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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그리는 프랑스

프랑스 대선은 전세계적으로 많은 관심을 모았습니다. 극우 후보 르펜이 인기를 끌었고, 프렉시트(Frexit)를 예상하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프랑스는 꽤나 오랜 기간 극단적 이슬람주의 테러와 난민 문제로 고통받아왔습니다. 그래서 르펜의 선전은 어쩌면 당연해 보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결선투표에서 당선된 건 '앙 마르슈' 소속의 마크롱이었습니다. 그는 반 극우 기조를 유지했습니다. 극단적이지 않은 것만이 당선의 이유는 아닙니다. 여러가지 정치적 상황들이 겹쳐있습니다. 39살의 프랑스의 최연소 대통령 마크롱. 그를 뽑은 프랑스인들. 그들이 그리는 프랑스를 알아봅시다.

키워드로 읽는 프랑스 총선

6월 19일, 프랑스 총선 결과가 나왔습니다. 프랑스는 결선투표제 국가입니다. 6월 11일 1차 투표가 실시되었으며, 1차 투표에서 과반을 득표한 후보자가 있는 지역구는 당선을 확정했죠. 과반을 득표한 후보자가 없는 지역구는 12.5 % 이상을 득표한 후보들을 대상으로 결선 투표를 실시했습니다. 그 결과 마크롱 대통령이 이끄는 ‘레퓌블리크 앙마르슈(전진하는 공화국)’가 압승을 거뒀습니다. 신생 여당이 과반 정당이 되었죠. 이 놀라운 결과는 어떻게 읽어낼 수 있을까요?

키워드 하나, 압승

앙마르슈는 전체 577석 중 308석을 차지했습니다. 단 한 개의 의석도 없었던 원외 정당이 단숨에 과반정당이 된 거죠. 앙마르슈와 연정을 하고 있는 ‘민주운동당’도 42석을 차지해, 둘을 합하면 350석에 이릅니다. (민주운동당은 연합 정부(연정)을 구성하는 대신, 장관자리를 일부 얻었습니다.) 단독으로 법안을 처리할 수 있는 수준입니다. 마크롱 대통령 손에 행정부와 입법부가 모두 들어온 거죠. 기존 집권당 ‘사회당’은 30석(-250석)으로 ‘공화당’은 112석(-82석)으로 크게 줄어들었습니다. 기존 양대 정당의 몰락입니다. 특히나 직전 집권 여당이었던 사회당은 창당 48년 만에 군소정당이 되어버렸습니다. 사실, 대선 때부터 이미 사회당의 몰락은 예견되었습니다. ‘데가지즘’(앞선 스토리를 참고) 열풍이 불며 대선 결선투표에 올랐던 두 후보가 모두 양대 정당 소속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더군다나 마크롱 대통령의 전임자 ‘올랑드’ 대통령은 무능과 경제 침체, 테러 등으로 지지율이 역대 최저 수준인 4%까지 곤두박질쳤습니다. 그 여파가 고스란히 총선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키워드 둘, 앙마르슈!

마크롱 대통령은 ‘구 체제 타도’를 뜻하는 ‘데가지즘’을 통해 당선되었습니다. ‘앙마르슈’도 같습니다. 428명을 공천했는데, 절반을 정치 신인으로 공천했습니다. 또한 절반을 여성으로 공천했습니다. 나이도 24세부터 72세까지 다양합니다. 공천된 인물들의 면면도 새롭습니다. 남성 수학자, 여성 투우사등 다양합니다. 몇몇을 살펴보죠.

  • 세드릭 빌라니(44) : 빌라니는 2010년 수학계 노벨상으로 불리는 ‘필즈상’을 수상한 수학자입니다. 70%에 가까운 지지율로 파리 남부 에손느 선거구에서 무난히 당선됐습니다.

  • 무니르 마주비(33) : 모로코 이민자 가정에서 자란 정보기술(IT) 청년사업가입니다. 사회당 텃밭인 파리 제19선거구에서 사회당 거물을 꺾었습니다. 그는 마크롱 정부에서 디지털 장관을 맡은 최연소 각료이기도 합니다.

