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 쉬운 정치사전

대통령 선거를 위한 넓고 얕은 용어 설명

5월 9일, 제19대 대통령 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각 후보는 선거 운동에 여념이 없습니다. 선거 운동이 치열해지며 함께 뜨거워지는 게 하나 있죠. 바로 언론의 취재 열기입니다. 연일 쏟아지는 기사와 뉴스에 ‘대선 소식’을 듣고 싶지 않아도 듣게 됩니다. 탄핵 정국부터 따져보면 우리는 거의 8개월 이상 정치 뉴스에 파묻혀 살고 있습니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도 대부분 ‘탄핵’, ‘필리버스터’ 등의 정치 용어쯤은 어렵지 않게 그 개념을 설명할 수 있을 겁니다.

탄핵을 통해 정치 용어에 익숙해졌다면, 이제 대통령 선거라는 또 다른 실전을 통해 선거 용어를 배워보는 건 어떨까요? 여러분이 뉴스퀘어가 소개하는 이 용어들을 간략하게나마 이해한다면 분명 이번 대선의 판세를 읽는 시야도 넓어질 겁니다. 그럼 함께 시작해보시죠.


꼬리가 몸통을 흔든다 ‘왝 더 독(Wag the do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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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가 몸통을 지배하는 이 상황!

‘왝 더 독(Wag the dog)’은 직역하면 ‘꼬리가 개의 몸통을 흔든다’라는 뜻입니다. ‘왝 더 독’은 사실 정치 용어라기보다는 경제 용어, 특히 주식 시장에서 쓰이는 용어에 가깝습니다. 현물시장(주식시장)을 보조하기 위해 만든 선물시장이 오히려 현물시장에 영향을 끼치는 현상을 뜻하죠.

선거판에서의 ’왝 더 독’ 현상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낮은 지지율의 후보자가 선거 결과에 중요한 영향을 끼치는 상황을 이야기할 때 ‘왝 더 독’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데요.

현재의 대선 구도에서는 마땅한 예를 찾을 수 없어 가상의 예를 하나 들어보겠습니다. 대선 판도가 2강1약 구도라고 가정해봅시다. 2강 중 하나는 37% 지지율의 A 후보, 다른 하나는 35% 지지율의 B 후보입니다. 1약 후보는 지지율 5%의 중도 진영 C 후보입니다. C 후보는 중도 진영을 아우를 수 있어 A, B 어느 후보 진영과도 단일화가 가능합니다. C 후보 자체의 지지율은 낮지만 이 후보가 어느 쪽과 단일화를 결정하는가에 따라 대선의 판도는 완전히 뒤집힙니다.

앞서 이야기한 것과 같이 낮은 지지율의 후보자가 선거 결과에 큰 영향을 끼치는 현상, 즉 ‘왝 더 독’ 현상이 발생한 것입니다.

굳세어라 꼴찌! ‘언더독(Underdog)’

‘언더독(Underdog)’ 효과는 약자라고 믿는 주체에게 동질감을 느끼고 응원하는 현상을 뜻합니다. 말 그대로 싸움 중 밑에 깔린 개를 응원하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이와 반대로 너무나 당연히 이길 것으로 예상되는 강자를 우리는 ‘탑독(Topdog)’이라 부릅니다.

승패가 존재하는 영역 어디에서든 언더독의 예상치 못한 승리는 극적 효과를 가져옵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가난과 역경을 극복하고 성공하는 주인공이 식상하지만 밥 먹듯 등장하는 이유는 그만큼 이 공식이 대중에게 잘 먹히기 때문일 겁니다.

‘언더독’을 선거에 대입하면 그 주인공은 누구일까요? 답은 ‘상대적으로’ 지지율이 낮은 후보일 겁니다. 단순 지지율이 낮다고 언더독이 될 수는 없습니다. ‘강자에게 억압받는 약자의 이미지’, ‘꼼수를 모르는 정직함’ 등 동정표가 쏠릴 만한 요인이 함께 어우러져야 합니다. 이에 따라 대중은 자연스럽게 후보에 대한 동병상련을 느끼고, 이것이 선거에서 표심으로 이어지는 것이죠.

