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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소득, 발가벗겨보자

기본소득? '인간다운 삶 지탱할 기둥' or '노동 거부 확산 주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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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가만히 있어도 다달이 통장으로 꼬박꼬박 생활비가 들어온다면?"

기본소득의 시작이 된 이 질문은 우리 사회에 많은 부분을 바꿀 겁니다. 복지, 분배의 개념에서부터 노동에 대한 정의까지, 우리의 삶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갈 겁니다. 기본소득이 수많은 논의에 휩싸인 이유입니다. 기본소득을 둘러싼 찬성과 반대의 의견을 뉴스퀘어에서 정리해보겠습니다.

     bar 9

나는 기본소득에 찬성한다

민주주의 수호

우리는 민주주의 체제에 살고 있습니다. 다수결을 따라야 합니다. 그런데 모든 사람들이 의사결정에 참가할까요? OECD가 발표한 '더 나은 삶 지수'(the better life index)에 따르면 한국의 소득 상위 20%와 하위 20% 계층 투표율 격차는 29%포인트입니다. 저소득층이 고소득층보다 투표를 안 하는 거죠. 빈곤선 이하의 삶을 사는 사람들은 생계유지가 바빠서 정치에 관심을 기울이지도 목소리도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기본소득은 이들이 생존에 대한 걱정에서 벗어나 정치에 관심을 기울일 수 있게 만들어줍니다.

게다가 기존에 불평등 탓에 잃어버렸던 평등의식도 되찾을 수 있습니다. 롤스는 ‘공정으로서의 정의론’에서 중요한 요소들을 이처럼 말합니다. 권리, 자유, 기회, 소득, 부 그리고 '자존감'입니다. 자존감은 자신 가치, 그리고 자신의 의도를 현실로 만드는 능력에 대한 자신감이 포함됩니다. 기본소득은 자본이 없다는 이유로 차별받던 이들에게 자존감을 되찾아줍니다. 공정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거죠.

노동의 의미 회복

사람은 일을 하면서 자신이 세상에 뭔가 기여하고 있다는 기쁨을 느낍니다. 하지만 오늘날 노동의 세계는 에만 지나치게 초점이 맞추어져 있습니다. 환자를 돌보는 일조차 분초를 따져가며 임금이 지급됩니다. 낮은 돈을 받는 사람은 쓸모없는 일을 한다는 기분을 받는 거죠. 기본소득은 생존에 대한 불안 없이 노동의 의미를 돌아볼 수 있게 해줍니다. 스스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일에 우리의 시간을 쓸 수 있게 됩니다.

기존 복지제도의 한계, '낙인'에서의 탈출

오늘날의 복지국가는 빈곤한 사람이 도움의 필요성을 증명해야 합니다. 이를 ‘돌봄의 원리’라고 합니다. 누군가에게 자신은 도움이 필요한 사람임을 증명하고, 그에게 도움을 받는다면 이 둘은 대등한 관계가 될 수 없습니다. 더불어 기존 복지제도는 빈곤을 증명해야만 하는 과정 탓에 많은 문제를 낳아왔습니다. 대표적인 예로 생리대 지원사업은 30억을 투자했지만, 수혜자들을 배려하지 않은 탓에 실패한 정책이 되었습니다. 학창시절 급식비 지원을 받았던 친구들이 움츠렸던 기억을 떠올려도 이해가 됩니다. 그러나 조건 없는 기본소득은 이러한 ‘낙인’과 결별합니다.

공정한 사회

조건 없는 기본소득은 공정합니다. 모두가 똑같이 나누어 가질 수 있게 하면서, 모두가 각자의 고유성을 지닐 수 있게도 하기 때문입니다.

혹자는 일하지 않는 사람이 돈을 받는 건 불공정하다고 주장합니다. 임금을 받기 위해선 일을 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또한, 임금 노동이 아닌 노동은 가치가 없는 노동이라는 생각에서 시작합니다. 이 생각이 더욱 불공정한 생각입니다. 봉사활동은 가치가 없는 일인가요?