  • 에르브 베르비유(27) : 르완다에서 태어난 베르비유는 1994년 학살 때 부모를 잃고 4세 때 프랑스 가정에 입양됐습니다. 베르비유는 영국 런던정경대(LSE)에서 개발경제학으로 석사 학위를 받고 모잠비크와 케냐에서 일한 경제학자입니다. 다민족 국가이지만 소수인종 국회의원이 2%뿐인 프랑스에서 ‘변화의 상징’이 될 인물입니다.

전통적인 사회 주류들, 정치관련 그랑제꼴(최 상위 대학)을 졸업한, 백인 남성이 아닌 사람들이죠. 앙마르슈는 참신함으로 프랑스 국민들에게 어필했습니다.

키워드 셋, 과대 대표

하지만 마크롱 대통령의 앞날이 마냥 낙관적인 건 아닙니다. 이번 결선투표는 역대 최저(43%) 투표율을 기록했습니다. 프랑스 국민의 정치 환멸은 깊어진 겁니다. 낮은 투표율을 고려하면 전체 유권자의 15%가량만 앙마르슈를 지지한 셈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일각에선 과대 대표되었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고작 15%만 ‘앙마르슈’에 표를 던졌는데, 60%의 의석을 가져갔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마크롱 대통령은 야권과 여론의 반발에 부딪힐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시 투표를 했을 때 얼마든지 뒤집힐 수 있기 때문입니다.

대규모 시위도 준비 중입니다. 마크롱 대통령은 ‘친기업’ 성향입니다. 그는 노동개혁을 얘기합니다. 마크롱을 따르는 ‘앙마르슈’의 총선승리가 확실시 되자, 주요 노조와 시민단체들은 일찌감치 대규모 집회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노동법 개정에 반대하는 사회주의전선(FS) 등은 도심 집회를 개최하는 등 단단히 벼르고 있습니다. 마크롱 대통령과 앙마르슈가 과연 그들의 이름대로 ‘전진’할 수 있을지 궁금해집니다.

‘앙마르슈’의 의석이 정치나 공직 경험이 전혀 없는 신인들이 대다수라는 점도 걱정되는 요인입니다. 우리나라도 '앙마르슈'와 비슷한 사례가 있었죠. 바로 노무현 대통령 때의 열린우리당입니다. 열린우리당은 47석으로 탄생한 작은 정당이었습니다. 하지만 총선에서 압승을 거뒀고 152명으로 과반을 차지했죠. 당시 그중 108명은 초선이었습니다. 당시 갑자기 늘어난 초선들이 통제가 안 된다며 108번뇌당이라고 놀림 받기도 했습니다. 과연 앙마르슈는 갑자기 늘어난 308석을 잘 이끌어 나갈 수 있을까요? 그들의 행보가 궁금해집니다.

키워드로 읽는 프랑스 대선

올해 5월 세계가 주목한 두 개의 큰 정치 이벤트가 있었습니다. 하나는 우리나라의 대통령 선거였습니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프랑스였습니다. 두 선거가 주목 받은 이유는 민주주의에 대한 고민 때문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민주주의는 위기입니다. 민족주의와 인종차별, 혐오가 떠오르고 있습니다. 영국의 브렉시트와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이 시작이었습니다. 프랑스에선 39살의 젊은 대통령 '마크롱'이 당선되었습니다. 극우 후보를 막았다는 데 세계가 많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서방세계의 극우 흐름 속에서 다른 선택을 한 프랑스엔 무슨 이유가 있었을까요?

키워드 하나. 데가지즘

데가지즘(dégagisme)은 ‘구체제의 청산’을 뜻하는 프랑스어입니다. 2011년, 북아프리카 튀니지에서 일어난 '아랍의 봄' 시위에서 유래했습니다. 튀니지 사람들은 독재타도를 요구하며 구호(dégager: 물러나라)를 외쳤습니다. 데가지즘을 프랑스 대선에 가져온 건 좌파 정치인 멜랑숑였습니다. 프랑스 좌파당 후보 장 뤼크 멜량숑은 기존 정치를 비판해 인기를 끌었습니다.

프랑스 정치지형은 우리와 비슷합니다. 중도 좌파 ‘사회당’과 중도 우파 ‘공화당’이 양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양당 체제는 프랑스 사람들에게 지지받지 못했습니다. 여론조사에서 기성 정당을 신뢰한다고 답한 프랑스 유권자는 11%에 불과했습니다. 지난 30여 년간 이어진 저성장과 높은 실업률, 국제무대에서의 프랑스의 위상 약화 등이 불러온 결과입니다. 기존 정치권력에 책임을 묻는 것이죠.

