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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 깃발의 의미

JTBC에서 주관한 19대 대통령 선거 후보자 4차 토론회에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합법화는 찬성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차별은 반대한다"고 발언했습니다. 이에 다음날 인권단체들은 문재인 후보를 향해 기습시위를 펼치다 연행되기도 했습니다. 동성애 발언 이후 연일 SNS가 뜨겁습니다. 성소수자의 인권과 그들에 대한 말들, 그리고 현실에 대해 함께 살펴봅시다.

영화 <문라이트>

달빛 아래에선 모두가 파랗다

Moon 3
영화 <문라이트>

'문라이트'는 흑인이자 성 소수자인 한 소년의 성장기를 담은 영화입니다. 2017년 아카데미 최우수 작품상을 받았고, 각색상과 남우조연상까지 3관왕을 했습니다. 문라이트가 유명해지자 감각적인 포스터도 주목받았습니다. 특히나 대선 국면에서, 문재인 후보 지지자들은 '문'이라는 글자에 착안해 문 후보의 사진을 넣은 패러디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25일 대선 TV 토론회에서 문재인 후보는 동성애에 반대한다고 말했습니다. 그의 얼굴이 들어간 문라이트의 포스터가 역설적으로 느껴집니다.

반대하지만 차별하지 않는다.

그날의 말, 말, 말

25일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이하 문)의 동성애 발언은 대선토론회에서 자유한국당 홍준표(이하 홍) 후보의 질문에 답변하는 중에 나왔습니다. 외교,안보 정책에 대한 자유토론 중이었죠.

  • 홍 : 군에서 동성애 문제가 굉장히 심하다. 군 동성애는 국방 전력을 굉장히 약화 시킨다. 어떻게 생각하느냐.

  • 문 : 그렇게 생각한다.

  • 홍 : 그래서 동성애 반대하는가.

  • 문 : 반대한다.

  • 홍 : 그런데 민주당 박원순 서울시장은 시청앞 광장에 퀴어 축제를 허용하지 않았나.

  • 문 : 시청앞 광장을 사용할 권리에 차별을 주지 않은 것. 차별을 금지하는 건, 인정하는 것과 별개다.

  • 홍 : 민주당에서 차별금지법도 내놨는데, 이거 동성애 허용법 아니냐.

  • 문 : 차별금지와 합법화는 다르다.

  • 홍 : 그럼 분명 동성애는 반대하는 건가.

  • 문 : 동성애 좋아하지 않는다.

  • 홍 : 좋아하냐가 아니고 찬성인지 반대인지

  • 문 : 합법화 찬성하지 않는다.

문재인 후보의 답변은 '동성애, 반대하지만 차별하지 않는다'로 정리가 됩니다.
이에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토론회 중 단 한 번만 허용되는 1분 찬스를 사용합니다.

"동성애는 찬성이나 반대를 할 수 있는 얘기가 아니다. 성 정체성은 말 그대로 정체성이다. 저는 이성애자지만 성소수자의 인권과 자유가 존중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민주주의 국가다."

차별금지법은 노무현 정부때부터 추진했습니다. 심 후보는 노무현 정부의 일원이었던 문 후보가 조심스런 입장을 밝히는 데 아쉬움을 나타냈습니다.

토론 말미에 홍 후보는 문 후보에게 한번 더 동성애에 관해 질문했습니다. 문 후보는 앞선 발언에 대한 논란을 인지한 듯 했습니다. "동성혼 반대, 하지만 성적지향으로 차별 받는 건 반대한다"며 말을 마쳤습니다. 마지막 발언은 처음 대화와는 조금 다릅니다. '동성애 반대한다'에서 '동성애는 존중하나 동성혼은 반대한다'로 조금 옮겨 온거죠.

나의 존재는 반대될 수 있는가

토론회 다음 날인 26일, 성소수자 인권단체인 '무지개행동'회원들은 국회에서 열린 문 후보의 기자회견에서 기습 항의 시위를 벌였습니다. '무지개행동' 소속 활동가들이 무지개 깃발을 들고 "내가 동성애자다. 내 존재를 반대하시냐. 혐오 발언을 사과하라"며 문 후보에게 다가갔습니다. 경찰과 경호원들이 제지하며 몸싸움이 있었습니다. 활동가 13명은 경찰에 연행 되었습니다. 문 후보 선거대책위원회는 사법처리를 원치 않는다는 입장을 전달했습니다.