이런 지점도 있습니다. 부자들에게 기본소득을 주는 건 불공정한 일일까요. 만약 돈이 없어 생활을 꾸려가기 어려운 사람들에게만 기본소득을 지급하면 어떨까요? 그런 기본소득이 생긴다면 받는 순간 그 사람은 가난하다는 사회적 낙인에 찍힐 겁니다.

기본소득은 모두 똑같은 지점, 똑같은 상황에서 출발해 저마다의 고유성에 기초해 서로 다르게 자기 발전을 이루어갈 수 있게 해줍니다.

약자의 디딤돌이 돼 준다

약자의 위치에 있던 이들에게 힘을 실어줄 수 있습니다.

먼저 기본소득은 개인별로 지급되기에 여성들의 삶이 나아질 수 있습니다. 현재는 보조금을 가족 내 호주(보통은 아버지)가 받습니다. 다른 구성원들은 소득에 접근하기 힘들죠. 하지만 기본소득은 개인에게 지급되기 때문에 여성들의 경제적 독립이 가능합니다. 가정 내 종속 관계까지 바꿀 수 있습니다.

시간제나 불규칙한 일자리에서 매우 낮은 소득을 받는 사람들의 협상력도 높여줄 수 있습니다. *노동자들이 잘리는 걸 무릅쓰고 협상에 임할 수 있죠. *노동자 측의 협상력이 강해지면 자본가들이 더 높은 급여와 더 나은 근무환경을 제공할 수밖에 없게 됩니다.

     bar 9

나는 기본소득에 반대한다

복지의 기본적인 원칙들의 폐기

"사회 구성원 모두를 대상으로 하는 조건 없는 기본소득은 엄청난 규모의 자금이 조달되어야 하는 시스템이다. 그것은 사회복지 국가가 지금까지 유지해 오던 이른바 '필요의 원칙', 다시 말해서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복지의 기본 원칙을 폐기하는 것을 뜻한다. 그리고 그것은 실업보험과 연금보험으로 나타나는 '기여와 보상'이라는 또 하나의 기본 원칙을 폐기하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기본소득은 사회보장의 원리와 다소 거리가 있습니다. 현재의 복지 시스템은 기본적으로 위험에 빠졌을 때 보상을 해주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자동차 보험과 비슷하죠. 평소에 사회보험료와 세금을 납부 하다가, 아플 때나 산업재해, 실업을 당했을 때, 은퇴했을 때, 또는 출산과 육아 시 현금이나 서비스로 복지급여를 받습니다. 장애를 얻거나 빈곤선 이하일 때도 보호를 받습니다. 그런데 기본소득은 위험 발생이나 복지의 필요 여부를 따지지 않습니다. 같은 액수를 모든 사람에게 무조건적 정기적으로 주는 제도입니다. 위험에 빠지거나, 사고가 크게 나면 큰돈이 필요합니다. 기본소득처럼 모두에게 주어지다 보면 정작 필요한 사람에겐 충분한 지원이 못 가게 됩니다.

오히려 약자가 혜택을 못 받을 가능성

취약 계층을 대상으로 복지를 늘린 후 단계적으로 확대해나가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라는 의견입니다. 부자에게 필요 없는 기본소득을 지급할 바에 취약 계층에게 이 비용이 사용되게 되면 훨씬 효율적이기 때문입니다.

기본소득은 노동 거부 문화를 확산시킨다

쉽게 말해 힘들고 더러운 일은 아무도 하지 않을 거란 주장입니다. 생계를 위해 기본소득을 주는데 무슨 이유로 냄새나고 더러운 일을 하겠냐는 것입니다. 하수구 청소나, 쓰레기 수거 등 사람들이 싫어하지만 사회에 꼭 필요하고 중요한 노동도 많습니다. 만약 모두가 기본소득을 받는다면 과연 그런 일이라도 돈을 벌기위해 감수하는 사람이 있을까요? 더 나아가서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사회에서 거부하는 일들을 도맡아 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습니다.

복지병 우려

자유는 책임이 뒤따라야 합니다. 책임을 내팽개치는 사람은 자유도 포기해야 합니다. 우리 사회의 발전은 성실하고 자주적인 시민들의 책임감으로 이루어지는 겁니다. 노동도 하지 않고 복지만을 바라는 이들을 위해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는 주장입니다. 노동하지 않고 살아가기에 충분한 기본소득만 받으며 살아가는 이들이 대거 생길 것이라 예상합니다.

