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소통의 득과 실

전화보다 메신저를 더 선호하는 사람들. SNS를 통해 아는 사람은 많아졌지만, 더 외롭고 공허해진 사람들. 나아가 누군가를 대하는 것에 대해 점점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들. 과연 디지털 기기의 발달이 우리에게 준 것은 무엇이며 빼앗아간 것은 무엇일까?

풍요로운 소통 기회, 부족해진 소통 능력

손가락으로 소통하는 시대

디지털 시대에는 손가락이 소통의 주체입니다. 미래창조과학부가 2015년 발표한 ‘인터넷 과의존 실태조사’에 따르면 스마트폰 사용자의 97.6%가 메신저를 가장 많이 사용한다고 합니다. 또한, 하루평균 모바일 메신저 이용시간은 1.3시간, SNS 이용시간은 2.7시간으로 나타났습니다. 타 설문조사에서 직장인의 2명 중 1명은 10분도 대화를 하지 않으며, 부부 세 쌍 중 한 쌍은 대화시간이 30분 미만으로 나타난 것과 비교했을 때, 디지털기기를 통한 대화시간이 오프라인을 넘어서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사람이 페이스북에서 댓글을 달고 카카오톡으로 대화를 나눕니다. 메신저와 SNS를 통해 다양한 사람들과 실시간으로 상호작용을 합니다. 모든 것이 연결돼있는 초연결사회에서 누군가와 소통한다는 것은 굉장히 쉬운 일입니다.

하지만 편리해진 소통방식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혼자가 되고 있습니다. 혼자 밥을 먹고, 혼자 영화를 보는 것이 하나의 트랜드로 자리 잡았습니다. 최근에는 새로운 사람과 관계를 맺는 것에 회의감을 느낀다는 뜻의 ‘관태기’(관계+권태기)라는 신조어도 생겨났습니다. 타인과의 연결은 이전보다 더 쉬워졌는데 왜 사람들은 인간관계에서 불편함을 느끼게 된 것일까요?

넓고 활발해진 소통

앞서 언급한 것처럼 디지털 시대에서 서로 간의 커뮤니케이션은 더욱 활발해졌습니다.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아무 때나 연락이 가능해졌고, 동시에 여러 사람과의 소통도 가능해졌습니다.

덕분에 우리는 다양한 연령, 국적이 다른 사람과 생각을 공유할 수 있게 됐습니다. 출퇴근길에 지구 반대편에서 일어난 일을 접하고, 방안에서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사람과 채팅을 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자신의 주변에서 벌어지는 것보다 더 많은 일을 인터넷을 통해 간접적으로 경험하게 됐습니다.

하버드대 심리학 교수인 스티븐 핑커는 긴밀해진 연결망으로 인간의 공감 능력은 더욱 향상될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는 우리의 삶이 서로 촘촘히 연결돼 있다는 것을 알고, 다른 사람들을 낯설게 대하는 대신 더 잘 공감하고 타인의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볼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넓어진 만큼 얕아진 관계

이처럼 온라인에서의 만남은 더욱 풍부해지고 편리해졌지만, 그만큼 피상적이고 느슨한 형태의 인간관계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또한, 주변에서 친구를 만나고 있을 때도 핸드폰을 사용하는 풍경을 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물리적으로 같은 공간에 있지만, 심리적으로는 다른 곳에 가 있는 것입니다. 미국 MIT 사회심리학자인 셰리 터클은 이러한 모습을 보고 “함께 있지만 따로 있는”(Alone Together) 상태라고 말합니다. 한 설문조사에서 65.9%의 사람들이 디지털기기를 사용하면서 지인과의 대화시간이 줄어든 것 같다고 밝혔습니다. 소통의 기회는 늘어났지만 정작 주변 사람과의 관계에는 소홀해지고 있는 것입니다.

비언어적 소통이 부족한 디지털 세대

디지털 세대는 문자 위주의 소통에 익숙합니다. 하지만 문자에는 표정, 행동, 목소리 등이 담겨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문자 메시지에 익숙해진 사람은 비언어적인 메시지를 해독하는 능력이 떨어집니다.

UCLA 사회심리학과 교수인 앨버트 머레이비언은 상대방과 커뮤니케이션을 할 때 언어적인 부분은 7%에 불과하다고 말합니다. 오히려 비언어적인 부분인 청각(목소리, 음색 등)과 시각(몸짓, 표정 등)이 93%로 더 큰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메라비언의 법칙’이라고 불리는 이러한 연구결과는 소통하는데 있어 언어보다 비언어적인 부분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그래서 문자 메시지만으로는 상대방의 감정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이모티콘을 사용한다고 해도 그것은 감정이 지나치게 과장되거나 축소되어 나타나기 때문에 한계가 있습니다. 이러한 결핍은 커뮤니케이션 과정에서 상대방에 대한 오해를 가져올 수도 있습니다. 나아가 비언어 해독능력의 저하로 상대방과 직접 대면 시 소통의 어려움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사람, 관계없이 살 수 없는 존재

언론에서는 혼술, 혼밥, 관태기 등의 현상은 1인 가구의 증가 및 경제적인 요인 등이 원인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디지털 기기의 사용시간이 늘어감에 따라 공감 능력이 약화되는 것도 하나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공감 능력이 떨어지면 소통에 어려움을 겪게 되기 때문입니다.

<인간은 과소평가 되었다>의 저자 제프 콜빈은 책에서 인공지능과 비교했을 때 인간이 가질 수 있는 가장 큰 강점은 공감 능력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앞서 긴밀해진 연결로 인해 타인과 더 잘 공감할 것이라는 스티븐 핑커 교수의 말과 달리, 제프 콜빈은 직접적인 상호작용은 줄어들고 화면을 들여다보며 보내는 시간은 갈수록 늘어가고 있으며, 동시에 공감 능력을 점점 잃어가고 있다고 말합니다.

노스캐롤라이나 대학의 스티븐 포지스 교수도 얼굴을 마주 보고 대화를 나누며 공감 능력을 활용하지 않으면 관련 기능이 쇠퇴한다는 연구결과를 제시했습니다.

10중 6명은 디지털 시대를 사는 것은 축복이라고 말합니다. 분명 디지털 기술의 발달은 소통의 기회를 넓혀주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주는 편리함에 익숙해져 인간의 가진 중요한 능력인 공감 능력을 잃어서는 안 됩니다. 조금 불편하고 어색하더라도 네모난 액정 밖을 벗어나 앞에 앉은 사람에게 집중할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