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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당 제보 조작 사건

지난 한달 간 정계를 시끄럽게 했던 국민의당 제보 조작 사건. '국민의당이 제보 조작을 해서 안철수 전 대표가 사과를 했다' 정도로만 사건을 이해하고 있는 분들이 많을텐데요. 도대체 무슨 사건인지 뉴스퀘어가 그 시작부터 천천히 정리해봤습니다.

국민의당 페이스북 페이지

국민의당 제보 조작 사건, 도대체 무슨 일이야?

짧고 간단하게 일단 한번 설명해보겠습니다

19대 대선을 나흘 앞둔 지난 5월 5일, 국민의당은 문재인 대통령의 아들 문준용 씨에 대한 취업 특혜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증거는 준용 씨의 미국 파슨스 디자인 스쿨 동료라고 주장하는 한 남성의 ‘말’이었는데요. 국민의당 당원 이유미 씨는 이 남성의 증언을 카카오톡 캡처 화면 및 녹음 파일 형태로 담아 이준서 국민의당 전 최고위원에게 전달했습니다. 이를 무기 삼아 국민의당은 남은 대선 기간 중 적극적인 네거티브 공방에 나섰습니다.

문재인 대통령 측은 국민의당의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습니다. 김성호 국민의당 공명선거추진단 수석 부단장과 김인원 부단장을 포함한 5명을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유포와 비방 혐의로 고발했는데요. 대선이 끝나고 이에 대한 본격적인 검찰 수사가 시작됐습니다.

조사가 한창이던 6월 26일, 국민의당 박주선 비상대책위원장은 뜬금없이 기자회견을 열어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지난달 5일 국민의당은 준용 씨의 미국 파슨스 스쿨 동료의 증언을 근거로 준용 씨의 고용정보원 입사 관련 당시 문 대통령의 개입 의혹‘을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당시 국민의당에 제보된 카카오톡 캡처 화면 및 녹음 파일이 조작된 것으로 밝혀졌다.”

증거를 조작한 인물은 당에 카카오톡 캡처 화면과 녹음 파일을 전달한 이유미 당원이었습니다. 검찰 수사가 본격적으로 진행되자 심리적 압박을 느낀 이 씨가 조작 사실을 밝힌 것인데요. 결국, 이 씨는 검찰에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긴급 체포됩니다.

국민의당이 주장한 그 의혹, 무슨 내용이었을까요?

한마디로 ‘문재인 당시 후보가 문준용 씨의 취업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내용이 녹음 파일에 담겨 있었습니다.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파슨스 입학 에세이도 대리 작성됐다는 소문이 있었으며, 영어실력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유학 생활을 해 힘든 생활을 했다.”

“아빠가 얘기를 해서 어디에 이력서만 내면 된다고 해 시키는 대로만 했다.”

“문준용이 자기가 쓴 게 아니고 가만히 있었는데 아버지가 쓰라고 해가지고 어딘지도 모르고 썼다.”

국민의당은 이 자료들을 바탕으로 문준용 씨가 한국고용정보원 취업에 특혜를 받았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국민의당이 인터뷰 질문자와 답변인의 신원을 명확히 밝히지 않았고, 자료를 어떻게 입수했는지 또한 공개하지 않아 진위 논란이 일었습니다. 또한, 문재인 캠프 측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당시 준용 씨의 동기 중 남성은 세 사람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문재인 캠프는 이 중 누구도 안철수 캠프 측과 인터뷰한 사실이 없다며 반박했습니다.

국민의당은 오히려 역풍을 맞았군요

맞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을 맹공격하던 국민의당은 난처한 상황에 부닥쳤죠. 당에 대한 여론 악화는 물론이고, 당직자 간 의견이 엇갈리며 내부 분열이 계속됐습니다. 일단 국민의당은 자체 진상조사팀을 구성해 진상을 파악하고, 결과에 따라 관련자들을 엄정 조치하겠다고 밝혔는데요. 그렇다면 그 결과는 어땠을까요?

국민의당이 내놓은 답은 “이유미 씨의 단독 범행”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유미 씨의 주장은 다릅니다. 당에서 지시를 내려놓고 ‘꼬리 자르기’를 한다는 것인데요. 더군다나 지난 12일 검찰이 이준서 전 최고위원을 구속하면서 국민의당 지도부와 의혹 사이에 어떤 연결 고리가 있는 건 아닌지 의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 상황에서 제보 조작 사건을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는 당의 행위가 적절하지 않았다는 비난도 거세졌습니다.

당시 국민의당 대선 주자였던 안철수 대표도 책임을 피하기 어렵지 않을까요?

아마도 그렇겠죠? 사건이 대중에게 알려진 지 16일 만인 지난 7월 12일. 두문불출했던 안철수 전 대표가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그 전까지 안 전 대표는 당시 대선 캠프의 총 책임자였음에도 불구하고 제보 조작 사건에 대해 어떠한 발언도 하지 않았습니다. 여당과 언론의 거센 비난이 이어졌죠.

긴 침묵을 깨고 안 전 대표가 국민에게 남긴 말은 ‘책임, 자숙, 성찰’이었습니다. 다만, 구체적으로 안 전 대표가 어떤 형태의 책임을 질 것인지 이야기하지 않아 오히려 추측만 난무하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이번 사건에 대한 정치적, 도의적 책임은 전적으로 후보였던 제게 있다.”

“정치인으로 살아온 지난 5년 동안의 시간을 뿌리까지 다시 돌아보겠습니다.”

“원점에서 제 정치 인생을 돌아보며 자숙과 성찰의 시간을 갖겠습니다.”

안 전 대표가 당 대표직을 가지고 있었다면 당 대표 사퇴 카드가 나왔을 테고, 국회의원이었다면 국회의원직 사퇴가 거론됐을 테죠. 하지만 현재 안 전 대표는 당 대표 신분도, 국회의원 신분도 아닌 그냥 ‘직업 정치인’입니다. 책임을 지고 무언가를 내려놓기에는 내려놓을 만한 것이 마땅치 않습니다. 안 전 대표가 모든 책임을 지고 ‘정계은퇴’를 선언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는 이 때문입니다. 내놓을 것이 ‘정치’ 밖에 없습니다.

안 전 대표는 검찰 수사의 윤곽이 잡힐 때까지 당분간 정치적 칩거에 들어갈 전망입니다. 검찰이 어떤 수사 결과를 내놓느냐에 따라 안 전 대표가 지고 갈 책임의 크기가 달라지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