당시 무지개 깃발을 들고 문 후보에게 다가갔던 장서연 변호사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합법화는 무슨 합법화인가. 동성애가 불법인가. 합법, 불법의 대상이 아니다. 저는 동성애자이면서, 문 후보의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후배다. 저의 존재를 반대하는 건가"

또한 무지개행동 소속 활동가 오승재씨도 아래와 같이 말했습니다.

"행위를 혐오할 순 있어도 존재를 혐오할 순 없다. 동성애는 존재다. 합법화라는 말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 (문 후보의 발언은) 동성애자를 인간으로 보지 않는다는 말과 같다."

이날 시위를 두고 SNS상에서도 뜨거운 논쟁이 있었습니다. 동성애 활동가들이 문재인 후보에 대한 테러를 했다고 비난하는 목소리도 있었습니다. 동성애 혐오로 격화되기도 했습니다. 반면 성소수자들의 절박한 목소리라고 항변하는 목소리도 있었습니다. 인권변호사로 살아온 문 후보였기에, 실망감이 더 해 보입니다.

미안하다. 하지만 현실은 이르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27일 동성애 발언’논란에 대한 입장을 밝혔습니다.

“그 분들(성 소수자)에게 아픔을 드린 것 같아 여러 가지로 송구스럽다”

또한 문 후보는 토론회 당시 발언에 대해서도 해명도 했습니다.

"저는 정치인으로서 현실적인 판단을 해야 하기 때문에 차이가 있다. 그런 차이로 성소수자들에게 아픔을 드렸다. 동성애에 대한 생각은 명확하다. 찬반의 문제가 아니라 각자의 지향이고 사생활에 속하는 문제"

문 후보가 말한 정치인으로서 현실적인 판단은 국민 다수의 입장을 말합니다.

"군대는 동성 간 집단생활을 하고 있기 때문에 동성애가 허용된다면 많은 부작용들이 있을 수 있다. 군대 내 동성애를 허용하는 것은 아직 이르다. 우리 사회가 동성혼까지 받아들일 수 있는 사회로 가야겠지만 지금은 그럴 수 없는 상황"

문재인 후보는 동성애에 대한 지지를 밝혔지만, 좌우를 막론하고 지지를 얻기 위한 현실 정치인으로서, '표를 의식할 수밖에 없고, 집권을 목표로 해야 하기 때문에' 다수 국민들의 생각과는 거리감있는 군대내 동성애, 동성혼, 차별금지법에 아직은 이르다는 입장을 밝힌 것입니다.

우리사회에서 보수 정체성이 선명한 홍준표 후보가 반대를 밝히고, 진보 정체성이 선명한 심상정 후보가 찬성을 밝힌 것과 대조되는 모습입니다. 가장 높은 지지율을 가진 문 후보가 말하는 '현실'은, 우리 사회의 성 소수자의 '현실'이 어디쯤인지 보여줍니다.

"나중에..."

문재인 후보의 해명은 성 소수자들에게 충분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커밍아웃으로 유명한 연예인 홍석천씨는 다음과 같은 글을 페이스북에 남겼습니다.

"대한민국이란 나라에서 동성애자로 사는 것은 그 당사자와 가족들에게 큰 고통이다. 당장 어찌 큰 변화를 기대할 수 있으랴. 다음 세대라도 이 문제로 차별 받고 아파하지 않을 수만 있다면 이렇게 천천히라도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 기분 좋은 변화다."

홍석천씨의 메세지에는 아쉬움이 드러납니다. 그가 커밍아웃할 당시의 시대상과 비교한다면 지금이 조금은 진보한 세상일 겁니다. 대통령 후보 토론에서의 동성애 발언이 논쟁이 되니까요. 하지만 아직도 동성애자이기에 그가 받는 고통은 분명히 존재해 보입니다.

하지만 성소수자를 향한 문재인 지지자들의 공격을 보며, 이들이 원하는 정권 교체의 의미가 무엇인지 쉽사리 납득되지 않는다. 그들이 외치는 ‘나중에’와 박근혜 정부에서 외쳤던 ‘가만히 있어라’는 얼마나 다른 것일까.

한겨례 21의 김완 기자는 칼럼에서 위와 같은 문장을 썼습니다. 이 문장은 많은 생각이 들게 합니다.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하자는 말이 생각나게 합니다. 우리는 선택의 기점에서 우선순위를 정하곤 합니다. 하지만 무엇이 대(大)이고, 무엇이 소(小)일까요. 희생되는 입장에서도 그 기준은 같은 걸까요.

