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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자의 호모포비아

호모소셜한 '남성 연대'가 있다면 그 반대편에 호모소셜한 '여성 연대'도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호모소셜한 여성 연대는 성립하지 않는다. 사회에서 여성은 남성에 귀속됨으로 구성원이 되기 때문이다. 때문에 여성의 관계는 서로 남성을 두고 겨루는 라이벌로만 존재한다. -우에노 치즈코의 '여성혐오를 혐오한다' 中

女: 남자에게 상처받아 레즈비언이 된 건 아닐까.

Photo by nathan dumlao on unsplash Photo by Nathan Dumlao on Unsplash

Q. 레즈비언을 보면 남자에게 크게 상처 입었던 사람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A : 저 여자 봐봐, 남자인 줄 알았어. 머리랑 옷차림이 완전 남자같아.
B : 레즈비언인가?
A : 그러게 여고 다닐 때 생각난다. 그때 저러고 다니는 애들 많았는데.
B : 근데 저렇게 남자처럼 하고 다니지만, 정작 남자한테 상처 받아서 그러는 것처럼 보여.
A : 맞아. 그런 레즈들이 꽤 많을 것 같지 않아?

레즈비언하면 어떤 생각이 떠오르시나요?

여중, 여고를 다녔다면 짧은 머리에 보이쉬한 모습을 한 친구들을 주로 레즈비언이라고 떠올리지 않나요? 남자들이 없는 여자만의 세계에서는 육체적 힘이 필요한 일이나 리더쉽이 필요한 직책도 모두 여자가 맡게 됩니다. 여학교에서 씩씩하고 ‘남자다운’ 모습을 보이거나 재미있는 소녀가 여성들 사이에서 인기를 얻는 이유입니다. 그리고 바로 우리가 레즈비언을 떠올릴 때의 이미지이기도 하죠.

하지만 사실 이런 외형이 레즈비언을 나타내진 않습니다. 레즈비언은 단순하게 여성 젠더로 같은 여성 젠더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말하죠. 레즈비언이라면 애초에 남성 젠더를 좋아한 적도 없는 겁니다. 그런데 왜 위의 대화와 같은 편견이 나타날까요?

앞선 호모포비아 파트의 글에서(男 : 게이 그거 X꼬충 아니야?) 보면 우에노 치즈코는 호모포비아는 호모소셜한 사회에서 ‘진짜 남성’이자 ‘삽입하는 자’로서의 지위를 빼앗길 수 있다는 공포로 본다는 걸 설명했습니다. 그 설명에 따라본다면 게이의 경우에는 쉽게 설명이 되죠. 반면에 레즈비언은 호모소셜에서 어떤 존재로 인식 되는지, 조금 더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에노 치즈코의 <여성혐오를 혐오한다>에 나온 여학교에 대한 사회적 실험결과를 따라가 보면 그 힌트가 보입니다. 대상 학교는 여학교에서 남녀공학으로 바뀐 학교입니다. 연구를 따라가 보겠습니다.

여자는 여장을 통해 여성이 된다

우에노 치즈코의 <여성혐오를 혐오한다>에 실린 시라이 유코씨의 연구에 따르면 여학교에서는 통학길에 교복 스커트를 입고 교실에서는 체육복 바지로 갈아입는 관행이 있었다고 합니다. 스커트는 가장 잘 알려진, 여성성을 나타나는 기호입니다. 남자는 스커트가 선택의 대상이 아니지만, 여성은 스커트와 바지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학생들은 여학교일 때는 학교밖에서만, 그러니까 남성이 있는 공간에서만 스커트를 입었습니다. 그러나 남녀공학으로 바뀐 후, 여학생들은 통학길과 학내에서 모두 스커트를 입었습니다.

우에노 치즈코는 이 현상을 두고 ‘여장’ 한다고 표현합니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요?

“여자들은 남자가 있는 곳에서 여자가 어떤 식으로 행동하는지와, 여자들만 있는 곳에서 여자가 어떤 식으로 행동하는지의 차이를 알고 있다. “

우에노 치즈코, 여성혐오를 혐오하다

여학교일 때엔, 여학교내에서 보이쉬하거나, 리더쉽을 보이는 학생들이 같은 여성들에게 인기가 많았습니다. 우두머리가 되기도 했죠. 그러나 공학이 되고 난 이후에는 여학생들은 여장을 선택한 겁니다. 이는 남학생들과 비교하면 더 극명하게 차이납니다. 남학생들은 남학교일때도 가장 싸움을 잘하고, 잘 나가는 학생들이 우두머리가 됩니다. 공학으로 바뀐다고 해서 행동이 바뀌지 않습니다. 여전히 가장 잘 나가는 남학생이 인기가 많으니까요.

이는 호모소셜화된 사회에서 동성간의 줄 세우기가 남성과 여성에게 어떻게 다르게 작용하는지 명확하게 보여줍니다. 왜 그럴까요? 경제학적으로 생각한다면, 여성들이 여장을 하는 건, 여장이라는 선택지가 더 많은 이익을 가져다 주기 때문에 그런 거겠죠. 다시 말해 남성으로 부터 받는 이익이, 여성으로 부터 받는 이익보다 큰 겁니다. 남성이 더 많은 것(경제적, 사회적, 정치적 자산을) 갖고 있으니까요. 우리사회에서 자주 쓰이는 말들을 통해서 더 자세히 알아봅시다.

  • 좀 여성스러워야 시집가지 않겠어?
  • 여자는 결혼을 잘해야해!

위와 같은 발언이 곧 잘 쓰이는 건, 결국 이 사회에선 여자는 능력있는 남성에게 선택받는 것이 가장 성공적인 선택지이기 때문입니다. ‘남성에게 인정 받는 여자’가 되기 위해선 여성스러워야(= 남성에게 매력적으로 보여야) 하므로 여장이라는 기호를 선택한 것이죠. 여성이 속물이라서 그렇다고요? 솔직하게는 남성들도 돈많은 여성을 잡고 싶다는 생각을 하죠. 다만 돈 많고 지위가 높은 여성이 별로 없다는게 현실일 뿐입니다.

레즈비언은 논외가 된다

다시 처음의 대화로 돌아가 봅시다. 우리가 지금까지 알아본 호모소셜한 사회에서의 여성이 가지는 선택지를 생각해봅시다. 이 사회에서여성은 남성에게 선택받는 게 여성의 자연스러운 선택지입니다. 때문에 레즈비언은 큰 충격으로 그것을 포기했거나, (특히나 선택권자인 남성에 대한 충격) 애초에 '남성같은' 성격이라서 그랬던 거라는 이분법적인 사고를 하는 거라고 유추해 볼 수 있지 않을까요? '

우리 사회에서 여성은 남성에게 선택받는 선택지가 당연한 것이기에, 레즈비언은 남성에게 선택됨을 포기한 여성이라고 이분법적으로 생각해버리는 것이죠.

우에노 치즈코가 설명하는 호모포비아, 이제 조금 이해가 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