재정적인 문제

실험적 형태였던 이재명 시장의 기본소득은 약 43조 원의 재원을 필요로 했습니다. 부분적인 실험임에도 불구하고 어마어마한 비용 탓에 기본소득이 국민의 세금부담을 가중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습니다. 실제로 지난 대선 당시 대선 주자 중 누구도 시원하게 기본소득 재원마련에 답한 이가 없었습니다. 기본소득의 재정적 현실 가능성은 다음 콘텐츠에서 제대로 다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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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지급되는 소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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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로 돈 준대"

기본소득을 쉽게들 이렇게 말했습니다. 생소한 용어이기도 했고 기본소득을 설명하는 해외 사례들이 복합적으로 섞인 채 들어왔기 때문입니다. 올해 초, 대선주자들이 앞다퉈 기본소득을 얘기하며 더는 기본소득이란 단어가 낯설지 않습니다. 문제는 언론에서 언급은 많이 되지만 기본소득을 명확히 정의내리기도, 한국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기도 어렵다는 점입니다. 뉴스퀘어와 함께 한꺼풀씩 껍질을 벗겨보며 기본소득의 실체를 들여다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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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소득이란

모든 사회 구성원 혹은 거주자 개인에게 (= 보편성)

유급고용에 참여하고자 하는 의지 여부와 관계없이 (= 근로 여부와 관계없이)

가난하든 부유하든 따지지 않고 (= 무조건적으로)

가정이라는 영역 내의 동거 형태와 무관하게 국가에 의해 주어진다

기본소득의 핵심은 ‘보편성’과 ‘무조건성’의 원칙에 있습니다.

보편성의 원칙.
‘누구를 대상으로 할 것이냐’와 관련된 판단 기준입니다.
보편성 원칙의 핵심에는 ‘시민권’이 있습니다. 시민이 낸 세금을 가지고 시민이 위임한 권한으로 시민의 삶의 질을 향상하는 것입니다. 세금을 내는 국민이 기본권과 생존권을 보장받기 위해서 기본소득을 통해 ‘자신의 몫’을 받는다고 이해하면 쉽습니다. 즉, 기본소득은 ‘복지’ 개념도 아니고 ‘시혜’의 개념도 아닙니다. 기본소득을 받기 위한 유일한 조건은 시민권뿐입니다.

무조건성의 원칙.
무조건성의 원칙은 기본소득 지급의 ‘조건의 여부’와 관련됩니다. 즉 돈을 벌고 있는지와 무관하게, 소득수준과 무관하게, 가구 형태와 무관하게, 사회적 기여 여부와 무관하게 기본소득을 줘야 한다는 원칙입니다.

충분성의 원칙.
기본소득의 핵심 논의 중 하나는 노동의 정의가 변한다는 점입니다. 기본소득은 생계를 유지할 만큼의 충분한 현금을 제공해주는 방식입니다. 따라서 기본소득을 받게 되면 생계를 위한 노동에서 벗어나 공공의 선을 위한 직업이나 자아실현을 위한 직업을 택하게 됩니다. 원론적인 기본소득 실험은 실업자가 아닌 ‘버젓한 직장을 가진 사람들이 기본소득을 받으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라는 고민에서 출발하여야 합니다. 노동시간을 줄이고 싶다는 욕구가 생길 것이고, 노동시간 단축으로 일자리는 늘어날 것입니다. 또한, 여유가 생기니 문화적인 활동이나 사회 정치 문제에 관심을 두고 참여하려고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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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시 '청년배당'과 서울시 '청년수당'이 도화선

한국에서 기본소득 논의는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2000년대 초반 학계에서 기본소득 언급이 시작됐습니다. 그러나 당시엔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라며 외면 받았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계에서 꾸준히 논의되었습니다. 2009년 민주노총 정책연구원에서 발간된 ‘즉각적이고 무조건적인 기본소득을 위하여(강남훈 등 2009)’와 2010년 한국에서 개최된 기본소득 국제학술대회를 기점으로 확대되기 시작했습니다. 2010년에는 기본소득 논쟁을 소개한 책 <분배의 재구성>(너른 복지연구모임, 2010) 번역본이 출간되며 학계에서 활발한 논의가 이어졌습니다.