영화 '문라이트'의 대사 중엔 이런 대사가 나옵니다. '달빛 아래 모든 아이는 (피부색에 상관없이) 파랗다.’ 흑인 소년인 주인공에게 들려주는 말이죠. 영화 제목이 '문라이트'인 이유입니다. 문재인 후보는 지지자들에게 '문(moon)'을 본따서 '달님'이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그의 달빛 아래에서도 모두가 파란 세상이 될 수 있을까요.

여자를 좋아해야 진짜사나이

4월 13일, 군인권센터는 육군이 참모총장의 지시로 동성애자 군인을 색출했다고 밝혔습니다. 육군본부는 즉각 반박했습니다. SNS에 현역 군인이 동성 군인과 성관계 동영상을 게재한 것을 인지해 수사했을 뿐, 동성애자 색출을 한 건 아니라는 겁니다. 14일, 동영상 유포 사건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A대위가 체포 되었습니다. A대위는 동성애자입니다. 어떻게 된 걸까요?

무지개 색출 작전

무지개는 동성애자를 상징합니다. 지난해 세상을 떠난 예술가 길버트 베이커가 디자인했죠. 무지개가 다양성을 상징하기에 적절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4월 13일 당시 각 단체의 입장을 보겠습니다.

군인권센터

"장준규 육군참모총장이 동성애자를 색출해 군형법 제92조6항 추행 죄로 처벌하라고 했다는 제보를 복수의 피해자들로부터 받았다"

육군본부

"중앙수사단은 SNS에 현역 군인이 동성 군인과 성관계하는 영상을 올린 걸 인지해 수사를 시작했다. 관련자를 식별해 인권 보호와 법적 절차에 따라 수사 중이다"

  1. 사건의 시작은 SNS에 올라온 현역 군인과 동성 군인의 성관계 동영상입니다. 육군 중앙수사단이 영상을 인지한 게 시작이었습니다. 수사의 결과로 14일, A 대위는 체포되었고 구속영장이 청구되었습니다.

  2. 그런데 A대위는 억울함을 토로했습니다. A대위는 'SNS 동영상 유포 사건'과는 전혀 관계가 없기 때문입니다.

  3. 육군 중앙수사단은 동성애자를 솎아내는 작업을 먼저 실시했습니다.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수사팀은 데이트 앱을 통해 동성애자인 척하며 동성애 군인들을 선별해냈습니다. 물적 증거없이 함정을 판 겁니다.

  4. 수사과정에선 성관계 성향 등의 성희롱성 질문도 있었습니다. 색출된 동성애 군인들에게 '부대에서 아웃팅(동성애자임을 강제로 모두에게 알리는 것)하겠다'며 자백을 강요했다고 군인권센터는 밝혔습니다.

SNS 동성애 영상 인지 → (육군내 동성애자 용납 불가하다는 결정) → 데이트앱을 통한 함정수사 → 육군내 동성애자 군인 색출 →군형법 92조 6항에 따른 처벌

군인권센터는 이번 사건이 군형법 92조 6항이 악용된 사례라고 말합니다. 수사 과정에서 A대위가 체포될 수 있었던 근거는 군형법 92조 6항뿐입니다. 그 외에는 어떠한 군 형법 위반도 저지르지 않았습니다.

군형법 제92조 6항

한국에서 유일하게 동성 간 성관계를 처벌하는 조항입니다.

제92조의6(추행) 제1조 제1항부터 제3항까지에 규정된 사람에 대하여 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을 한 사람은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이때 군 형법상 제1조 제1항부터 제3항에 이르는 사람은 군인, 군무원, 사관학도 등을 말합니다.

이 조항은 헌법재판에도 세 차례나 올랐습니다. 2011년 헌법재판소는 동성 간 성관계 처벌은 군 내부의 건전한 공적생활과 성적 건강을 유지하는 등 군기확립을 목적으로 한다며 합헌 결정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2011년 헌법 재판 당시에도 조대현 재판관 등은 해당 조항이 영(군 주둔지)내외를 구분하지 않기에 '부분 위헌'이라고 의견을 냈습니다. 92조 6항의 목적인 군기확립에는 찬성하지만, 부대 외에서의 성 생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조항에 따르면 휴가 중에 동성 연인끼리 집에서 성관계를 해도 처벌받습니다.