프랑스 대통령 선거는 결선투표제입니다. 1차 투표에서 과반 넘게 득표한 후보가 없다면 1, 2등 후보만으로 2차 투표를 실시합니다. 이번 결선투표에 올라간 두 후보는 르펜과 마크롱였습니다. 르펜은 '국민전선(FrontNational)', 마크롱은 '앙마르슈'('전진'이라는 뜻) 소속입니다. 사회당과 공화당이 아닙니다. 결선투표에서 양대 정당 출신이 아닌 후보들이 맞붙는 건 전례가 없습니다. 프랑스 대선을 관통하는 첫 번째 키워드가 ‘데가지즘’인 이윱니다.

키워드 둘. 공화국전선

공화국 전선(Front republicain)은 프랑스 특유의 정치현상입니다. 극우세력의 집권을 저지하기 위해 제반 정치세력이 연대하는 겁니다. 프랑스는 제 2차 세계대전 당시 4년간 나치에 지배당했습니다. 끔찍했던 ‘극우 악마’의 기억은 아직도 강렬하게 남아있습니다. 이념과 지향을 떠나 극우에 대해선 함께 막아서는 특유의 정치 현상이 존재하는 이윱니다.

결선투표에서 마크롱과 맞붙은 국민전선(FN)의 르펜은 반(反) 세계화, 반 유대인, 반 이슬람, 반 이민, 반 유럽연합(EU)을 공언했습니다. 이 때문에 양대 정당인 사회당과 공화당을 포함한 각계 인사들이 마크롱 지지를 표명했습니다. ‘공화국 전선’의 등장입니다. 2002년 대선에서도 ‘공화국 전선’이 작동한 적 있습니다. 흥미롭게도 이때의 주인공은 르펜의 아버지 장 마리 르펜입니다. 그 또한 극우 정치인입니다. 장 마리 르펜은 결선 진출에 성공 했습니다. 하지만 당시에도 '공화국 전선'이 작동해 82 대 18의 압도적 표차로 중도우파 시라크에게 패했습니다.

이번에도 ‘공화국 전선’은 유효했습니다. 마크롱은 도시, 농촌과 직군을 가리지 않고 전 지역ㆍ계층에서 르펜을 이겼습니다. 르펜은 FN의 거점인 북부 지역과 난민 문제에 민감한 남부 일부 해안도시에서만 강세를 보였습입니다.

키워드 셋. 코아비타시옹

대선은 끝났지만 마크롱은 승리에 취해있을 시간이 없습니다. 6월 11, 18일에 국회의원 총선거가 있습니다. 총선에서 얼마나 의석을 확보하느냐에 따라 마크롱 행정부의 운명을 결정하게 됩니다. 집권여당 ‘앙 마르슈’는 현재 단 한 석도 없는 정당입니다. ‘앙 마르슈’가 절반에 가까운 의석을 얻을 것이라는 예측도 나옵니다. 양대 정당이 무너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편으론 1차 투표 결과를 토대로 다자구도가 형성 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옵니다. 1차 투표당시 마크롱은 24.01%, 르펜은 21.3% 피용(공화당)은 20.01%, 멜랑숑(좌파당)은 19.58%, 아몽(사회당) 6.36%를 달성했기 때문입니다. 상위 두 후보가 결선투표에 진출 했지만 네 명의 후보 간 큰 차이가 없었습니다.

‘코아비타시옹’이 될 거라는 말이 나옵니다. 코아비타시옹(cohabitation)은 ‘동거’를 뜻하는 프랑스 어입니다. 프랑스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이원집정부제를 택하고 있습니다. 프랑스도 대통령이 총리를 지명합니다. 하지만 보통 대통령이 외치를, 총리는 내치를 담당합니다. 총리가 수행하는 정책에 의회는 강력하게 반대할 수 있습니다. 의회가 내각을 불신임하면, 여당은 국회의원 재선거와 같은 큰 정치적 부담을 안아야 합니다. 그렇기에 프랑스식 이원집정부제에서 여당이 소수일 때는 의회의 다수를 차지하는 야당에 권력을 나눕니다. 총리와 의회가 원활히 소통하도록 야당 소속의 총리를 임명합니다. 이러한 형태를 코아비타시옹이라고 합니다.

