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공영제는 공평한가

19대 대선 출구조사 직후 심상정 정의당 후보실에는 후원금 문의가 빗발쳤습니다. 10% 득표율에 실패하면 선거보조금을 한푼도 보존 받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기회 평등의 원칙에 따라 지급되는 선거보조금이지만, 후보 간 불평등을 심화시킨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선거비용이 선거에 미치는 영향이 어느 정도인지 살펴보겠습니다.

PRO401(K) 2012, flickr (CC BY)

‘쩐의 전쟁’이 선거에 미치는 영향

대선에 쓰이는 비용은 어느 정도?

대통령 선거에는 평균적으로 후보 1명당 수백억 원의 선거자금이 필요합니다. 지난 18대 대통령 선거에서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후보는 약 479억 원, 문재인 당시 민주통합당 후보는 약 485억 원을 사용했다 밝혔습니다. 여기에 당 후보로 선출되기까지의 비용은 별도로 추가됩니다.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는 당내 경선 비용으로 12억 원, 문재인 후보는 7억 원을 썼다고 신고했다고 합니다.

물론 후보자들의 과도한 지출을 방지하기 위한 ‘제한액’도 있습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19대 대통령 선거의 후보 1명당 선거비용 제한액을 509억9400만 원으로 책정했습니다. 이는 정부에서 받는 선거보조금(421억 원)보다 많은 액수에 해당합니다.

다들 선거비용 어디서 구하니?

선거에 드는 비용을 충당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국고로 소속 정당에 나눠주는 ‘선거보조금’과 후보 자비와 당의 자금, 각종 후원금과 선거 펀드 등으로 충당되는 방식입니다. 이 중 일부는 선거가 끝난 후 득표율에 따라 사용한 비용을 국고에서 돌려받습니다.

우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지급하는 ‘선거보조금’. 이번 대선에 선관위는 대선 주자를 선출한 당에 421억4200만 원의 선거보조금을 배급했습니다. 의석수에 따라 지급되기에 더불어민주당은 약 124억 원으로 지원금이 가장 많았습니다. 자유한국당은 약 120억, 국민의당은 약 86억, 바른정당은 약 63억, 정의당은 약 27억 원을 지원받았습니다.

다음은 각 당 대선 주자들이 직접 모으는 후원금입니다. 1인당 약 50억 원까지 모을 수 있습니다. 정치자금법에 따라 대통령 후보나 정당의 대통령 경선 후보가 후원회를 통해 모금할 수 있는 금액은 선거비용 제한액의 5%에 해당하는 금액입니다. 올해 19대 대선 선거비용 제한액의 5%는 약 25억 원이었습니다. 또한 경선에서 이겨 당의 대표 주자가 되면 추가로 5%를 모집할 수 있습니다.

선거 펀드를 활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후보자들이 선거비용 마련을 위해 국민에게 선거 자금을 빌리는 것입니다. 여기 투자한 국민은 선거가 끝난 뒤 이자와 함께 투자금을 돌려받을 수 있습니다. 지난 18대 대선에서 박 전 대통령은 ‘박근혜 약속 펀드’로 250억 원을 모았고, 문 전 대표는 ‘담쟁이 펀드’로 300억 원을 모았습니다.

모금 방법은 많아 보이지만, 사실상 대선 주자들은 빚 없이 선거를 치르기 힘든 사정입니다. 득표율이 높은 경우엔 그나마 다행입니다. 정부는 대선에서 후보자가 당선되거나 15% 이상 득표율을 기록하면 선거비용의 전액을 보전해줍니다. 10~15% 미만의 득표를 했을 때는 선거 비용의 절반을, 10% 미만은 한 푼도 보전받을 수 없습니다. 앞서 밝힌 정의당 심상정 후보가 5.9%로 한 푼도 보전받을 수 없자 후원금 문의가 빗발친 이유입니다.

선거보조금 지급부터... 부익부 빈익빈 현상?!

대선 전에 지급되는 선거보조금 지급 기준은 ‘정당별 의석수 비율’입니다. 자연스레 국회의원 수를 많이 보유한 당의 대선후보가 많은 선거보조금을 받는 구조입니다. 쉽게 이해하기 위해 전통 보수당과 신생 보수당인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와 바른정당의 유승민 후보를 예로 들어 비교해보겠습니다.