'유엔 자유권 위원회'도 2015년 이 조항의 폐지를 권고했습니다. 성적 지향을 이유로 차별하는 법안이라는 이유에섭니다. 남성이 다수인 군 특성상, 항문성교는 동성애를 지칭합니다. 따라서 이 조항은 군인은 어디서든 동성애를 할 수 없다는 규칙이 됩니다. 군형법 제92조 6항이 성적 지향을 이유로 차별하는 법안이라는 이유입니다.

한편, 건전함이나 군기 확립를 위해 동성애를 반대한다는 말에도 반론이 있습니다. 한국 군형법의 모델인 미군도 처음엔 동성애를 반대했습니다. 하지만 2003년부터 동성애를 처벌하지 않았습니다. 2013년엔 결국 '합의한 동성 간 성관계 금지'라는 조항을 군형법에서 삭제했습니다. 동성애를 처벌하지 않는 미국은 세계 최강의 군대를 가지고 있습니다.

동성애는 감옥으로, 이성애는 집으로

4월 17일 A대위는 결국 구속되었습니다. 그는 합의에 의한 성관계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이미 압수수색을 받아 증거 인멸의 우려가 없습니다. 거주와 직업(군인)도 일정하기에 도주의 우려도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군사법원은 구속영장을 발부했습니다

한편, A대위의 구속영장 발부 직전에 기각된 다른 사례가 알려졌습니다. 여자친구를 감금 폭행하고, 흉기로 협박한 현역 B 소령입니다. 피해자에 대해 재범우려가 분명히 있는 데도 말이죠. A대위의 구속이 성소수자에 대한 군의 차별적 인식을 보여준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구속영장 발부 이후 국방부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대학가에서는 "나도 잡아가라. 나는 나라를 지키는 동성애자다."라는 대자보가 붙었습니다. A대위가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처벌을 받은 걸 비판하는 겁니다. 군인권센터에서 진행하는 '석방 청원 운동'에도 1,000여 명이 서명했습니다.

정치권의 입장은?

'군 관련 성소수자 인권침해·차별 신고 및 지원을 위한 네트워크'는 육군의 동성애자 수사사건에 대해 대통령 후보들의 입장을 요구했습니다. 문재인, 홍준표, 안철수, 유승민, 심상정, 김선동 후보 등이었습니다.

그리고 4월 30일 문재인, 심상정, 김선동 후보 측으로부터 답변을 받았습니다. 홍준표, 안철수, 유승민 세 후보는 답을 보내지 않았습니다.

문재인, 심상정, 김선동 세 후보는 이번 육군의 수사가 인권침해라는 점에 뜻을 같이 했습니다. 하지만 문재인 후보는 '군형법 92조6항' 에 대해서는 위헌법률심판이 청구되어 있는 상태이기에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기다려야 한다고 답했습니다. 반면 심상정, 김선동 후보측은 군형법 92조 6항을 '즉각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번 사건에 대선 후보들의 입장은 서로 다릅니다. 다가온 대선의 결과가 군내 성소수자 문제의 향방에 큰 영향을 줄 것 같습니다.

차별금지법 A to Z

차별금지법에 대한 논란은 생각보다 오래됐습니다. 2007년 유엔인권이사회 권고가 시작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차별금지법은 제정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과연 차별금지법이 무엇이길래 이토록 오래 논쟁이 이어지는 걸까요? 시작부터 지금까지, 뉴스퀘어와 함께 알아보죠.

차별금지법이란 이름의 이력서

#1 성장과정

차별금지법의 제정은 과거 노무현 정권의 공약이었습니다.

  • 2006년 국가인권위원회가 권고안을 발의했습니다.
  • 2007년 법무부가 차별 금지법을 입법하겠다고 예고 했습니다.
  • 2007년 의회선교연합 등 기독교 단체들은 '동성애를 확산하면 안 된다는 교육을 할 수 없게 되고 법으로 동성애를 조장하게 된다"며 반대했습니다.
  • 2007년 법무부는 학력, 성적 지향, 병력, 출신 국가 등 7개 항목을 법안에서 제외했습니다.
  • 2007년 차별금지법 원안에 찬성하는 시민단체들은 법안이 차별금지법이 아닌 '차별조장법'이 됐다고 반발했습니다.
  • 2008년 결국 법안은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하고 회기 만료로 폐기되었습니다.

이후 2010년, 2012년, 2013년에도 차별금지법 제정 시도가 있었으나 비슷한 과정으로 무산됐습니다.

