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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의 위기와 기회

가뜩이나 어려운 출판 시장이 새해 벽두부터 얼어붙었습니다. 국내에서 두 번째로 큰 출판 도매상인 송인서적이 부도를 냈는데요. 출판계가 감당할 피해액이 37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됩니다. 책 시장엔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요? 송인서적을 부도로 몰고 간 출판 시장의 과거와 현재를 살펴본 뒤, 새로운 실험을 하고 있는 서점의 사례를 통해 서점이 가야 할 길을 함께 고민해보시죠.

Republic of Korea, flickr (CC BY)

동네 책방의 생존법

뾰족한 해결책 없이 문제만 늘어놓은 책과 같은 출판 시장에도 희망은 있습니다. 대형 프랜차이즈 서점과 온라인 서점에 맞서 독특한 테마로 독자를 끌어들이고 있는 작은 서점들이 늘고 있는데요. 2년 전만 해도 전국에 10곳이 되지 않던 독립서점이 작년엔 60여 개로 크게 불어난 데에 이어 ‘책맥(책 + 맥주)’ 같은 새로운 문화도 유행하고 있습니다. 서점 주인이 어떤 책을 팔지 관여하고 서점이라는 공간을 재해석한 것이 특징입니다. 책 냄새, 사람 냄새가 물씬 나는 그 서점들을 지금 만나보시죠.

책방 주인이 권하는 당신의 인생책

작은 서점이기에 잘할 수 있는 것이 있습니다. 무슨 책을 읽을지 망설이는 독자에게 적합한 책을 추천해주는 큐레이션 서비스를 제공하는 서점들입니다. 큐레이션의 기본은 기존 도서 분류 체계를 무너뜨리고 주제별, 관심사별로 새롭게 재구성하는 것입니다. 베스트셀러 코너처럼 대중적 인기 순위에 따라 진열하는 일도 없죠. 껍데기가 아니라 책 안에 담긴 내용으로 독자와 연결을 주선하는 책 소믈리에 형 책방입니다.

경남 진주시에 위치한 ‘진주문고’는 개성 넘치는 진열로 진주 시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무상급식을 중단한 ‘홍준표 경남도지사에게 권하는 책’이라며 [개념원리 수학1]과 [잡놈들 전성시대] 등의 코너를 마련하는가 하면 ‘판단은 당신의 몫’이라는 소개로 이명박 전 대통령의 자서전과 그를 비판한 [MB의 비용]을 나란히 진열해 SNS에서 화제가 되었습니다. 진주문고 페이스북에는 서점을 찾아 책을 읽고 있는 아이의 사진과 함께 ‘다시는 비극이 벌어지지 않게 어른들이 지켜줄게’ 라는 메시지가 올라오기도 합니다. 진주문고는 31년 동안 진주 시민의 다섯 명 중 한 명을 회원으로 둔 서점으로 지역 서점의 모범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지난해 강남 한복판에 문을 연 '최인아 책방’은 서점 주인인 최인아 씨의 지인으로부터 추천받은 책을 주제별로 진열해 팔고 있습니다. 12개의 테마로 된 주제도 눈길을 끕니다. “우리 사회가 나아지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 ,“서른 넘어 사춘기를 겪는 방황하는 영혼들에게” 처럼 독자가 고민하는 문제에 대한 답으로 책을 내놓습니다. 1600여 권에 달하는 추천 도서에는 손글씨 카드가 꽂혀 있는데요. 책을 추천한 인물에 대한 프로필과 추천 이유가 적혀 있습니다. 광고인과 직장인을 대상으로 기획한 것과는 달리 동네 주민들 역시 단골 손님이 되고 있다고 합니다. 최인아 책방은 유흥업소가 많은 강남에 지역 주민들이 반길만한 문화 공간으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OO덕후들은 모여라

마니아층을 대상으로 한 전문 서점들도 속속 생겨나고 있습니다. 한 번뿐인 인생을 뜻하는 YOLO(You Only Live Once) 문화가 유행하고 자신의 관심사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데요. 서점 전체를 하나의 장르로만 채우는 서점들이 생겨나면서 사람들의 발길을 끌고 있습니다. 전문 서점들은 일반 서점보다 고객층이 넓지 않지만, 꾸준히 재방문할 수 있는 고객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소형 서점의 새로운 운영 모델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같은 분야를 사랑하는 책방 주인과 독자가 정서적인 교감을 이룰 수 있는 장소가 되기도 합니다.

