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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알못도 이해하는 헌법입문서

2018년 정치권 화두 '개헌'. 개헌에 앞서, 도대체 헌법이 뭐길래 이 법을 개정하는 일이 이렇게 주목을 받는 걸까요. 우리가 헌법을 알아야 하는 이유와 헌법의 변천사, 뉴스퀘어가 '법알못'도 알 수 있게 설명해 드립니다.

우리가 헌법을 알아야 하는 이유

헌법은 국가의 역사, 정치 발전과 함께 다양하게 변화하고 형성되어 왔습니다. 때문에 모든 나라의 헌법을 똑같이 정의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모든 나라의 헌법은 공통된 가치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헌법이 한 국가의 기본법이자 최고법이라는 점입니다.


기본법으로서의 헌법

헌법은 국가의 통치체제를 규정하는 법입니다. 학교나 회사, 혹은 동아리나 스터디 같은 아주 작은 조직에도 그 조직을 운영해 나가는 규칙이 있기 마련이죠. 국가를 운영해 나가는 규칙은 법입니다. 법에는 법률과 명령, 규칙, 조례 등이 있는데요, 이 모든 법의 내용과 형식은 헌법을 위반해서는 안 됩니다. 즉, 기본법으로서의 헌법이란 모든 국가의 작용과 국민의 활동이 헌법에 근거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을 뜻합니다.

최고법으로서의 헌법

헌법은 법 위에 있는, 가장 높은 법입니다. 수천 개의 법령은 헌법 아래 있고, 헌법은 이 법들을 지휘하고 감독하는 역할을 합니다. 따라서 일반 법률이 헌법과 충돌할 경우 헌법이 우선적 지위를 가집니다. 만약 법률이 헌법의 기본 정신에 위반될 때에는 최고법에 저촉되기 때문에 그 효력을 잃게 됩니다. 마찬가지로 법률을 해석할 때에도 헌법 정신에 부합하도록 해석해야 합니다.

하지만 헌법이 단지 기본법이자 최고법이기 때문에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아닙니다. 헌법은 국민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가치를 담고 있는데요, 그것은 바로 기본권의 보장입니다.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 홍보영상 <내 삶을 바꾸는 개헌, 국민헌법>

기본권이란 인간이 태어나면서부터 갖게 되는 최소한의 권리를 뜻합니다. 헌법은 국민이 누릴 수 있는 권리와 이런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국가가 어떤 의무를 이행해야 하는지를 선언하고 있습니다. 공권력이 막강해져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인 것이죠.

대한민국 헌법은 제10조부터 37조까지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조항을 두고 있는데요. 내용에 따라 분류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일반 규정: 인간의 존엄과 행복추구권
  • 평등권: 불합리한 차별을 받지 않을 권리
  • 자유권: 국가의 간섭 없이 행동할 수 있는 권리
  • 사회권: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받을 권리
  • 청구권: 국가에 일정한 청구를 할 수 있는 권리
  • 참정권: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는 지난 13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헌법 개정 자문안을 보고했습니다. 여야의 개헌 합의가 이뤄지지 않자 청와대는 자문안을 바탕으로 만든 대통령 개헌안을 26일 발의했습니다. 조국 민정수석이 20일부터 3일에 걸쳐 개헌안 주요 내용을 발표하기도 했었죠.

대통령 개헌안을 바탕으로 이번 개헌의 쟁점이 되는 몇 가지 기본권 조항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국민에서 사람으로

대통령 개헌안은 기본권의 주체를 ‘국민’에서 ‘사람’으로 변경했습니다. 인간으로서 누려야 할 보편적 권리는 국적과 무관하게 보장되어야 한다는 취지입니다. 물론 참정권이나 청구권 등 국민에게만 주어져야 하는 권리는 구분됩니다. 행복추구권, 평등권과 같은 천부인권적 성격을 가진 기본권의 주체를 사람으로 바꾼다는 것이죠. 개헌안을 발표한 조국 민정수석은 “국제사회가 우리에게 기대하고 있는 인권의 수준이나 외국인 200만명 시대의 우리사회의 모습을 고려하면 기본권의 주체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며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모든 사람은 생명권을 가진다