유엔 시민적·정치적 권리 위원회(자유권규약위원회)는 2015년 11월 "한국에 인종차별이나 성적지향, 성 정체성을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는 법이 없다는 점이 우려된다"며 차별금지법 제정을 권고했습니다.

#2 2017년 지금은?

성소수자 단체들은 그동안 꾸준히 차별금지법의 제정을 요구해왔습니다. 지난 5일 107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각 대선 후보들에게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한 입장을 질의했습니다. '포괄적'이라는 표현은 모든 차별에 대한 내용을 담자는 강조입니다.

각 후보들의 답변은 다음과 같습니다.

  • 더불어민주당 - 문재인 후보 : 차별금지법 사회적 합의 필요 △
  • 자유한국당 - 홍준표 후보 : 차별금지법 반대 X
  • 국민의당 - 안철수 후보 : 차별금지법 사회적 공론화 필요 △
  • 바른정당 - 유승민 후보 : 답변 거부 ?
  • 정의당 - 심상정 후보 :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찬성 ◎

차별금지법에 전적으로 찬성하는 후보는 심상정 후보 뿐입니다. 대선 지지율 격차로 볼 때 당장 차기 정부에서도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닐 것 같습니다.

차별금지법, 무슨 내용이길래?

합리적인 이유 없이 성별, 종교, 장애, 나이, 사회적 신분, 출신 지역, 출신 국가, 출신 민족, 용모 등 신체 조건, 기혼·미혼·별거·이혼·사별·재혼·사실혼 등 혼인 여부, 임신 또는 출산, 가족 형태 또는 가족 상황, 인종, 피부색, 사상 또는 정치적 의견, 형의 효력이 실효된 전과(前科), 성적(性的) 지향, 학력, 병력(病歷) 등을 이유로 고용·교육 차별, 재화·용역·교통수단·상업시설·토지·주거시설 이용 차별, 성희롱 등의 행위를 하는 것을 ‘평등권을 침해하는 차별행위’라고 한다.

국가인권위원회 법 제2조 3항

국가 인권위는 위에 열거 된 차별행위에 대한 차별금지법을 권고했습니다. 사실상 모든 조건과 차이에 의한 차별을 금지하라는 겁니다.

일부에선 이미 헌법과 인권위법에 차별을 금지하는 조항이 있지 않냐고 되묻습니다. 물론 우리 헌법에도 이미 '모든 국민은 차별 받지 아니한다' (헌법 제11조) 등의 내용이 명시되어 있고, 위에서 언급된 국가인권위 법도 있습니다. 하지만 헌법과 인권위법은 차별의 판단 기준이 구체적이지 않고, 처벌도 대부분 권고 형식입니다. 그저 '우리나라는 차별하지 않는 나라가 되겠다.' 라는 선언 정도인 거죠.

인권단체들은 약한 처벌과 모호한 기준이 우리 사회의 차별을 방관한다고 말합니다. 실질적으로 차별행위를 막을 수 있는 법이 필요하다는 거죠.

왜 반대하는 거야?

차별금지법에 반대하는 가장 강한 목소리는 개신교입니다. '차별금지법이 동성애를 조장한다'는 이유입니다. '동성결혼'을 반대하는 것은 물론 '동성애'도 반대합니다.

물론 개신교 내에는 이를 반대하지 않는 진보적 의견도 있습니다.

1. 성경이 말하시길

'너는 여자와 동침함 같이 남자와 동침하지 말라. 이는 가증한 일이니라' (레위기 18:22)

레위기의 구절과 같이 동성애를 반대하는 구절이 성경에 있습니다. (신명기 23:17), (열왕기상 15:12), (로마서 1:27)등이죠. 개신교는 마틴 루터가 '오직 성서'를 외친 종교개혁을 통해 태어났습니다. 따라서 '성서'에 나오기에 동성애는 절대 안 된다는 것이죠.

2. 아빠는 남자고, 엄마는 여자야

창조주가 만든 세계에서 남녀 성별은 선천적으로 주어졌다는 겁니다. 따라서 동성애는 질병이고 치료해야 할 대상이라고 여깁니다. 성령의 힘으로 극복해야한다는 거죠.

3. 위험해

동성애를 AIDS의 원인으로 지적합니다. 항문성교가 AIDS를 부른다는 것이죠. 더 보수적인 사람들은 동성애가 가정을 파괴하고 국가를 흔든다고 말합니다. 전통의 가족구조는 남자 아빠와 여자 엄마로 이루어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차별금지법은 안 돼!