종로구 숭인동에 위치한 ‘슈뢰딩거’는 고양이 전문 책방입니다. 작은 서점 안에는 고양이를 소재로 한 소설책과 동화책에서부터 야옹이 신문, 사진집, 문구류, 일본에서 건너온 잡지까지 가득합니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서는 애묘인들 사이에 반드시 가봐야 할 곳으로 소개되기도 하는데요. 고양이를 키우고 싶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은 사람들에게도 대리만족을 주는 서점으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신촌 뒷골목에 있는 ‘미스터리 유니온’은 전 세계 추리소설 1600여 권을 모아놓은 책방입니다. 왼편에는 마니아를 위한 작가별, 국가별 추리소설이 진열되어 있고 오른편에는 일반 독자들을 위해 매달 테마를 정해 몇 권의 책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동물이 등장하는 ‘애니멀 앤 미스터리’, 박물관과 건축물 등을 소재로 한 ‘아트 앤 미스터리’ 같은 식입니다. 셜록 홈즈가 언제든 나타날 것 같은 나무 책장과 조명 등의 인테리어도 마니아들을 사로잡고 있습니다.

책과 함께 경험을 팝니다

책과 함께할 수 있는 독특한 경험을 판매하는 곳들이 늘면서 새로운 책 읽기 문화가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소규모 서점에서 단순한 책 판매만으로는 운영이 어렵다는 공급자의 절박함과 아날로그 감성에 대한 향수를 가진 독자들의 필요가 만났습니다. 책을 매개로 사람들이 모이는 자리를 마련하거나 혼술러(혼자 술 먹는 사람)을 위한 안줏거리로 책을 내놓기도 하죠. 혼자 즐기든 여러 사람이 함께 즐기든 책을 매력적인 여가생활의 재료로 만들고 있는 시도로 볼 수 있습니다.

‘북티크’는 논현동에 문을 연 복합 문화 공간입니다. 강남 지역에 서점이 새로 들어선 것은 20년 만이라고 하는데요. 저자가 함께하는 북 토크나 매일 다른 주제로 열리는 독서 모임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독서 모임의 주제는 다양합니다. 유명 작가를 선정해 독서 토론을 하는가 하면 꾸준한 독서 습관을 기를 수 있도록 매주 서로 읽은 책을 소개하는 모임도 있습니다. 밤 10시부터 아침 6시까지 1만 원을 내고 책을 마음껏 읽을 수 있는 ‘심야서점’도 북티크만의 특징입니다.

연희동에 자리 잡은 ‘책바’는 혼자 조용히 술을 마시며 책을 읽을 수 있는 곳입니다. 3명이 넘는 단체 손님은 아예 받질 않는다는군요. 메뉴 구성도 독특합니다. 소설 속에서 등장하는 술을 그 문장과 함께 소개하는 식입니다. 주인공과 같은 술을 마시며 읽는 책의 묘미가 있다고 하는데요. 시나 에세이 등 장르별로 함께 마시기 좋은 술을 선별해 놓기도 합니다. 느슨해진 정신으로 여럿이서 마시는 술집과 맨정신에 경직된 자세로 읽는 책방을 재치있게 조합했습니다.

독자, 누구냐 넌

독특한 콘셉트의 서점들이 우리 서점의 미래라고 단언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작은 지역 서점들이 대형 프랜차이즈와 온라인 서점과도 공존하기 위한 실험을 계속한다는 데에 의미가 있습니다. 이들은 책을 읽지 않는 사람들을 서점에 드나들게 하고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겐 책을 통한 풍부한 경험을 제공하고 있죠. 수년간 지속해온 도서 시장의 총체적인 위기는 역설적으로 독자들을 더 잘 이해하려는 시도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송인서적 부도

목차

송인서적이 뭥미? ------ 4
부도가 난 직접적인 이유?- 27
일단 깔고 보자? ------- 32
이건 누구 ‘책’임? ------ 47
정부와 업계의 대응'책'--- 73
책에 답이 있다 -------- 91

송인서적이 뭥미? ‘서점들의 서점’

교보문고, 영풍문고, 예스24만 알았지 송인서적은 처음 들어보셨다구요? 당연합니다. 송인서적은 동네에 있는 중소형 서점들에 출판사 대신 책을 공급해주는 중간 유통업자입니다. 대형 서점이나 온라인 서점들은 출판사와 직접 거래를 하는 반면, 작은 서점들은 소량으로 다양한 책을 공급해주는 도매상을 이용하는 것이 편리하죠. 출판사와 서점 사이에서 책을 거래하는 일종의 B2B(Business to Business) 업체이기 때문에 일반 소비자에게 친숙한 이름은 아닙니다. 물론 이름만 생소할 뿐 동네 서점에서 책을 산 적이 있다면 여러분의 책장엔 송인서적이 공급한 책이 꽂혀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국내에선 업계 1위인 북센과 2위 송인서적이 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에 부도가 난 송인서적은 약 2,000개의 출판사와 거래를 해왔습니다. 2016년을 기준으로 단 1권의 책이라도 출간한 출판사가 5,000개가 조금 넘는 것을 생각하면 출판시장에서 송인서적의 영향력은 결코 적지 않습니다.