독일과 일본의 헌법에는 ‘누구든지 생명의 권리를 가진다’는 명문 규정이 있습니다. 반면 우리 헌법은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진다’고만 명시합니다. 너무 당연한 기본권이기 때문에 직접적으로 선언하지 않은 것이죠. 대통령 개헌안에는 생명권이 신설됐습니다. 사람의 생명이 침해당하지 않도록 국가가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는 취지입니다. 하지만 생명권의 신설로 사형제 폐지와 낙태죄 유죄를 둘러싼 논란이 뜨거워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조국 민정수석은 “생명권 문제가 헌법에 들어간다고 자동적으로 낙태가 위헌 또는 합헌이 되는 문제는 아니다”면서 낙태죄의 범위와 절차는 법률에 맡겨야 한다며 국회에 공을 넘겼습니다.

안전, 국가의 의무에서 국민의 권리

현행 헌법은 안전과 관련한 국가의 의무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도록 노력해야 하며, 사회보장과 복지의 증진에 노력해야 한다는 조항 등이 그것입니다. 하지만 각종 재난과 사고, 폭력 등의 위험에서 국민이 적극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도록 기본권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에 따라, 대통령 개헌안은 안전권을 기본권 조항으로 신설했습니다.

더불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비한 정보기본권을 신설하고, 알 권리와 자기정보통제권을 명시했습니다. 자기정보통제권이란, 자신과 관련된 정보를 열람하고 수정 및 삭제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겠다는 것인데요. 이를 헌법에 명시해 개인정보가 악용되거나 무차별적으로 수집되는 것을 차단하겠다는 취지입니다.

노동인식 개선의 출발점은 헌법

여러분은 노동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나요? '노동'의 사전적 의미는 생활에 필요한 물자를 얻기 위해 육체적 또는 정신적 노력을 들이는 행위입니다. 반면 ‘부지런히 일한다’는 의미의 '근로'는 사회를 위해 부지런히 일한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현행 헌법 조항은 모두 근로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는데요. 개헌안은 이를 모두 노동으로 수정했습니다. 또한 동일가치노동 동일수준임금을 헌법에 명시해 성별 및 고용형태에 따른 임금차별을 해소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주목할 점은 공무원의 노동3권을 원칙적으로 인정한다는 것입니다. 현행 헌법은 법률로 정해진 경우에만 공무원의 노동3권을 보장했습니다. 이 때문에 경찰이나 소방공무원 등은 아예 노동3권을 인정받지 못했죠. 개헌안이 통과되면 물리력을 보유한 군인 등의 노동권만 일부 제약될 것으로 보입니다. 경찰 등 현역 군인에 가까운 공무원의 범위를 어떻게 정하고 제한할지는 숙제로 남아있습니다.

이외에도 국민이 쾌적하고 안정적인 주거생활을 할 권리인 주거권, 건강권 등 국민의 생활을 보장하는 내용들도 신설됐습니다.

7apfuy4t295oc28zqzbqbh2bucmwsrtdllir0r1n 청와대 홈페이지
지난 20일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기본권·국민주권 강화 관련 헌법개정안을 발표했다.

물론 이번 개헌이 기본권 강화만을 목적으로 하는 것은 아닙니다. 기본권 조항 외에도 국민소환제, 지방분권, 수도 규정, 대통령 연임제 등 여러가지 개정 내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헌법의 가장 큰 가치는 기본권의 보장이며 이는 우리의 생활과 직결됩니다. 국가가 개인의 삶에 지나치게 간섭할 때, 공권력으로 개인을 억압할 때 우리는 기본권을 최후이자 최고의 방어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헌법을 알아야 하는 이유, 개헌을 관심갖고 지켜봐야 하는 이유입니다.

누군가는 바꾸려고, 누군가는 지키려고 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헌법은 국민의 삶을 담는 그릇입니다. (...) 지방선거와 동시에 개헌 국민투표를 하려면 남은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국회가 책임 있게 나서주시기를 거듭 요청합니다. 개헌에 대한 합의를 이뤄주시기를 촉구합니다. 정부도 준비하겠습니다.”