기본소득에 대한 대중적 관심은 2016년 성남시의 ‘청년배당’과 서울시의 ‘청년활동지원사업(청년수당)’이 논의되면서 활발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 영향으로 올해 초, 대선주자들이 기본소득을 언급하는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엄밀히 말하자면, 성남시 청년배당과 서울시의 청년활동지원사업은 기본소득이 아닙니다. 청년들을 대상으로 시행한 ‘부분적 기본소득’, 즉 응용 편에 해당합니다.

성남시 '청년배당'

성남시의 ‘청년배당정책’은 작년 1월부터 시행됐습니다. 청년 배당은 3년 이상 성남에 거주한 청년에게 분기당 25만 원씩 연 100만 원의 수당을 지급하는 정책입니다. 우선 24세를 대상으로 청년배당을 지급하고, 19~24세까지 점진적으로 지원을 확대할 계획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역시 현금 대신 지급된 바우처의 사용처 논란이 있었으며, 포퓰리즘이라는 엇갈린 평가를 받았습니다.

서울시 청년수당

2016년 8월, 서울시는 3000여명에게 50만원씩 지급한 청년활동지원비(청년수당)을 지원했습니다. 서울시의 청년활동지원사업은 저소득가구의 미취업자 중 취직준비를 하는 청년에게 2~6개월간 월 50만 원의 활동 보조비를 지원하는 제도였습니다. 대상은 서울에 거주하는 만 19~29세 청년 중 중위소득 60% 이하로 제한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추진 과정에서 보건복지부와 협의 여부를 두고 갈등이 계속되면서 시행 하루 만에 중단됐습니다.

성남시 ‘청년배당’과 서울시 ‘청년수당’의 취지는 좋았습니다. 연일 높은 실업률에 수많은 취준생들이 힘들어 하고 있습니다. 더욱이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있습니다. 그런 취준생들에게 지원금을 지급하며 ‘기회’를 주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완벽한 기본소득이 아니기에 한계에 부딪혔습니다. 기본소득의 원칙인 무조건성과 보편성은 ‘일정기간 거주한 청년’이라는 항목이 붙으며 역차별 논쟁을 가져 왔습니다. 더불어 충분한 현금지급은 당시 기본소득 개념이 생소했던 국민들의 거부반응과 마주해야 했습니다. 그래도 결과적으로 국내에서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를 활발하게 만든 역할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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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의 복지체계는 수명을 다했다?

기본소득이 화두가 된 이유는 뭘까요?

현 상태로 버티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세계적인 저성장 속에 직업을 찾지 못한 사람들은 늘어가고 있습니다. 과거엔 경제발전을 통해 가계가 벌어들이는 소득만으로 충분히 살 수 있었습니다. 지금은 저성장과 불안정한 일자리 탓에 가계소득만으로는 먹고 살기 힘듭니다. 복지를 요구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문제는 기존 복지제도가 이들을 모두 끌어안기엔 한계가 있다는 겁니다. 더불어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일자리 불안감 역시 사람들이 색다른 대책을 찾게 합니다.

기존 자본주의의 한계, 끝이 보이지 않는 저성장 시대, 늘어나는 소득격차,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불안정한 미래 등 복합적인 문제가 기본소득을 논쟁의 중심으로 앉히고 있습니다. 과연 기본소득이 모든 문제의 마스터 키가 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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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소득? '인간다운 삶 지탱할 기둥' or '노동 거부 확산 주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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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가만히 있어도 다달이 통장으로 꼬박꼬박 생활비가 들어온다면?"