마크롱이 승리했지만, 르펜이 되살린 극우의 불씨는 꺼지지 않았습니다. 르펜은 결선에서 졌지만 33.9%로 1000만명 이상의 지지를 받아 대중정당으로 발돋움했습니다. 또한 르펜도 마크롱도 싫다는 프랑스 사람들의 목소리도 매우 컸습니다. 기권율이 1969년 이후 최대치인 25.3%를 기록했습니다. 마크롱의 앞날이 순탄해보이지 않는 이유입니다. 6월에 있을 총선의 결과가 궁금해집니다. 마크롱과 프랑스는 앞으로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요?

키워드로 읽는 마크롱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5월 17일 내각 인선을 발표했습니다. 좌파, 우파, 중도 및 시민사회 출신이 고루 섞였습니다. 남녀도 같은 수로 맞췄습니다. 마크롱이 ‘좌우 어느 쪽도 아니다’를 내세워 당선되었다는 걸 잘 보여주는 듯합니다. 하지만 한편에선 상위 5개 부처 인사 중에선 국방부 장관만이 여성이라는 비판도 있습니다. 총리와 경제장관이 모두 공화당이라 경제는 오른쪽에 치우쳤다는 말도 나옵니다. 마크롱의 구상이 궁금해집니다. 뉴스퀘어는 마크롱을 통해 그가 그리는 프랑스를 알아보겠습니다.

Macron
에마뉘엘 장미셸 프레데릭 마크롱(Emmanuel Jean-Michel Frédéric Macron)

키워드 하나. 엘리트

마크롱은 프랑스 북부 아미앵의 유복한 집안에서 태어났습니다. 부모님이 모두 의사였죠. 파리의 명문 앙리4세 고교를 졸업했습니다. 파리 10대학에서 철학으로 박사과정(DEA)까지 수료했습니다. 이후 프랑스 엘리트의 산실인 파리정치대학(시앙스포)을 거쳐 국립행정학교(ENA·에나)를 졸업했습니다.

프랑스는 ‘그랑제꼴’이라는 엘리트 교육시스템을 가지고 있습니다. 평등한 일반 대학 위에 따로 상위 2%정도가 들어가는 교육시설입니다. 마크롱이 나온 파리정치대학과
ENA는그랑제꼴(250여개) 중에 최고로 꼽힙니다. 프랑스 중앙 정치계엔 파리정치대학-ENA를 함께 수료한 인물들이 대다수를 차지합니다. 우리로 본다면 서울대-국가고시와 비슷한 엘리트 코스라고 볼 수 있습니다. 마크롱은 프랑스 정치 엘리트의 전형적인 코스를 밟았습니다.

이 같은 이력은 마크롱에게 큰 힘이 되었습니다. 그가 올랑드 전 대통령의 보좌관 생활을 한 것도, 그 이후 경제 장관이 된 것도 파리정치대학-ENA 이력이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올랑드 또한 파리정치대학-ENA 출신입니다.) 이번 대선에서 '공화국 전선'이 마크롱에게 유리하게 작용한 것도 마찬가지 이유입니다.

키워드 둘. 친(親) 기업

마크롱은 학업을 마친 뒤 재무부 금융 조사관으로 잠시 일하다가 대형 투자은행인 로스차일드로 이직해 투자 은행가로 성공했습니다. 프랑스는 물론 유럽에서 손꼽히는 M&A 전문가로 성장했는데, 2009~2013년 그가 신고한 소득은 280만유로(34억6000만원)에 달합니다. 마크롱은 이후 2014년부터 2년간 경제 장관으로 일했습니다. 당시 ‘마크롱법’을 입안했는데요. 이 법은 주요관광지에서 일요일 영업을 허용하는 내용입니다. 노동권이 강한 프랑스에서는 상당히 개혁적인 법안입니다.

마크롱의 성향은 그대로 정책에 드러납니다. 마크롱의 대선 공약은 다음과 같습니다.