201040387 700 자료 출처 = SBS뉴스

자유한국당이 정부로 받는 선거보조금은 120억579만 원입니다. 여기에 홍 후보의 개인 재산은 25억5554만 원. 이에 반해, 바른 정당은 자유한국당에서 분리돼 나온 신생 정당입니다. 당에 속한 국회의원도 33명뿐입니다. 의석수가 적기 때문에 선관위로부터 받을 수 있는 선거 보조금도 63억68만 원에 불과합니다. 유 후보의 개인 재산은 48억3612만 원. 유 후보의 전 재산에 당의 선거 보조금을 모두 더해도 (63억68만+48억3612만=)110억 원으로 자유한국당의 선거보조금(약 120억)보다 부족한 액수에 해당합니다. 선거 막판에 바른정당 국회의원 13명이 자유한국당으로 옮긴 건 이 때문입니다. 유 후보가 10%를 넘기지 못하면 정부로부터 한 푼도 보전받을 수 없기에, 당원들이 부족분을 채워야 하기 때문입니다.

같은 이유로 선거비용 마련의 문제는 도미노처럼 일어납니다. 지지율이 낮은 대선 주자들은 후원금이나 선거 펀드로 돈을 모으기 쉽지 않습니다. 지지자들과 투자자들은 낮은 지지율의 후보자가 정부로부터 돈을 보전받기 어렵다는 점을 잘 알기 때문입니다. 소수 정당의 후보들은 소수 정당이라 다수당보다 국가로부터 받는 선거보조금에 밀리고, 지지율이 낮아 후원금이나 펀드도 받지 못하는 이중고에 시달리게 됩니다.

선거비용이 선거에 미치는 영향은 어느 정도야?

선거비용은 후보자들의 노출빈도를 결정짓습니다. 선거비용 중 70%가량이 방송, 신문광고, 유세차량 제작 등 홍보 비용으로 쓰입니다. 나머지는 인건비를 비롯해 선거사무소 운영비 등으로 지출됩니다. 구체적인 비용으로 따지면 약 200억 원 안팎이 TV와 라디오를 이용한 홍보에 투입됩니다. 유세 차량 비용도 만만치 않습니다. 1대당 약 2,500만 원이 듭니다.

실제 이번 대선에서도 다수 정당과 소수정당의 선거비용 활용은 두드러진 차이를 보였습니다. 400억~500억 원 가량을 사용할 방침으로 알려진 정당들과 달리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와 정의당 심상정 후보 측은 각각 약 90억 원, 50억 원을 지출할 계획이라 밝혔습니다. 선거 유세의 절약 형태는 곳곳에서 나타났습니다. 두 당은 공보물 페이지 수부터 줄였습니다. 다른 후보들이 16페이지를 꽉꽉 채워 만든 공보물을 절반으로 줄인 8페이지로 제작했습니다. 큰 돈이 들어가는 인터넷 포털 사이트 배너 광고는 시도조차 못 했습니다. TV 광고 역시 선거법상 30번 방영할 수 있지만 유 후보는 24번, 심 후보는 20번 이하로 조정했습니다.

선거공영제, 정말 공평한 걸까

선거공영제
선거에 필요한 비용을 후보자나 정당에 부담시키지 않고 국가가 보전해주는 제도. 경제력에 따라 정치 참여 기회에 차별이 있으면 안 된다는 취지.

헌법 116조에는 “선거운동은 각급 선거관리위원회의 관리하에 법률이 정하는 범위 안에서 하되 균등한 기회가 보장되어야 한다”며 “선거에 관한 경비는 법률이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정당 또는 후보자에게 부담시킬 수 없다”고 규정했습니다. 비용 부담을 최대한 낮춰 국가가 국민의 정치 참여를 보장하겠다는 의미입니다. 그래서 정부는 대통령·국회의원·자치단체장·지방의원·교육감 등의 공직 후보자를 뽑는 선거 비용을 지원합니다.

평등을 강조하는 선진국들은 선거보조금 지급을 위해 얻어야 하는 득표율 장벽이 낮은 편입니다. 결선투표제를 시행하는 프랑스의 경우, 대선 1차 투표에서 유효 투표수의 5% 이상 득표한 후보는 선거 비용 한도의 절반을 보전받습니다. 캐나다 국회의원 선거의 경우, 전체 유효 투표수의 2%를 득표하거나 선거구에서 유효 투표의 5%를 확보하면 선거비용의 절반을 보전해줍니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는 비용을 감당할 여력이 되지 않는 정당이나 후보자는 선거 출마를 포기하게 되는 현상이 벌어지게 됩니다.

정부는 무분별한 선거 후보 지원을 막기 위해 득표율비용 보전 득표율 기준을 높였다고 합니다. 하지만 자금력이 부족한 신생정당이나 청년 후보의 정치권 진입을 막는 ‘반쪽짜리 선거 공영제’라는 비판도 많습니다. 보다 평등한 선거환경을 위해 고민이 필요한 시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