개신교계는 차별금지법이 '동성애가 안 된다고 말하는 것' 을 막는다고 말합니다. 따라서 '종교의 자유' 를 억압한다고 말하며 나아가 '표현의 자유' 마저 침해한다고 주장합니다. 한국교회동성애대책협의회 관계자는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동성애가 사회적으로 유해한 행위이기 때문에 차별금지법을 반대한다. 차별금지법이 제정될 경우 이를 반대하는 것이 금지되기 때문에 신앙 표현, 양심의 자유 등이 제약받을 수 있다"

동성애를 혐오할 자유, 동성애가 싫다고 말할 자유는 왜 억압받아야 하냐는 겁니다. 타인이 동성애를 하던 말던 개인에게 동성애가 싫다고 말할 자유는 있지 않냐는 거죠.

하지만..

차별금지법을 제정해야한다는 목소리도 작지 않습니다. 개인의 성적지향은 찬성과 반대를 논 할 문제가 아니라는 이유입니다.

먼저 동성애에 대한 반박입니다.

1. 동성애는 AIDS가 아니다

오명돈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에이즈는 안전하지 않은 성 접촉이 문제다. 동성이냐, 이성이냐의 문제는 아니다"고 말합니다. 또한 질병관리본부가 2015년 HIV 감염자 1,018명의 감염 경로를 조사했더니 이성애자가 36%, 동성애자가 28%였습니다. 전문가들은 전파 경로가 이성·동성이 비슷하다고 말합니다. 심지어 여성 동성애자들의 경우 AIDS 감염이 거의 없습니다.

2. 성 정체성은 개인의 것

모두에겐 헌법에 명시된 것처럼 기본적 인권을 가지고 있고 자유를 가지고 있습니다. 선천적이든 후천적이든 타인이 침해할 수 없는 영역입니다. 종교를 이유를 이를 침해하는 건 옳지 않다는 겁니다.

+ 차별금지법이 설교를 막지 않는다.

미국은 차별금지법이 있습니다. 교회에서 동성애에 반대한다고 설교한다면 '혐오표현'에 해당합니다. 하지만 미국은 혐오표현에 대해서는 처벌하지 않습니다. 혐오표현을 넘어 직접적인 차별행위를 했을 때만 처벌합니다.

또 한 가지 고려할 것은, 미국은 차별행위에도 종교적 예외를 두고 있습니다. 따라서 한국에 차별금지법이 만들어진다면, 해외 사례들을 참조할 때 목회자의 발언까지 처벌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 차별금지법이 동성애를 조장하지 않는다.

차별금지법에 동성애를 하라는 말은 없습니다. 단지 차별을 하지 말라는 거죠. 과거 군사정권은 장발을 단속했습니다. 심지어 유신 이후에는 남자의 파마머리도 단속했습니다. 시대가 변하고 단속은 사라졌습니다. 그런데 지금 남자들이 대부분 장발인가요?

자유의 범위는?

표현의 자유와, 혐오표현 반대에 대한 얘기는 자주 논쟁의 대상이 되곤 합니다. 보통 두 가지 주장이 부딪치고 있죠.

  • 혐오표현은 취약한 계층의 존엄성을 모욕하고, 위축시켜 소수자의 자유를 침해하므로 법적으로 규제해야한다.

  • 법적 규제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는 만큼 교육이나 사회적 토론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

헌법 21조 1항
'모든 국민은 언론, 출판의 자유와 집회, 결사의 자유를 가진다'

헌법 21조 4항
'타인의 명예나 권리,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를 침해해서는 안된다. 타인의 명예나 권리를 침해한 때에 피해자는 피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우리 헌법은 21조 1항에서 폭넓게 허용하면서도, 4항에서 타인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도록 제한하고 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유로울 권리는 갖지만 타인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유효합니다.