문재인 대통령 신년사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월 신년사에서 개헌에 대한 의지를 피력하며 국회 합의를 촉구했습니다. '개헌 국민투표를 언제 할 것인가'를 두고 여야의 입장이 엇갈리는데다, 개헌 내용조차 아직 합의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문 대통령은 개헌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헌법은 국민의 삶을 담는 그릇"이며 "30년이 지난 옛 헌법으로는 국민의 뜻을 따라갈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 ‘옛 헌법’이 만들어지기 직전,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고문 받던 서울대생 박종철이 사망했습니다. 치안본부장이 사건을 축소 발표하며 남긴 "책상을 '탁' 치니 '억'하고 죽었다"는 말은 희대의 유행어가 되었죠. 이 사건을 계기로 전국 대학생들을 중심으로 한 민주화운동이 활발히 전개됐습니다. 당시 국민의 요구 역시 개헌이었습니다.

1987 영화 '1987' 스틸컷
영화 '1987' 속 시위 장면

"종철이를 살려내라"

"호헌철폐, 독재타도"

영화 ‘1987’ 속 시위행렬은 이렇게 외쳤습니다. 22살의 꽃다운 나이로 사망한 박종철 열사에 대한 안타까움과 전두환 정부의 독재에 대한 분노가 담긴, 당시 국민들의 심경과 열망이 집약된 구호입니다.
  
그런데, 호헌철폐는 무슨 뜻일까요?

“이제 본인은 임기 중 개헌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현행 헌법에 따라 내년 2월 25일 본인의 임기 만료와 더불어 후임자에게 정부를 이양할 것을 천명하는 바입니다.”

1987년 4월 13일 전두환 전 대통령

전두환 전 대통령은 1987년 4월 13일, 이른바 '호헌' 조치를 단행합니다. 현행 헌법을 유지해 다음 대통령을 간선제 방식으로 선출하겠다고 선언한 것이죠. 여기에 반발한 대학생들과 시민들이 ‘호헌철폐’를 외치며 거리로 나섰습니다. 87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개헌 논의를 중단 시킨 '4.13 호헌조치'는 6월 민주화운동의 도화선이 되었습니다.

도대체 헌법이 뭐길래, 누군가는 헌법을 지키기 위해 폭력을 동원해 국민을 진압했고 또 누군가는 헌법을 바꾸기 위해 공권력에 맞섰을까요. 또, 문재인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왜 헌법을 '국민의 삶을 담는 그릇'이라고 했을까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대로 6월 지방선거와 동시에 국민투표를 하건, 자유한국당 주장 대로 지방선거 이후에 국민투표를 하건 올해 안에는 개헌 국민투표가 부쳐질 전망입니다.

개헌에 앞서, 헌법이 무엇이고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기에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하는지, 그리고 현행 헌법은 왜 개정되어야 하는지 지금부터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다사다난한 헌법의 역사

헌법은 국가의 통치 조직 및 운용의 근간을 규정한 법이자 시민들의 기본 권리를 보장하는 방패입니다. 동시에 일반 법률과 충돌할 경우 우선적 지위를 가지는 최고 상위법이라는 지위 때문에 과거 정치인들의 권력 유지 수단으로 악용되기 일쑤였죠. 이런 양면성 때문에 헌법의 역사는 한국 현대사와 궤를 같이 합니다.

총 9차례의 개정을 거치며 오늘날의 제6공화국 ‘10호 헌법’에 수렴하기까지 개헌의 다사다난한 역사를 함께 짚어 봅시다.


1948년 7월 17일, 대한민국 제 1호 헌법 탄생

1948년 7월 17일 국회에 의해 대한민국 제 1호 헌법이 제정됐습니다. 제헌 헌법은 전문에서 3·1 운동을 통해 대한민국을 건립한 독립정신을 계승한다고 규정하고 있죠. 제헌헌법의 골자는 □ 대통령 중심제 □ 대통령∙부통령 국회 간접선거 □ 대통령 임기 4년∙1회 중임 가능 등입니다.

헌법이 제정되고 3일 뒤인 7월 20일 최초로 대통령∙부통령 간접 선거가 실시돼 초대 대통령으로 이승만, 초대 부통령으로는 이시영이 선출됐습니다. 헌법이 제정되고 대통령∙부통령이 취임함으로써 제 1공화국이 본격 출범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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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8년 5월 31일 열린 제헌국회 개원식

제1차 개정(1952년): 전쟁만큼 살벌했던 '발췌 개헌'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첫 번째 헌법 개정은 전쟁 중에 이뤄졌습니다. 간선제로 대통령을 뽑던 당시, 여소야대 정국에선 재선 가능성이 희박하다 판단한 이승만 전 대통령이 권좌를 유지하고자 묘수를 부립니다. 1951년 11월 이 전 대통령은 대통령 직선제와 양원제를 골자로 하는 개헌안을 국회에 제출하고 한달 뒤인 12월 자신을 지지해 줄 신당 '자유당'을 창당합니다.

