 수입니다. 오바마 행정부가 지난 두 번의 임기 동안 추방한 이민자 수와 맞먹는데요. 의회 또한 불법 이민자 추방에 들어갈 대규모 예산 집행을 부담스러워 하고 있어 트럼프가 공언한 대로 불법 이민자들이 고국으로 돌아가게 될지는 미지수입니다.
2. 무슬림 입국을 금지한다.
트럼프는 모든 무슬림 및 테러 관련 국가로부터의 이민을 중단하고, 무슬림의 입국을 금지하겠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지난해 12월 공화당 대선 경선 당시 트럼프가 성명을 내 이 내용을 언급했을 때는 정말 엄청난 논란이 있었죠. 그의 발언이 인종차별적이고 외국인 혐오를 조장한다는 여론의 비난이 쏟아졌습니다.
그냥 투정이었던 걸까요? 트럼프는 공화당 대선 후보로 지명된 이후 무슬림 입국 금지에 대해 유보적인 태도를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무슬림 입금 금지는 하나의 제안이었을 뿐이고, 무슬림을 특정한 것이 아니라 테러리즘과 연계된 나라에서 오는 사람들의 이민을 막아야 한다는 취지로 이야기했을 뿐이라는 것이죠.
사실 이 문제는 트럼프 혼자 결정한다고 될 문제는 아닙니다. 무슬림 입국금지를 비롯해 이민자 적대 정책이 헌법에 어긋나거나 현행법과 충돌할 여지가 많다는 것이 법률 전문가들의 설명인데요. 트럼프가 과연 공약을 실천할 수 있을지 조금 더 지켜봐야겠습니다.
3. 오바마케어를 폐지한다.
오바마 대통령의 최대 업적으로 평가 받는 건강보험법 개혁, 이른바 ‘오바마케어’, 트럼프에게는 그저 ‘재앙’일 뿐입니다. 트럼프는 의료 보험금 인상 등을 이유로 오바마케어를 맹비난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물론 오바마케어의 폐지를 약속하기도 했죠.
그런 그가 지난 11일 오바마 대통령을 만난 이후 입장을 바꿨습니다. 오바마케어의 일부 조항을 존속하는 방안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건데요. 오바마 대통령과 트럼프 당선자가 만날 당시 오바마 대통령이 오바마케어의 일부 조항을 유지해달라고 직접 요청했다고 합니다. 이에 따라 트럼프 당선자 측은 26세 이하 청년층이 부모가 가입한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조항, 이전 건강상태를 이유로 보험 적용을 거부할 수 없도록 제한하는 조항 등의 유지를 검토할 예정입니다.
4.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을 인상한다.
트럼프는 한국과 일본 등 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국가에 언짢은 기색을 보여왔습니다. 한국과 일본이 충분한 방위비 분담금을 내지 않고 있다는 것이 그 이유였는데요. 이른바 ‘안보무임승차론’이죠. 트럼프는 한국과 일본이 더 많은 분담금을 내지 않을 경우 미군을 철수하는 것도 고려하겠다고 이야기한 바 있습니다.
당선인이 된 지금, 트럼프는 후보일 때와는 사뭇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트럼프는 지난 10일 박근혜 대통령과의 첫 전화 통화에서 미국과 한국의 동맹이 굳건하다는 입장을 재확인했습니다.
"미국은 한국을 방어하기 위해 굳건하고 강력한 방위 태세를 유지할 것이며 흔들리지 않고 한국과 미국의 안전을 위해 끝까지 함께할 것이다.”
공약은 그저 선거용일 뿐인 건가요? 트럼프는 대통령 당선 이후 본인이 이야기한 공약들을 슬쩍슬쩍 주워 담고 있습니다. 하지만 트럼프가 유일하게 주워 담지 않는 분야가 있습니다. 바로 경제 관련 공약입니다. ‘보호무역주의'로 대표되는 그의 경제 정책은 임기 시작부터 속도를 낼 전망인데요. 다음 글에서는 트럼프의 경제 정책에 관해 본격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