기본소득의 시작이 된 이 질문은 우리 사회에 많은 부분을 바꿀 겁니다. 복지, 분배의 개념에서부터 노동에 대한 정의까지, 우리의 삶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갈 겁니다. 기본소득이 수많은 논의에 휩싸인 이유입니다. 기본소득을 둘러싼 찬성과 반대의 의견을 뉴스퀘어에서 정리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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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기본소득에 찬성한다

민주주의 수호

우리는 민주주의 체제에 살고 있습니다. 다수결을 따라야 합니다. 그런데 모든 사람들이 의사결정에 참가할까요? OECD가 발표한 '더 나은 삶 지수'(the better life index)에 따르면 한국의 소득 상위 20%와 하위 20% 계층 투표율 격차는 29%포인트입니다. 저소득층이 고소득층보다 투표를 안 하는 거죠. 빈곤선 이하의 삶을 사는 사람들은 생계유지가 바빠서 정치에 관심을 기울이지도 목소리도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기본소득은 이들이 생존에 대한 걱정에서 벗어나 정치에 관심을 기울일 수 있게 만들어줍니다.

게다가 기존에 불평등 탓에 잃어버렸던 평등의식도 되찾을 수 있습니다. 롤스는 ‘공정으로서의 정의론’에서 중요한 요소들을 이처럼 말합니다. 권리, 자유, 기회, 소득, 부 그리고 '자존감'입니다. 자존감은 자신 가치, 그리고 자신의 의도를 현실로 만드는 능력에 대한 자신감이 포함됩니다. 기본소득은 자본이 없다는 이유로 차별받던 이들에게 자존감을 되찾아줍니다. 공정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거죠.

노동의 의미 회복

사람은 일을 하면서 자신이 세상에 뭔가 기여하고 있다는 기쁨을 느낍니다. 하지만 오늘날 노동의 세계는 에만 지나치게 초점이 맞추어져 있습니다. 환자를 돌보는 일조차 분초를 따져가며 임금이 지급됩니다. 낮은 돈을 받는 사람은 쓸모없는 일을 한다는 기분을 받는 거죠. 기본소득은 생존에 대한 불안 없이 노동의 의미를 돌아볼 수 있게 해줍니다. 스스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일에 우리의 시간을 쓸 수 있게 됩니다.

기존 복지제도의 한계, '낙인'에서의 탈출

오늘날의 복지국가는 빈곤한 사람이 도움의 필요성을 증명해야 합니다. 이를 ‘돌봄의 원리’라고 합니다. 누군가에게 자신은 도움이 필요한 사람임을 증명하고, 그에게 도움을 받는다면 이 둘은 대등한 관계가 될 수 없습니다. 더불어 기존 복지제도는 빈곤을 증명해야만 하는 과정 탓에 많은 문제를 낳아왔습니다. 대표적인 예로 생리대 지원사업은 30억을 투자했지만, 수혜자들을 배려하지 않은 탓에 실패한 정책이 되었습니다. 학창시절 급식비 지원을 받았던 친구들이 움츠렸던 기억을 떠올려도 이해가 됩니다. 그러나 조건 없는 기본소득은 이러한 ‘낙인’과 결별합니다.

공정한 사회

조건 없는 기본소득은 공정합니다. 모두가 똑같이 나누어 가질 수 있게 하면서, 모두가 각자의 고유성을 지닐 수 있게도 하기 때문입니다.

혹자는 일하지 않는 사람이 돈을 받는 건 불공정하다고 주장합니다. 임금을 받기 위해선 일을 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또한, 임금 노동이 아닌 노동은 가치가 없는 노동이라는 생각에서 시작합니다. 이 생각이 더욱 불공정한 생각입니다. 봉사활동은 가치가 없는 일인가요?

이런 지점도 있습니다. 부자들에게 기본소득을 주는 건 불공정한 일일까요. 만약 돈이 없어 생활을 꾸려가기 어려운 사람들에게만 기본소득을 지급하면 어떨까요? 그런 기본소득이 생긴다면 받는 순간 그 사람은 가난하다는 사회적 낙인에 찍힐 겁니다.

기본소득은 모두 똑같은 지점, 똑같은 상황에서 출발해 저마다의 고유성에 기초해 서로 다르게 자기 발전을 이루어갈 수 있게 해줍니다.

약자의 디딤돌이 돼 준다

약자의 위치에 있던 이들에게 힘을 실어줄 수 있습니다.