혐오표현이나 차별은 분명 타인의 자유를 침해합니다. 하지만 어느 정도의 표현과 상황이 타인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인지 불분명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차별금지법이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방향으로 악용될 수도 있다는 주장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동성애에 대한 기독교계의 주장은 표현의 자유로 허용되어야 하는 범위일까요? 아니면 성소수자들이 받는 차별과 혐오, 그리고 그로 인한 개인의 자유의 침해를 이유로 제한되어야 할까요?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달빛 아래에선 모두가 파랗다

Moon 3
영화 <문라이트>

'문라이트'는 흑인이자 성 소수자인 한 소년의 성장기를 담은 영화입니다. 2017년 아카데미 최우수 작품상을 받았고, 각색상과 남우조연상까지 3관왕을 했습니다. 문라이트가 유명해지자 감각적인 포스터도 주목받았습니다. 특히나 대선 국면에서, 문재인 후보 지지자들은 '문'이라는 글자에 착안해 문 후보의 사진을 넣은 패러디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25일 대선 TV 토론회에서 문재인 후보는 동성애에 반대한다고 말했습니다. 그의 얼굴이 들어간 문라이트의 포스터가 역설적으로 느껴집니다.

반대하지만 차별하지 않는다.

그날의 말, 말, 말

25일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이하 문)의 동성애 발언은 대선토론회에서 자유한국당 홍준표(이하 홍) 후보의 질문에 답변하는 중에 나왔습니다. 외교,안보 정책에 대한 자유토론 중이었죠.

  • 홍 : 군에서 동성애 문제가 굉장히 심하다. 군 동성애는 국방 전력을 굉장히 약화 시킨다. 어떻게 생각하느냐.

  • 문 : 그렇게 생각한다.

  • 홍 : 그래서 동성애 반대하는가.

  • 문 : 반대한다.

  • 홍 : 그런데 민주당 박원순 서울시장은 시청앞 광장에 퀴어 축제를 허용하지 않았나.

  • 문 : 시청앞 광장을 사용할 권리에 차별을 주지 않은 것. 차별을 금지하는 건, 인정하는 것과 별개다.

  • 홍 : 민주당에서 차별금지법도 내놨는데, 이거 동성애 허용법 아니냐.

  • 문 : 차별금지와 합법화는 다르다.

  • 홍 : 그럼 분명 동성애는 반대하는 건가.

  • 문 : 동성애 좋아하지 않는다.

  • 홍 : 좋아하냐가 아니고 찬성인지 반대인지

  • 문 : 합법화 찬성하지 않는다.

문재인 후보의 답변은 '동성애, 반대하지만 차별하지 않는다'로 정리가 됩니다.
이에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토론회 중 단 한 번만 허용되는 1분 찬스를 사용합니다.

"동성애는 찬성이나 반대를 할 수 있는 얘기가 아니다. 성 정체성은 말 그대로 정체성이다. 저는 이성애자지만 성소수자의 인권과 자유가 존중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민주주의 국가다."

차별금지법은 노무현 정부때부터 추진했습니다. 심 후보는 노무현 정부의 일원이었던 문 후보가 조심스런 입장을 밝히는 데 아쉬움을 나타냈습니다.

토론 말미에 홍 후보는 문 후보에게 한번 더 동성애에 관해 질문했습니다. 문 후보는 앞선 발언에 대한 논란을 인지한 듯 했습니다. "동성혼 반대, 하지만 성적지향으로 차별 받는 건 반대한다"며 말을 마쳤습니다. 마지막 발언은 처음 대화와는 조금 다릅니다. '동성애 반대한다'에서 '동성애는 존중하나 동성혼은 반대한다'로 조금 옮겨 온거죠.

나의 존재는 반대될 수 있는가

토론회 다음 날인 26일, 성소수자 인권단체인 '무지개행동'회원들은 국회에서 열린 문 후보의 기자회견에서 기습 항의 시위를 벌였습니다. '무지개행동' 소속 활동가들이 무지개 깃발을 들고 "내가 동성애자다. 내 존재를 반대하시냐. 혐오 발언을 사과하라"며 문 후보에게 다가갔습니다. 경찰과 경호원들이 제지하며 몸싸움이 있었습니다. 활동가 13명은 경찰에 연행 되었습니다. 문 후보 선거대책위원회는 사법처리를 원치 않는다는 입장을 전달했습니다.

당시 무지개 깃발을 들고 문 후보에게 다가갔던 장서연 변호사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합법화는 무슨 합법화인가. 동성애가 불법인가. 합법, 불법의 대상이 아니다. 저는 동성애자이면서, 문 후보의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후배다. 저의 존재를 반대하는 건가"

또한 무지개행동 소속 활동가 오승재씨도 아래와 같이 말했습니다.

"행위를 혐오할 순 있어도 존재를 혐오할 순 없다. 동성애는 존재다. 합법화라는 말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 (문 후보의 발언은) 동성애자를 인간으로 보지 않는다는 말과 같다."