대통령 직선제 개헌안에 반발한 국회가 내각책임제 개헌카드를 들고 나서자 정부는 적극적으로 반대 세력을 막고 나섭니다. 관제데모∙국회의원 납치소동이 벌어지고 부산 일대에 계엄령이 선포되는 등 공포 분위기가 조성된거죠. 결국, 1952년 7월 4일 임시 수도였던 부산의 피난 국회에서 경찰, 군대, 폭력배 등을 동원해 토론 없는 기립 표결로 □ 대통령 직선제 □ 양원제 □ 국무위원 불신임제 등을 골자로 하는 발췌개헌안이 통과됩니다.(찬성 163, 반대 0, 기권 0).

여기서 ‘발췌개헌’이란 명칭은 여당 안과 야당 안을 발췌해 마련한 개헌안이라고 붙여진 이름입니다. 그 해 7월 7일 제1차 개정 헌법이 공포되고, 이 발췌 개헌에 따라 1952년 8월 이승만은 제2대 대통령으로 당선됩니다.

제2차 개정(1954년): 숫자의 아전인수격 해석 '사사오입 개헌'

1954년 5월에 실시된 제3대 총선거에서 다수를 차지한 여당 자유당은 이승만 전 대통령의 영구집권을 꾀하기 위해 ‘초대 대통령에 한해 중임제한을 철폐한다’는 내용을 주요 골자로 하는 헌법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습니다. 그러나 헌법 개정은 출석 국회의원 3분의2 찬성을 얻어야 가능한데, 당시 재적 국회의원 203명 중 찬성 135명, 반대 60명, 기권 7명으로 헌법 개정에 필요한 인원 136표에서 1표가 부족해 부결되고 말았죠.

그러자 다음 날 자유당은 203명의 3분의2가 135.333…의 사사오입(넷 이하는 버리고 다섯 이상은 올리는 계산법), 즉 135명이라고 억지 주장합니다. 결국 개정안은 가결되고 맙니다. 이 덕분에 1956년 이승만이 대통령으로 또 당선되며 3선에 성공했죠.

한편 이 개헌 파동을 계기로 개헌에 반대한 범야당 연합 모임인 ‘호헌동지회’가 구성됩니다. 민주당 창당의 초석이 마련된 셈이죠.

제3차∙4차 개정(1960년) : 4∙19 혁명 이후 국가재정비

독재 대통령의 식을 줄 모르는 야욕에 분노한 민심이 결국 거리로 뛰쳐 나왔습니다. 1960년 3∙15 부정선거에 대한 반발로 4·19혁명이 일어납니다. 혁명 후 일주일 만에 이승만 전 대통령은 하야 성명을 내고 하와이로 망명합니다. 같은 해 6월 성난 민심에 보답하듯 권력 구조를 광범위하게 손본 3차 개헌이 단행됐습니다. 이로써 □ 내각책임제 □ 복수정당제도 보장 □ 헌법재판소 설치 □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제 채택 등을 골자로 하는 헌법 제4호와 함께 제2공화국이 출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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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해 11월 반민주행위자처벌에 관한 부칙조항 삽입을 위해 4차 개헌, 이른바 소급입법개헌이 이뤄졌습니다. 이 개헌의 목표는 3·15부정선거 관련자 및 부정축재자들을 소급해 처벌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해 부정선거, 부정축재를 비롯한 사회악을 이 땅에서 근절하는 것이었죠. 개정헌법에 따라 혁명재판소 및 혁명검찰부가 설치됐고 부정선거관리사건, 부정선거, 부정선거지령사건, 부정선거자금사건, 정치깡패사건, 발포명령사건 등의 사안을 다루는 혁명재판이 진행됐습니다.