최근 ‘언더독’ 현상이 일어났던 사례는 2016년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버니 샌더스 후보가 ‘탑독’ 힐러리 클린턴 후보를 바짝 쫓으며 파란을 일으켰던 일입니다. 당내 기반도 거의 없고, 전국적 지명도도 낮았던 샌더스 후보에게 미국의 젊은 층은 엄청난 지지를 보내는데요. 몇십년 간 한결같았던 사회 민주주의에 대한 그의 신념과 열정이 대중의 마음을 움직인 것이죠. 결과적으로 샌더스는 민주당 대선 후보로 지명되지는 못했지만, 경선을 거치며 전국적인 인지도를 가진 정치인으로 급부상합니다.

수줍은 유권자들이 만들어 낸 ‘브래들리 효과(Bradly Effe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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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스 브래들리는 이후 1992년 아프리카계 미국인 최초로 LA 시장 자리에 오릅니다

1982년 미국 캘리포니아 주지사 선거에서 기이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당시 민주당 흑인 후보였던 토머스 브래들리(Thomas Bradley)는 공화당의 백인 후보 조지 듀크미지언(George Deukmejian)과의 선거 전 여론조사에서 대부분 앞선 것은 물론, 선거 당일 출구조사에서도 앞섰습니다. 하지만 개표 결과 브래들리 후보는 1.2% 표차로 듀크미지언 후보에게 뒤져 주지사 선거에서 패배하였습니다.

여론조사와 선거 결과가 일치하지 않는 이 현상은 왜 발생한 걸까요? 원인은 바로 일부 백인 유권자들이 여론조사나 출구조사 당시 자신의 인종적인 편견을 숨기기 위해 흑인 후보인 브래들리를 지지한다고 거짓 응답했거나, 지지 후보를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고 이야기한 백인 유권자 중 상당수가 실제 선거에서는 백인 후보인 듀크미지언 후보를 선택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여론조사나 출구조사에서 우세한 지지율을 기록한 비(非) 백인 후보가 실제 선거 결과에서는 여론조사나 출구조사와 달리 낮은 득표율을 얻는 현상을 ‘브래들리 효과(Bradly Effect)’라고 부릅니다.

다만 최근에는 ‘브래들리 효과’라는 용어를 조금 더 넓은 의미에서 사용하곤 합니다. 사회 분위기상 유권자들이 표심을 여론조사나 출구조사에서 제대로 드러내지 않아 선거 결과가 예상과 다른 것을 ‘브래들리 효과’라고 부르는데요. 샤이(Shy) XXX’라는 요즘 말과 그 의미가 비슷하단 걸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을 겁니다.

넓은 의미의 ‘브래들리 효과’가 발생한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2016년 미국 대선입니다. 대선 여론조사에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는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를 대부분 앞섰습니다. 대선 당일 언론사들의 선거 결과 예측도 클린턴의 승리를 점쳤죠. 하지만 아시다시피 실제 개표 결과는 정반대였습니다. 원인은 트럼프에 대한 지지를 숨기고 있다가 실제 투표장에서 본색을 드러낸 ’샤이 트럼프’ 유권자 때문이었죠.

이렇듯 수줍은(Shy) 유권자들이 점차 본심을 숨기는 일이 많아지면서 여론조사와 출구조사를 점차 신뢰할 수 없다는 여론이 제기되고 있는데요. 유권자의 속내를 캐물을 수도 없는 노릇이니 문제 해결이 쉽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오늘 공부는 여기까지 입니다. 예시까지 들어가며 설명하다보니 글이 조금 길어졌는데요. 하지만 정치나 선거 기사를 알고 보는 것과 모르고 보는 건 정말 큰 차이가 있습니다. 굳이 오늘이 아니더라도 시간 날때 꼭 한번 읽어보시면, 어렵고 멀게만 느껴졌던 정치와 선거가 조금은 친근하게 느껴질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