이날 시위를 두고 SNS상에서도 뜨거운 논쟁이 있었습니다. 동성애 활동가들이 문재인 후보에 대한 테러를 했다고 비난하는 목소리도 있었습니다. 동성애 혐오로 격화되기도 했습니다. 반면 성소수자들의 절박한 목소리라고 항변하는 목소리도 있었습니다. 인권변호사로 살아온 문 후보였기에, 실망감이 더 해 보입니다.

미안하다. 하지만 현실은 이르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27일 동성애 발언’논란에 대한 입장을 밝혔습니다.

“그 분들(성 소수자)에게 아픔을 드린 것 같아 여러 가지로 송구스럽다”

또한 문 후보는 토론회 당시 발언에 대해서도 해명도 했습니다.

"저는 정치인으로서 현실적인 판단을 해야 하기 때문에 차이가 있다. 그런 차이로 성소수자들에게 아픔을 드렸다. 동성애에 대한 생각은 명확하다. 찬반의 문제가 아니라 각자의 지향이고 사생활에 속하는 문제"

문 후보가 말한 정치인으로서 현실적인 판단은 국민 다수의 입장을 말합니다.

"군대는 동성 간 집단생활을 하고 있기 때문에 동성애가 허용된다면 많은 부작용들이 있을 수 있다. 군대 내 동성애를 허용하는 것은 아직 이르다. 우리 사회가 동성혼까지 받아들일 수 있는 사회로 가야겠지만 지금은 그럴 수 없는 상황"

문재인 후보는 동성애에 대한 지지를 밝혔지만, 좌우를 막론하고 지지를 얻기 위한 현실 정치인으로서, '표를 의식할 수밖에 없고, 집권을 목표로 해야 하기 때문에' 다수 국민들의 생각과는 거리감있는 군대내 동성애, 동성혼, 차별금지법에 아직은 이르다는 입장을 밝힌 것입니다.

우리사회에서 보수 정체성이 선명한 홍준표 후보가 반대를 밝히고, 진보 정체성이 선명한 심상정 후보가 찬성을 밝힌 것과 대조되는 모습입니다. 가장 높은 지지율을 가진 문 후보가 말하는 '현실'은, 우리 사회의 성 소수자의 '현실'이 어디쯤인지 보여줍니다.

"나중에..."

문재인 후보의 해명은 성 소수자들에게 충분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커밍아웃으로 유명한 연예인 홍석천씨는 다음과 같은 글을 페이스북에 남겼습니다.

"대한민국이란 나라에서 동성애자로 사는 것은 그 당사자와 가족들에게 큰 고통이다. 당장 어찌 큰 변화를 기대할 수 있으랴. 다음 세대라도 이 문제로 차별 받고 아파하지 않을 수만 있다면 이렇게 천천히라도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 기분 좋은 변화다."

홍석천씨의 메세지에는 아쉬움이 드러납니다. 그가 커밍아웃할 당시의 시대상과 비교한다면 지금이 조금은 진보한 세상일 겁니다. 대통령 후보 토론에서의 동성애 발언이 논쟁이 되니까요. 하지만 아직도 동성애자이기에 그가 받는 고통은 분명히 존재해 보입니다.

하지만 성소수자를 향한 문재인 지지자들의 공격을 보며, 이들이 원하는 정권 교체의 의미가 무엇인지 쉽사리 납득되지 않는다. 그들이 외치는 ‘나중에’와 박근혜 정부에서 외쳤던 ‘가만히 있어라’는 얼마나 다른 것일까.

한겨례 21의 김완 기자는 칼럼에서 위와 같은 문장을 썼습니다. 이 문장은 많은 생각이 들게 합니다.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하자는 말이 생각나게 합니다. 우리는 선택의 기점에서 우선순위를 정하곤 합니다. 하지만 무엇이 대(大)이고, 무엇이 소(小)일까요. 희생되는 입장에서도 그 기준은 같은 걸까요.

영화 '문라이트'의 대사 중엔 이런 대사가 나옵니다. '달빛 아래 모든 아이는 (피부색에 상관없이) 파랗다.’ 흑인 소년인 주인공에게 들려주는 말이죠. 영화 제목이 '문라이트'인 이유입니다. 문재인 후보는 지지자들에게 '문(moon)'을 본따서 '달님'이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그의 달빛 아래에서도 모두가 파란 세상이 될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