격변의 시대를 관통하며 살아온 영화 국제시장의 덕수처럼 헌법의 역사도 다사다난 합니다

제5차 개정(1962년) : 서슬 퍼런 군부독재의 기틀 마련

4월 혁명의 불씨는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1961년 5월 16일 박정희 소장 중심의 육군사관학교 8기생 출신 군인들이 정변을 일으켜 정권을 장악했기 때문이죠. 국회와 지방의회를 해산한 쿠데타 세력은 장면 국무총리로부터 정권을 인수받은 뒤 군사정부를 수립합니다.

1962년 11월 민정이양을 약속한 군부의 헌법개정안이 국가재건최고회의(5·16군사정변 주체세력의 국가최고통치의결기구)에서 의결된 후 12월 17일 국민투표에 의해 확정, 26일 공포됐습니다. 5차 개헌안의 주요내용은 □ 대통령제 채택(임기 4년) □ 소선거구제 채택 □ 국회의 단원제와 정당국가화에 따른 국회활동 약화 □ 헌법개정에 대한 국민투표제 채택 등입니다.

1963년 10월 15일, 제5대 대통령 직선제 선거에서 공화당의 박정희가 대통령으로 당선되고 같은 해 12월 헌법개정안이 효력을 발휘하면서 제3공화국이 출범했습니다.

제6차∙7차 개정(1969년, 1972년) : 대통령 3선∙유신헌법…대한민국 헌정사 먹구름

1969년 추진된 '삼선개헌'은 박정희 정권이 정권 연장을 위해 대통령의 3선이 가능하도록 헌법을 개정한 사건입니다. 개헌이 또다시 권력 연장의 도구로 이용된 셈이죠. 이번 개헌은 □ 대통령 3기 연임 허용 □ 대통령 탄핵소추결의 요건 강화 등 대통령 권력을 강화하는데 비중을 뒀습니다.

당시 정부 여당은 이 개헌안을 통과시키고자 온갖 방법을 동원했습니다. 국회본회의장에서 점거농성을 벌이던 반대파 의원들을 피해 개헌 지지 의원들이 오전 2시에 국회에 몰래 모여 개헌안을 변칙통과 시킨 일화는 유명하죠. 비밀 투표는 무효라는 야당과 학생들의 반대 시위에도 불구하고 개헌안은 10월 17일 국민투표에 부쳐졌고 65.1%의 지지로 가결됩니다. 국회 안팎으로 소동을 일으켰던 삼선개헌을 발판 삼아 1971년 제 7대 대통령으로 선출된 박정희 전 대통령은 본격 장기 집권에 돌입합니다.

그러나 1년 뒤인 1972년 10월 17일, 정권유지에 위기의식을 느낀 박정희 전 대통령이 전국에 비상계엄령을 선포하고 제4공화국을 수립합니다. 바로 '10월 유신'입니다.

제4공화국의 헌법인 유신헌법의 주요 내용은 □ 법률유보조항으로 기본권 제한 □ 긴급조치권·국회해산권 등 대통령에게 초헌법적 권한 부여 □ 대통령 임기를 6년으로 연장 □ 국회 회기 단축 및 권한 약화 □ 법관 및 일부 국회의원을 대통령이 임명 □ 통일주체국민회의에서 대통령 선거 등으로 역시 대통령 권한 확대에 집중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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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계엄 선포 뒤, 광화문 앞에 등장한 계엄군 탱크

제8차 개정(1980년) : 짧았던 봄…다시 드리운 군부독재의 그늘

1979년 10∙26 사건으로 박정희 전 대통령이 서거하면서 상황은 급변합니다. 국회와 행정부는 개헌 작업에 착수했고 서울과 지방 곳곳의 대학생들은 거리에서 독재 타도와 민주화를 외쳤죠.

그러나 '서울의 봄'은 짧았습니다. 1979년 12월 12일 보안사령관 전두환과 9사단장 노태우 등이 군사반란을 일으키며 정권을 장악했습니다. 정치 실세로 등장한 전두환은 1980년 5월 17일 시국 수습을 명목으로 비상계엄을 전국적으로 확대해 민주화에 대한 열망을 무력으로 진압했죠. 1980년 9월 1일 통일주체국민회의를 통해 11대 대통령으로 취임한 전두환 전 대통령은 대통령 7년 단임제를 골자로 하는 8차 헌법 개정 작업을 진행하며 제5공화국을 출범시켰습니다.