먼저 기본소득은 개인별로 지급되기에 여성들의 삶이 나아질 수 있습니다. 현재는 보조금을 가족 내 호주(보통은 아버지)가 받습니다. 다른 구성원들은 소득에 접근하기 힘들죠. 하지만 기본소득은 개인에게 지급되기 때문에 여성들의 경제적 독립이 가능합니다. 가정 내 종속 관계까지 바꿀 수 있습니다.

시간제나 불규칙한 일자리에서 매우 낮은 소득을 받는 사람들의 협상력도 높여줄 수 있습니다. *노동자들이 잘리는 걸 무릅쓰고 협상에 임할 수 있죠. *노동자 측의 협상력이 강해지면 자본가들이 더 높은 급여와 더 나은 근무환경을 제공할 수밖에 없게 됩니다.

     bar 9

나는 기본소득에 반대한다

복지의 기본적인 원칙들의 폐기

"사회 구성원 모두를 대상으로 하는 조건 없는 기본소득은 엄청난 규모의 자금이 조달되어야 하는 시스템이다. 그것은 사회복지 국가가 지금까지 유지해 오던 이른바 '필요의 원칙', 다시 말해서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복지의 기본 원칙을 폐기하는 것을 뜻한다. 그리고 그것은 실업보험과 연금보험으로 나타나는 '기여와 보상'이라는 또 하나의 기본 원칙을 폐기하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기본소득은 사회보장의 원리와 다소 거리가 있습니다. 현재의 복지 시스템은 기본적으로 위험에 빠졌을 때 보상을 해주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자동차 보험과 비슷하죠. 평소에 사회보험료와 세금을 납부 하다가, 아플 때나 산업재해, 실업을 당했을 때, 은퇴했을 때, 또는 출산과 육아 시 현금이나 서비스로 복지급여를 받습니다. 장애를 얻거나 빈곤선 이하일 때도 보호를 받습니다. 그런데 기본소득은 위험 발생이나 복지의 필요 여부를 따지지 않습니다. 같은 액수를 모든 사람에게 무조건적 정기적으로 주는 제도입니다. 위험에 빠지거나, 사고가 크게 나면 큰돈이 필요합니다. 기본소득처럼 모두에게 주어지다 보면 정작 필요한 사람에겐 충분한 지원이 못 가게 됩니다.

오히려 약자가 혜택을 못 받을 가능성

취약 계층을 대상으로 복지를 늘린 후 단계적으로 확대해나가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라는 의견입니다. 부자에게 필요 없는 기본소득을 지급할 바에 취약 계층에게 이 비용이 사용되게 되면 훨씬 효율적이기 때문입니다.

기본소득은 노동 거부 문화를 확산시킨다

쉽게 말해 힘들고 더러운 일은 아무도 하지 않을 거란 주장입니다. 생계를 위해 기본소득을 주는데 무슨 이유로 냄새나고 더러운 일을 하겠냐는 것입니다. 하수구 청소나, 쓰레기 수거 등 사람들이 싫어하지만 사회에 꼭 필요하고 중요한 노동도 많습니다. 만약 모두가 기본소득을 받는다면 과연 그런 일이라도 돈을 벌기위해 감수하는 사람이 있을까요? 더 나아가서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사회에서 거부하는 일들을 도맡아 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습니다.

복지병 우려

자유는 책임이 뒤따라야 합니다. 책임을 내팽개치는 사람은 자유도 포기해야 합니다. 우리 사회의 발전은 성실하고 자주적인 시민들의 책임감으로 이루어지는 겁니다. 노동도 하지 않고 복지만을 바라는 이들을 위해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는 주장입니다. 노동하지 않고 살아가기에 충분한 기본소득만 받으며 살아가는 이들이 대거 생길 것이라 예상합니다.

재정적인 문제

실험적 형태였던 이재명 시장의 기본소득은 약 43조 원의 재원을 필요로 했습니다. 부분적인 실험임에도 불구하고 어마어마한 비용 탓에 기본소득이 국민의 세금부담을 가중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습니다. 실제로 지난 대선 당시 대선 주자 중 누구도 시원하게 기본소득 재원마련에 답한 이가 없었습니다. 기본소득의 재정적 현실 가능성은 다음 콘텐츠에서 제대로 다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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