  • 노동 유연화를 통해 고용과 해고를 용이하게

  • 법인세 감면과, 기업 활동 규제 완화를 통해 경제 활성화

  • 노동 시간, 임금 등에 관한 노사 협상을 산업별(금속노조, 철도노조 등)협상이 아닌 각 기업 자율로

마크롱의 정책에 프랑스 노동계는 우려를 표하고 있습니다. 당선 이후 벌써 노동 개혁을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열렸고, 주요 노동조합들이 줄이어 우려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프랑스노동총동맹(CGT)은 당선 하루 뒤인 8일부터 파리 시내에서 화염병이 던지며 시위를 벌이고 있습니다. 로맹 알트만 CGT 대표는 “임기 초라고 예의를 지킬 기간도, 휴전 기간도 없을 것”이라며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프랑스는 대표적으로 노동권이 강한 국가 입니다. 때문에 노동개혁은 매번 좌절되곤 했습니다.

키워드 셋. 친(親) EU

마크롱은 프랑스 경제 활성화와 외교 안보 강화를 위해 EU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경제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과 EU 단일시장 강화를 강조합니다. EU를 통한 타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도 필수적이란 입장입니다. 바이(Buy) 유럽법’을 도입하겠다는 공약을 내걸기도 했습니다. EU 기관들이 물품을 구입할 때 유럽산을 우선시 하게 만들겠다는 겁니다. 즉 EU라는 단일 시장을 통해 전세계와 자유무역을 하지만, 유럽이 손해 보지 않도록 방어적인 형태를 취하겠다는 뜻입니다. 얼핏보기엔 트럼프와 비슷한 점이 보입니다. 친 기업에 방어적 FTA를 주장하기 때문입니다.

안보
솅겐조약(EU 회원국 국경 개방)을 유지하되 EU 외부 국경 경비를 강화하자고 주장합니다. 난민 포용 정책도 약속했습니다. 다만 '보호'가 필요한 난민들은 수용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라면 지체 없이 추방 조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최근 유럽은 경제위기로 인해 반EU 여론이 들끓었습니다. 그 결과가 '브렉시트'로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이번 프랑스 대선에서도 '프렉시트(프랑스의 EU 탈퇴)'를 주장하는 르펜이 결선투표에 진출했습니다. 이에 많은 유럽인들이 걱정했습니다. 하지만 친 EU를 천명한 마크롱이 당선되어 한 숨 돌렸습니다. 프랑스는 EU에 영향력이 매우 큰 나라입니다. 새로운 프랑스와 함께할 새로운 EU가 궁금해집니다.

지금까지 마크롱에 대해서, 그리고 마크롱 행정부의 정책 방향에 대해서 알아보았습니다. 어느정도 마크롱의 프랑스가 그려낼 모습이 궁금하면서도 걱정이 됩니다. 그가 개혁을 말하고 있기 때문에 어느 방향으로 가든 순탄하진 않을 것 같습니다.

키워드로 읽는 프랑스 총선

6월 19일, 프랑스 총선 결과가 나왔습니다. 프랑스는 결선투표제 국가입니다. 6월 11일 1차 투표가 실시되었으며, 1차 투표에서 과반을 득표한 후보자가 있는 지역구는 당선을 확정했죠. 과반을 득표한 후보자가 없는 지역구는 12.5 % 이상을 득표한 후보들을 대상으로 결선 투표를 실시했습니다. 그 결과 마크롱 대통령이 이끄는 ‘레퓌블리크 앙마르슈(전진하는 공화국)’가 압승을 거뒀습니다. 신생 여당이 과반 정당이 되었죠. 이 놀라운 결과는 어떻게 읽어낼 수 있을까요?

키워드 하나, 압승

앙마르슈는 전체 577석 중 308석을 차지했습니다. 단 한 개의 의석도 없었던 원외 정당이 단숨에 과반정당이 된 거죠. 앙마르슈와 연정을 하고 있는 ‘민주운동당’도 42석을 차지해, 둘을 합하면 350석에 이릅니다. (민주운동당은 연합 정부(연정)을 구성하는 대신, 장관자리를 일부 얻었습니다.) 단독으로 법안을 처리할 수 있는 수준입니다. 마크롱 대통령 손에 행정부와 입법부가 모두 들어온 거죠. 기존 집권당 ‘사회당’은 30석(-250석)으로 ‘공화당’은 112석(-82석)으로 크게 줄어들었습니다. 기존 양대 정당의 몰락입니다. 특히나 직전 집권 여당이었던 사회당은 창당 48년 만에 군소정당이 되어버렸습니다. 사실, 대선 때부터 이미 사회당의 몰락은 예견되었습니다. ‘데가지즘’(앞선 스토리를 참고) 열풍이 불며 대선 결선투표에 올랐던 두 후보가 모두 양대 정당 소속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더군다나 마크롱 대통령의 전임자 ‘올랑드’ 대통령은 무능과 경제 침체, 테러 등으로 지지율이 역대 최저 수준인 4%까지 곤두박질쳤습니다. 그 여파가 고스란히 총선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키워드 둘, 앙마르슈!

