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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그리는 영국

지난해 6월 브렉시트 결정 이후 세계의 주목을 받아온 영국입니다.
정확히 1년이 지났습니다. 브렉시트를 통해 스타 정치인이 된 보수당의 메이 총리는 EU와의 브렉시트 협상에서 협상력을 강화하기 위해 조기 총선을 실시했습니다. 그리고 참패했습니다. 하드 브렉시트를 주장해온 메이로서는 큰 타격을 받았습니다. 강력하게 EU에서 멀어져가던 영국에게 색다른 선택이었습니다. 영국인들의 총선 배경과 결과를 통해 그들이 어떤 영국을 그리고 있는 지를 알아보겠습니다.

키워드로 읽는 영국 총선

왜 갑자기 총선을?

영국의 이번 총선은 조기총선이었습니다. 원래대로라면 2020년에 치러졌어야 합니다. 이번 총선 이전 하원 의석수는 보수당이 330석, 노동당이 229석, 스코틀랜드 국민당이 54석이었습니다. 총 하원 650석인 영국의 의석수를 볼 때, 보수당은 이미 과반 정당이었습니다. 법안을 단독으로 처리할 수도 있는 규모죠.

메이 총리는 유럽연합과의 브렉시트 세부협상 전에 전 국민적 지지를 받고자 했습니다. 영국 정치권 내 이견을 줄여 정부의 협상력을 강하게 만들기 위해섭니다. 여론조사에서 노동당이 고전하고 있는 것도 한 몫 했습니다. 메이 총리는 압도적 승리를 예상하고 총선을 실시한 것이죠.

#1 브렉시트. 하드 or 소프트

(1) 하드 브렉시트 : EU에서 완전 탈퇴, 국경 통제권을 강화해 이민자 수를 제한. 분담금도 부담하지 않음

(2) 소프트 브렉시트 : EU는 탈퇴하지만 단일시장 내의 지위를 유지. EU 분담금을 부담

박문각 시사상식사전

보수당 메이 총리는 EU 단일시장과 관세동맹에서도 이탈하는 '하드 브렉시트'를 주장했습니다. 반면 노동당은 공약에서 브렉시트 결정은 존중 하지만 EU 단일시장과 관세동맹의 혜택을 유지하는 '소프트 브렉시트'를 주장했습니다.

노동당은 일정부분 EU에 분담금을 내더라도 EU시장에서 완전히 떠나지 않겠다는 겁니다. 반면 보수당은 깔끔하게 EU를 나와서 고립주의를 택하겠다는 겁니다. 물론 영국 내 입장과 상관없이 EU측에서는 ‘소프트 브렉시트’에 대해 부정적입니다. ‘하드 브렉시트’ 또는 ‘노 브렉시트(브렉시트 취소)’만 있다는 겁니다.

이는 청년 투표의 결과라고 해석되기도 합니다. 영국의 18~24세 청년층 투표인단 등록자 수는 100만명에 달해 투표율이 1997년 이후 가장 높은 68.7%를 기록했습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브렉시트에 반대한 청년들이 127만표 차이로 결정난 ‘EU 탈퇴’에 반발해 투표장으로 갔다”고 보도했습니다. 지난해 브렉시트 국민투표에서 나타났던 젊은 층의 반발이 그대로 이번 총선에 반영된 겁니다.

#2 치매세(dementia tax)

보수당은 이번 총선에서 노인들의 요양비와 관련한 사회복지제도 개혁을 내세웠습니다. 보수당은 소득기준을 10만 파운드로 올리고, 보유주택 가치까지 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돈벌이가 없어도 10만 파운드(현 시세로 1억 5천 만 원 정도) 넘는 집에 사는 노인은 정부 지원에서 제외 되는 거죠. 사실상 복지의 대상을 줄이겠다는 정책이었습니다.

노동당은 즉각 이를 '치매세'라고 이름 붙였습니다. 주로 집에서 요양해야 하는 치매 노인들이 이 정책의 직격탄을 맞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보수당의 전통적 지지층인 노인들 사이에서도 반발이 나온 이윱니다. 노동당과 보수당의 지지율차이는 20%정도였지만 이 공약이 발표된 직후 8%까지 줄어들었습니다. 그야말로 보수당의 실책인 거죠.

#3 헝의회(hung parliament)

헝의회 : 어느 정당도 과반 의석을 차지하지 못한 의회 상태. 단독으로 법안을 처리할 수 없다. 따라서 불안하게 매달려있다(hung)는 의미로 헝의회라고 불림

박문각 시사상식 사전

총선결과 메이의 보수당은 317석(-13석), 코빈의 노동당은 262석(+30석), 스코틀랜드 국민당은 35석(-21석) 등을 차지했습니다. (괄호 안은 총선 전과 비교해 의석 변화)

영국은 의원내각제 국가입니다. 따라서 과반이 넘는 정치세력에서 정부를 구성할 수 있습니다. 장관들을 비록한 내각과 총리까지 모두 구성할 수 있죠. 보수당은 이전에 과반을 차지했기에 독자적으로 정부를 구성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총선으로 과반이 깨져버렸습니다. 또한 어느 정당도 과반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만약 노동당의 코빈이 다른 소수 정당들이랑 연대하여 과반이 넘는 연합세력을 만든다면 메이는 총리 직을 내주고 물러나야 합니다. 보수당으로선 집권을 위해선 부족한 9석 이상을 소수 정당과 연대를 통해 채우는 수 밖에 없습니다. 이를 위해선 정치적 협상도 필요합니다. 인사나, 정책 등의 부분에서 합의가 필요하죠. 또한 언제든 연합이 깨지고, 다른 과반 세력이 등장할 수도 있습니다. 불안정한 형태의 ‘헝 의회’가 된 겁니다.

영국과 유럽연합(EU) 27개국 간 브렉시트 협상은 6월 19일 시작됩니다. 이번 총선 참패로 사퇴위기까지 몰린 메이 총리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