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 맛있게 뜯어보자

제 19대 대통령 선거가 마무리됐습니다. 5인의 주요 대선 주자들은 저마다 마지막 표심 잡기에 혈안이었는데요. 하지만 철학도, 공약도 가지각색인 5명의 주요 후보들이 유일하게 한 목소리를 낸 분야가 있습니다. 바로 ‘개헌’입니다.

우리나라의 권력구조, 어떤 옷이 잘 어울릴까?

“제20대국회에서 추진 중인 개헌은 국민과 함께하는 ‘상향식’이자 ‘분권형’ 개헌이 되어야 한다, 개헌은 그동안의 적폐를 청산하고 새로운 미래를 열어가는 데 필요하며, 공정하고 지속가능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한 당면 과제다.”

정세균 국회의장

원내 대선 후보 5인 모두 2018년 6월에 있을 지방선거 때 개헌 국민투표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입장을 밝힌 바 있습니다. 당선자가 누가 됐든 결국 대선이후 개헌 기구를 구성해 개헌 논의를 이끌어야 하는 상황이었던 셈이죠. 다만 주요 후보들 모두 개헌의 필요성엔 공감하지만 방법론적인 부분에선 각자 다른 견해를 갖고 있습니다. 대선은 끝이 났지만 후보별 권력구조에 관한 논의부터 한번 살펴볼까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단을 타파하고자 4년 중임 대통령제를 카드로 꺼냈습니다. 현행 헌법 70조에 규정된 대통령 임기 5년을 4년으로 단축시키는 대신 중임을 허용해 재선 가능성을 열자는 주장입니다. 그렇게 되면 긴 호흡의 국정운영과 장기적 비전 실행이 가능해 국정운영의 책임성과 안정성을 도모할 수 있게 되죠. 게다가 현직 대통령도 다음 선거 때 심판의 대상이 되므로 임기 후반의 단골손님 ‘레임덕’(권력누수 현상)에 제동을 걸 수도 있습니다.

다만 공통된 카드를 꺼낸 세 후보의 구체적인 설계도는 상이합니다.

문재인 후보는 4월 12일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책임총리가 국무위원 제청권과 해임건의권을 실질적으로 행사하도록 하여 대통령의 권한을 분산 시켜야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사실상 사문화된 규정이 된 이 권한에 힘을 실어 대통령의 권한을 줄이겠다는 방침입니다.

현행 헌법 87조에 따르면 국무위원은 국무총리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 해임 할 수 있습니다만 국무총리가 이를 실질적으로 행사한 사례는 거의 없습니다. 대부분 대통령이 단독으로 임명한 국무위원의 명단을 국무총리가 통보받는 식으로 국무위원 임명이 이뤄졌죠.

홍준표 후보는 4월 26일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석에서 이원 집정부제 채택을 제안했습니다. 이원집정부제란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이 외교·국방 같은 외치를 맡고, 국회가 선출한 국무총리가 내치를 담당하는 ‘분권형 대통령제’ 방식입니다. 의원내각제와 대통령제의 요소를 결합해 대통령에게 쏠린 권력을 구조적으로 분산시킬 수 있는 제도인 셈이죠. 분권형 대통령제를 채택하고 있는 대표적인 국가로는 프랑스를 들 수 있지요. 기호 3번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도 이원집정부제, 권력 축소형 대통령제의 도입을 추진하겠다 밝힌 바 있습니다.

반면 유승민 후보는 홍 후보의 분권형 대통령제에는 회의적인 견해를 갖고 있습니다. 그는 “내치와 외치를 분리하는 나라를 망하게 하는 지름길”이라며 반대 의견을 내놓았죠. 유 후보는 대신 4년 중임제를 제안하되 통일을 이루고 경제 수준도 높아 질 때쯤 내각제로 이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봤습니다. 기호 5번 심상정 후보 역시 의원내각제를 주장합니다. 다만 심 후보는 국회신뢰 회복이라는 선결 과제를 해결 한 후에 이를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유승민 후보와 심상정 후보가 내세운 의원내각제의 주요 특징은 행정부와 입법부의 구별이 사실상 없다는 점입니다. 임기가 보장이 된 국가원수를 국민이 직접 선출하는 것이 아니라 국회의원들 중에 한명을 국가원수로 선출하기 때문이죠. 장관을 대통령이 임명하고 국회의 동의를 얻는 과정을 거쳐야하는 대통령제와는 반대로 내각제에서는 국회의원이 장관이 됩니다. 즉 대통령제에서는 대통령과 국회가 각자 행정부와 입법부로 나뉘지만 내각제에선 하나인 셈이죠. 내각제를 채택하고 있는 대표적인 국가로는 독일, 영국, 일본을 들 수 있습니다.

내각제의 최고 장점은 국민의 정서를 국정 운영에 적극 반영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임기가 보장되는 대통령과는 반대로 의원내각제에선 국민의 지지도가 낮아지면 내각을 해산하고 국회의원 선거를 통해 국가원수를 재선출할 수 있기 때문이죠. 국민으로부터 외면 받지 않기 위해 내각은 국민의 정서에 민감할 수밖에 없습니다. 내각제의 이런 특성 때문에 일관적이고 장기적인 정책 수립이 어렵다는 구조적인 결함이 있습니다만 같은 이치로 무능한 정권은 빨리 교체될 수 있지요.

그러나 개헌이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지금까지 주요 대선주자들로부터 거론된 권력구조 개편안인 대통령 4년 중임제, 이원집정부제(분권형 대통령제), 의원내각제의 특징을 간단히 짚어봤습니다. 이들의 주장대로 권력 구조 개편만으로 장밋빛 정국이 펼쳐진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개헌이 만병통치약이 아니란 사실을 인정해야합니다. 헌법 개정의 중심에는 나라의 주인인 국민이 있기 때문이죠. 이승만의 사사오입 개헌, 박정희의 유신헌법처럼 국민적 열망이 배제된 개헌은 권력 유지 수단으로 전락하고 맙니다. 민주화에 대한 열망이 87년 체제를 이룩해냈듯 헌법 개정은 시대정신을 담는 그릇이 돼야합니다.

정치권이 정략적 이익 보단 국민의 의사를 우선시 했으면 합니다. 아무리 좋은 내용의 개헌이라도 국민적 동의가 없다면 헌법 개정은 공염불에 그칠 공산이 큽니다. 부디 국민주권주의를 실현하기 위한 책임정치실현이 정부형태 헌법 개정의 최우선 목표가 됐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