제9차 개정 : 군부독재의 종말…87체제의 시작

1987년 박종철 고문사망사건과 4ㆍ13 호헌 조치를 계기로 6월 민주항쟁이 일어납니다. 6월 26일 거행된 국민평화대행진에는 100여만 명이 참가합니다.. 민주화 요구를 더 외면할 수 없던 군부 세력은 민주화와 대통령 직선제를 골자로 하는 6.29 선언과 함께 시국을 수습하기에 이릅니다.

같은 해 10월 27일 국민투표를 통해 확정되고 29일 공포된 개헌안의 주요 내용은 □ 대통령 직선제 및 5년 단임제 □ 헌법재판소 설치 □ 대통령 비상조치권∙국회해산권 폐지 □ 국정감사권 부활 등 입니다. 이로써 제6공화국, 이른바 87체제가 수립됐습니다.


6월 지방선거, 헌법의 역사 새로 쓸까?

굴곡진 현대사와 함께 수차례 개정된 헌법이 30년 만에 다시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올해 지방선거에서 개헌국민투표를 실시해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여야 간 합의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정치권의 논의에 앞서 우리가 왜 헌법을 알아야 하는지, 헌법이 어떻게 우리 삶에 작용하는지 다음 편에서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우리가 헌법을 알아야 하는 이유

헌법은 국가의 역사, 정치 발전과 함께 다양하게 변화하고 형성되어 왔습니다. 때문에 모든 나라의 헌법을 똑같이 정의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모든 나라의 헌법은 공통된 가치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헌법이 한 국가의 기본법이자 최고법이라는 점입니다.


기본법으로서의 헌법

헌법은 국가의 통치체제를 규정하는 법입니다. 학교나 회사, 혹은 동아리나 스터디 같은 아주 작은 조직에도 그 조직을 운영해 나가는 규칙이 있기 마련이죠. 국가를 운영해 나가는 규칙은 법입니다. 법에는 법률과 명령, 규칙, 조례 등이 있는데요, 이 모든 법의 내용과 형식은 헌법을 위반해서는 안 됩니다. 즉, 기본법으로서의 헌법이란 모든 국가의 작용과 국민의 활동이 헌법에 근거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을 뜻합니다.

최고법으로서의 헌법

헌법은 법 위에 있는, 가장 높은 법입니다. 수천 개의 법령은 헌법 아래 있고, 헌법은 이 법들을 지휘하고 감독하는 역할을 합니다. 따라서 일반 법률이 헌법과 충돌할 경우 헌법이 우선적 지위를 가집니다. 만약 법률이 헌법의 기본 정신에 위반될 때에는 최고법에 저촉되기 때문에 그 효력을 잃게 됩니다. 마찬가지로 법률을 해석할 때에도 헌법 정신에 부합하도록 해석해야 합니다.

하지만 헌법이 단지 기본법이자 최고법이기 때문에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아닙니다. 헌법은 국민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가치를 담고 있는데요, 그것은 바로 기본권의 보장입니다.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 홍보영상 <내 삶을 바꾸는 개헌, 국민헌법>

기본권이란 인간이 태어나면서부터 갖게 되는 최소한의 권리를 뜻합니다. 헌법은 국민이 누릴 수 있는 권리와 이런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국가가 어떤 의무를 이행해야 하는지를 선언하고 있습니다. 공권력이 막강해져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인 것이죠.

대한민국 헌법은 제10조부터 37조까지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조항을 두고 있는데요. 내용에 따라 분류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일반 규정: 인간의 존엄과 행복추구권
  • 평등권: 불합리한 차별을 받지 않을 권리
  • 자유권: 국가의 간섭 없이 행동할 수 있는 권리
  • 사회권: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받을 권리
  • 청구권: 국가에 일정한 청구를 할 수 있는 권리
  • 참정권: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는 지난 13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헌법 개정 자문안을 보고했습니다. 여야의 개헌 합의가 이뤄지지 않자 청와대는 자문안을 바탕으로 만든 대통령 개헌안을 26일 발의했습니다. 조국 민정수석이 20일부터 3일에 걸쳐 개헌안 주요 내용을 발표하기도 했었죠.