마크롱 대통령은 ‘구 체제 타도’를 뜻하는 ‘데가지즘’을 통해 당선되었습니다. ‘앙마르슈’도 같습니다. 428명을 공천했는데, 절반을 정치 신인으로 공천했습니다. 또한 절반을 여성으로 공천했습니다. 나이도 24세부터 72세까지 다양합니다. 공천된 인물들의 면면도 새롭습니다. 남성 수학자, 여성 투우사등 다양합니다. 몇몇을 살펴보죠.

  • 세드릭 빌라니(44) : 빌라니는 2010년 수학계 노벨상으로 불리는 ‘필즈상’을 수상한 수학자입니다. 70%에 가까운 지지율로 파리 남부 에손느 선거구에서 무난히 당선됐습니다.

  • 무니르 마주비(33) : 모로코 이민자 가정에서 자란 정보기술(IT) 청년사업가입니다. 사회당 텃밭인 파리 제19선거구에서 사회당 거물을 꺾었습니다. 그는 마크롱 정부에서 디지털 장관을 맡은 최연소 각료이기도 합니다.

  • 에르브 베르비유(27) : 르완다에서 태어난 베르비유는 1994년 학살 때 부모를 잃고 4세 때 프랑스 가정에 입양됐습니다. 베르비유는 영국 런던정경대(LSE)에서 개발경제학으로 석사 학위를 받고 모잠비크와 케냐에서 일한 경제학자입니다. 다민족 국가이지만 소수인종 국회의원이 2%뿐인 프랑스에서 ‘변화의 상징’이 될 인물입니다.

전통적인 사회 주류들, 정치관련 그랑제꼴(최 상위 대학)을 졸업한, 백인 남성이 아닌 사람들이죠. 앙마르슈는 참신함으로 프랑스 국민들에게 어필했습니다.

키워드 셋, 과대 대표

하지만 마크롱 대통령의 앞날이 마냥 낙관적인 건 아닙니다. 이번 결선투표는 역대 최저(43%) 투표율을 기록했습니다. 프랑스 국민의 정치 환멸은 깊어진 겁니다. 낮은 투표율을 고려하면 전체 유권자의 15%가량만 앙마르슈를 지지한 셈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일각에선 과대 대표되었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고작 15%만 ‘앙마르슈’에 표를 던졌는데, 60%의 의석을 가져갔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마크롱 대통령은 야권과 여론의 반발에 부딪힐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시 투표를 했을 때 얼마든지 뒤집힐 수 있기 때문입니다.

대규모 시위도 준비 중입니다. 마크롱 대통령은 ‘친기업’ 성향입니다. 그는 노동개혁을 얘기합니다. 마크롱을 따르는 ‘앙마르슈’의 총선승리가 확실시 되자, 주요 노조와 시민단체들은 일찌감치 대규모 집회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노동법 개정에 반대하는 사회주의전선(FS) 등은 도심 집회를 개최하는 등 단단히 벼르고 있습니다. 마크롱 대통령과 앙마르슈가 과연 그들의 이름대로 ‘전진’할 수 있을지 궁금해집니다.

‘앙마르슈’의 의석이 정치나 공직 경험이 전혀 없는 신인들이 대다수라는 점도 걱정되는 요인입니다. 우리나라도 '앙마르슈'와 비슷한 사례가 있었죠. 바로 노무현 대통령 때의 열린우리당입니다. 열린우리당은 47석으로 탄생한 작은 정당이었습니다. 하지만 총선에서 압승을 거뒀고 152명으로 과반을 차지했죠. 당시 그중 108명은 초선이었습니다. 당시 갑자기 늘어난 초선들이 통제가 안 된다며 108번뇌당이라고 놀림 받기도 했습니다. 과연 앙마르슈는 갑자기 늘어난 308석을 잘 이끌어 나갈 수 있을까요? 그들의 행보가 궁금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