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안법 논란, 제대로 알자!

‘전안법’. 다들 최근에 한 번쯤 보거나 들어보셨을 겁니다. 실검 1위에 오르내리며 논란의 중심에 섰던 단어죠. 지난 달 28일부로 전안법이 시행(1년 유예)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인터넷에는 “전안법이 시행되면 옷, 신발 같은 의류·잡화 가격이 치솟게 된다. 동대문 영세상인들 다 망한다.”등 특히 ‘옷’을 중심으로 논란이 일었습니다. 왜 유독 의류업계의 반발이 거셌던 걸까요? 제대로 알아봅시다.

kyoung joong kim, flickr (CC BY)

‘의류업계’의 이유 있는 반란

전안법? 어디서 튀어나온 거야?

 
일단 전안법에 대해 좀 살펴보겠습니다.
우리에게 익숙하진 않지만 전안법(전기용품 및 생활용품 안전관련법)이 아예 없던 법은 아닙니다. 지난 달 시행된 ‘개정된’ 전안법은 전기용품에 대한 ‘전기용품안전관리법’과 공산품(의류를 포함한 생활용품)에 대한 ‘품질경영 및 공산품안전관리법’을 통합한 법입니다. 전기자전거, 온열의류 등 ‘전기+공산품’ 성격의 제품이 많아지면서 이를 통합 관리하고자 법안을 개정한 것입니다.

논란이 일고 있는 '의류'에 대해 짚고 넘어가기 위해 기존/개정 법안의 시행령을 비교 확인해봤는데요. 두 개의 법이 합쳐진 대로 규제 대상 품목 역시 기존 법에서 원래 규정하던 것을 그대로 합친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의류(가정용 섬유제품)’ 품목은 기존 ‘품질경영 및 공산품안전관리법’에서 규정하던 것을 그대로 전안법 개정안에 반영한 것이었습니다. 즉 의류는 원래 안전인증 대상이었습니다.

뭐가 달라졌으까~?

 
주요 변경사항을 요약·해석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전기용품 외 (의류·신발 등) 생활용품 제조업자들도 안전인증(KC인증) 증빙 서류를 보관하도록 한다.

기존 ‘품질경영 및 공산품안전관리법’에 따르면 (의류·신발 등) 생활용품의 경우에도 안전인증을 받도록 이미 규정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제조업체가 안전인증 증빙 서류를 '보관'하는 것이 의무는 아니었습니다. 때문에 그간 법이 잘 지켜지지 않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앞으로는 개정안이 적용되면서 제조업체가 안전인증 증빙 서류를 보관하고 있지 않으면 적발 시 과태료를 내야 합니다.
 

둘째, 온라인 쇼핑몰은 홈페이지에 안전인증 내용을 게시한다.

온라인이 규제 대상에 추가됐습니다. 기존 법은 온라인 쇼핑몰을 규제하지 않았는데요. 온라인을 통한 상품거래가 활발해지면서 규제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보입니다. 앞으로 온라인 쇼핑몰은 판매 제품의 안전인증 정보를 소비자들이 볼 수 있도록 해당 홈페이지에 게시해야 합니다.
 

셋째, 구매 대행, 수입 대행 업체는 제품에 안전인증 마크를 표기해 유통한다.

구매 대행, 수입 대행을 하는 ‘병행수입업체’도 제품 안전인증을 받도록 했습니다. 병행수입이란 해외 제품의 공식 수입업체가 아닌 일반 수입업자가 물건을 들여와 파는 것을 말합니다. 이 경우 병행수입업자는 외국에서 수입해온 물건에 대해 스스로 안전인증을 해야만 합니다. 해외 공급자 측으로부터 제품 시험 확인서를 받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죠. (※아마존, 알리바바 등의 해외 온라인 쇼핑몰에서 물건을 구입하는 것은 전안법과는 관련이 없습니다.)

왜 유독 의류업계에서 논란이 이는 걸까?

 
유독 의류업계가 전안법의 직격탄을 맞은 듯 반발하고 있는데요. 이제 의류업계가 화를 내는 본질적이고, 현실적이며, 합리적인 이유를 알아보겠습니다.

1) 가정용 섬유제품?! 왜 우리만 다 때려 잡아?

 
개정안에 따라 안전인증 증빙 서류를 보관해야 하는 제조업체는 의류업계만이 아닙니다. 전안법 시행령은 ‘가구, 창문 블라인드, 침대 매트리스, 휴대용 사다리에서부터 면봉, 안경테, 쌍커풀용 테이프, 화장지, 쇼핑카트 등’ 다양한 공산품을 안전 인증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유독 의류업계가 들고 일어난 이유가 있습니다. 눈치 채신 분 있으신가요? 위에 나열한 규제 대상을 보면 특정 분류가 아닌 ‘특정 물품’ 하나하나를 규정했죠. 해당 물품을 제조하는 제조업자들만 안전인증을 받으면 되는 겁니다. 그런데 섬유류(의류)의 경우 특정 제품(ex/보정 속옷, 기능성 스포츠 의류 등)이 아니라 ‘가정용 섬유제품’이라는 아주아주 큰 덩어리를 규제대상으로 정하고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화장지'가 아니라 '모든 펄프류'를 규제하는 것과 같은 이치인 셈입니다.
 