대통령 개헌안을 바탕으로 이번 개헌의 쟁점이 되는 몇 가지 기본권 조항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국민에서 사람으로

대통령 개헌안은 기본권의 주체를 ‘국민’에서 ‘사람’으로 변경했습니다. 인간으로서 누려야 할 보편적 권리는 국적과 무관하게 보장되어야 한다는 취지입니다. 물론 참정권이나 청구권 등 국민에게만 주어져야 하는 권리는 구분됩니다. 행복추구권, 평등권과 같은 천부인권적 성격을 가진 기본권의 주체를 사람으로 바꾼다는 것이죠. 개헌안을 발표한 조국 민정수석은 “국제사회가 우리에게 기대하고 있는 인권의 수준이나 외국인 200만명 시대의 우리사회의 모습을 고려하면 기본권의 주체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며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모든 사람은 생명권을 가진다

독일과 일본의 헌법에는 ‘누구든지 생명의 권리를 가진다’는 명문 규정이 있습니다. 반면 우리 헌법은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진다’고만 명시합니다. 너무 당연한 기본권이기 때문에 직접적으로 선언하지 않은 것이죠. 대통령 개헌안에는 생명권이 신설됐습니다. 사람의 생명이 침해당하지 않도록 국가가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는 취지입니다. 하지만 생명권의 신설로 사형제 폐지와 낙태죄 유죄를 둘러싼 논란이 뜨거워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조국 민정수석은 “생명권 문제가 헌법에 들어간다고 자동적으로 낙태가 위헌 또는 합헌이 되는 문제는 아니다”면서 낙태죄의 범위와 절차는 법률에 맡겨야 한다며 국회에 공을 넘겼습니다.

안전, 국가의 의무에서 국민의 권리

현행 헌법은 안전과 관련한 국가의 의무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도록 노력해야 하며, 사회보장과 복지의 증진에 노력해야 한다는 조항 등이 그것입니다. 하지만 각종 재난과 사고, 폭력 등의 위험에서 국민이 적극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도록 기본권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에 따라, 대통령 개헌안은 안전권을 기본권 조항으로 신설했습니다.

더불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비한 정보기본권을 신설하고, 알 권리와 자기정보통제권을 명시했습니다. 자기정보통제권이란, 자신과 관련된 정보를 열람하고 수정 및 삭제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겠다는 것인데요. 이를 헌법에 명시해 개인정보가 악용되거나 무차별적으로 수집되는 것을 차단하겠다는 취지입니다.

노동인식 개선의 출발점은 헌법

여러분은 노동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나요? '노동'의 사전적 의미는 생활에 필요한 물자를 얻기 위해 육체적 또는 정신적 노력을 들이는 행위입니다. 반면 ‘부지런히 일한다’는 의미의 '근로'는 사회를 위해 부지런히 일한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현행 헌법 조항은 모두 근로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는데요. 개헌안은 이를 모두 노동으로 수정했습니다. 또한 동일가치노동 동일수준임금을 헌법에 명시해 성별 및 고용형태에 따른 임금차별을 해소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주목할 점은 공무원의 노동3권을 원칙적으로 인정한다는 것입니다. 현행 헌법은 법률로 정해진 경우에만 공무원의 노동3권을 보장했습니다. 이 때문에 경찰이나 소방공무원 등은 아예 노동3권을 인정받지 못했죠. 개헌안이 통과되면 물리력을 보유한 군인 등의 노동권만 일부 제약될 것으로 보입니다. 경찰 등 현역 군인에 가까운 공무원의 범위를 어떻게 정하고 제한할지는 숙제로 남아있습니다.

이외에도 국민이 쾌적하고 안정적인 주거생활을 할 권리인 주거권, 건강권 등 국민의 생활을 보장하는 내용들도 신설됐습니다.

7apfuy4t295oc28zqzbqbh2bucmwsrtdllir0r1n 청와대 홈페이지
지난 20일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기본권·국민주권 강화 관련 헌법개정안을 발표했다.

물론 이번 개헌이 기본권 강화만을 목적으로 하는 것은 아닙니다. 기본권 조항 외에도 국민소환제, 지방분권, 수도 규정, 대통령 연임제 등 여러가지 개정 내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헌법의 가장 큰 가치는 기본권의 보장이며 이는 우리의 생활과 직결됩니다. 국가가 개인의 삶에 지나치게 간섭할 때, 공권력으로 개인을 억압할 때 우리는 기본권을 최후이자 최고의 방어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헌법을 알아야 하는 이유, 개헌을 관심갖고 지켜봐야 하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