가정용 섬유제품?
국가기술표준원이 고시(2012)한 가정용 섬유제품은 ‘아동용 섬유제품, 내의류, 중의류, 외의류, 침구류, 기타 제품류, 한복, 학생복을 포함’한다고 합니다. 좀 더 자세히 보면 내의류란 브래지어류, 팬티류, 가터벨트류, 런닝류, 양말류 등/ 중의류는 블라우스, 바지, 치마, 셔츠, 타올, 장갑 등/ 외의류는 슈트, 재킷, 점퍼, 모자 등이 포함된다고 적혀있군요. 한 마디로 ‘가정용 섬유제품’은 우리가 알고 있는 거의 모든 ‘의류’인 겁니다. 의류업계가 화를 낼 만 합니다.

2) 의류 안전인증 비용이 6~7만원? 모르면 말을 하지마.

 
옷은 여러 가지 원단과 단추, 버클, 지퍼 등 다양한 장식품이 사용됩니다. 그런데 이런 요소 하나하나가 모두 '인증'해야 할 품목이 됩니다. “의류 인증 비용이 원단 품목당 6~7만원이니 그리 부담스러운 수준은 아니”라는 국가기술표준원의 입장에 “뭐 모르고 하는 소리다”라며 의류 상인들이 맞서는 이유입니다.
 
그렇다면 의류 영세상인들의 부담이 얼마나 늘어나게 될까요?

동대문에서 옷을 도매로 떼다가 온라인쇼핑몰에서 판매하는 A씨. 다가올 봄 신상인 아우터 5종류와 상의 10종, 하의 10종, 구두 10종과 머플러 10종, 양말 20종을 떼왔습니다. 인증비용을 아우터는 20만원, 구두는 15만원, 상의 하의는 각 10만원, 머플러 양말은 각 6만원이라 하면 총 인증 비용이 무려 630만원이나 듭니다. 전안법이 시행되면 장사를 접겠다는 의류 영세상인들의 말이 ‘그냥 하는 소리’가 아니었습니다. 여기에 다양한 원단이 섞인 제품이나 색깔(원단)만 다른 제품들까지 고려한다면 인증 비용은 더 오를 겁니다. 비용의 증가는 결국 제품 가격에 고스란히 반영되겠죠.

3) 의류의 ‘합리적’인 규제 범위, 너는 이미 알고 있었어.

 
‘모든’ 의류에 대한 안전 검사가 정말 필요할까요? 영세업자들의 아우성에 국가기술표준원은 ‘비용 부담’보다는 ‘소비자 안전’이 더 중요하다는 입장이었는데요. 의류는 피부에 직접 닿는 것이기 때문에 안전 검사가 이뤄져야 할 것 같기도 하지만 이런 논리라면 일상생활에서 손에 닿는 모든 물건이 안전 인증을 받아야 할 겁니다.
 
그렇다면 섬유(의류)제품의 합리적인 규제 범위는 어디까지가 적정할까요? 우리의 인식은 ‘유아복’이라고 말하고 있었습니다. 전안법은 흔히 “유아복이나 전기 공산품에만 국한되어 있던 KC인증을 의류 잡화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 말 속에는 '유아복에 대한 안전인증은 기존에도 해왔고, 필요하다'는 인식이 반영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합리적인 범위’에 대한 정답은 사실 법안 안에 있었습니다. 법안 시행령에는 '의류·잡화'임에도 ‘가정용 섬유제품’으로 퉁치지 않고 굳이 따로 열거한 물품이 있었는데요. 스포츠용 구명복, 반사 안전조끼, 고령자용 신발, 바퀴 달린 운동화, 롤러스케이트 등입니다. 의류·잡화이지만 특수한 목적 또는 의류로서의 기능 외의 위험성을 지닌 것들이죠. 당초에 법안이 이런 특수 의류·잡화만을 규제 대상으로 삼았다면 의류업계가 이렇게까지 들고 일어나진 않았을 겁니다.

정말 말 많았던 전안법. 앞으로 1년의 유예기간 동안 법안을 수정·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데요. 의류업계를 중심으로 불만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상황은 역설적으로 ‘의류제품 전체에 대한 규제가 합리적인가’에 대해 반문하는 것임을 참고해야 할 것 같습니다.

References (3)
  • 국가법령정보센터 전기용품 및 생활용품 안전관련법, 시행령, 별첨자료
  • 국가법령정보센터 전기용품안전관리법, 시행령, 별첨자료
  • 국가법령정보센터 품질경영 및 공산품안전관리법, 시행령, 별첨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