부도가 난 직접적인 이유? - ‘그놈의 어음’

송인서적이 부도난 직접적인 이유는 어음입니다. 송인서적이 출판사에 지급했던 100억 원에 달하는 어음을 막지 못해서였죠. 어음이란 기업이 특정 시점까지 현금을 지급하겠다는 약속을 말합니다. 상품에 대한 대금 결제를 몇 개월 미룰 수 있어서 현금이 충분하지 않은 기업들이 사용하던 오래된 결제방식이었죠. 현금 대신 어음을 받는 쪽이 달가워할 리가 없습니다. 하지만 갑을 관계에 놓여 거래 하나가 아쉬운 영세한 사업자가 어음 결제를 단호히 거절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문제는 어음을 발행한 회사의 매출이 떨어지거나 자금 상황이 급격히 나빠진 경우입니다. 어음에 적힌 금액을 만기가 되어서도 현금으로 지급하지 못하면 그 회사는 부도가 납니다. 어음만 믿고 송인서적에 책을 납품한 소형 출판사들의 손엔 이제 휴짓조각이 들려있는 셈인 거죠. 출판업계에는 현금 대신 받은 어음으로 다시 협력업체에 결제를 해주는 어음배서도 흔하다고 합니다. 출판사가 송인서적으로부터 받은 어음으로 책을 제작해주었던 인쇄소나 제본업체 역시 피해가 불가피합니다.

일단 깔고 보자? - ‘위탁거래’

어음 결제가 공공연해진 배경으로 출판사와 도매상과의 위탁거래를 지적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위탁거래는 소형 출판사로부터 책을 넘겨받은 도매상이 즉시 결제를 해주지 않고 서점에서 팔린 만큼만 대금을 받는 독특한 유통구조입니다. 전 세계에서는 한국과 일본에만 있는 방식이라고 하는데요. 소형 출판사는 자사의 책이 되도록 많은 서점에 진열되기를 바랄 것입니다. 하지만 작은 서점 입장에서는 팔리지도 않을 비인기 책을 사들여놓기엔 부담이 적지 않죠. 그래서 등장한 것이 위탁거래입니다. 출판사는 책을 고객에게 노출할 기회를 얻게 되어 좋고, 서점도 팔린 책만 대금을 지급하면 된다는 이해가 들어맞았습니다. 이런 상황을 빌미로 실질적으로 팔린 도서량에 따라 결제를 뒤로 미룰 수 있는 어음 거래가 늘게 된 것입니다.

이건 누구 ‘책’임?

이번 사건을 계기로 어음 결제와 위탁거래가 만연한 유통구조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습니다. 특히 출판 관계자들은 어음을 없애고 현금이 유통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는데요. 다만, 위탁거래를 없앨 경우엔 소형 출판사의 유통 판로가 제한되며 동네 서점의 경영 위험성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은 지역 서점의 판매량을 집계하는 시스템을 보급 중입니다. 지역별 판매량과 재고 등의 정보를 서점과 도매상 그리고 출판사가 공유해서 필요한 만큼 책을 주문하고 바로 현금 결제를 할 수 있는 유통 구조를 만들어가야 한다는 구상입니다. 현재까지는 판매량 노출을 꺼리는 서점의 참여가 저조한 상황입니다.

동네 서점에 발길이 줄어든 것도 도매상과 소형출판사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폐점한 중소형 서점이 최근 3년간 200개가 넘는데요. 이 서점들과 거래해 오던 도매상과 출판사도 거래처가 줄어들어 수익이 나빠졌습니다. 대형 서점과 온라인 서점, 전자책의 영향으로 동네 서점을 찾는 사람이 크게 줄었고 그마저도 2014년부터 시행된 도서정가제와 맞물려 중고 책 시장만 활기를 띠고 있는 실정이죠. 우리 국민의 3분의 1이 책을 전혀 읽지 않을 정도로 독서에 대한 관심 자체가 떨어진 점도 근본적인 원인으로 함께 지적되고 있습니다.

정부와 업계의 대응’책’

문화체육관광부는 피해가 예상되는 출판사를 대상으로 긴급지원대책을 내놓았습니다. 3.6%였던 대출 금리를 1%대로 낮춰 대출 부담을 줄여주었고 승인 절차도 짧게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서울시 박원순 시장도 교육청, 도서관을 통해 12억 원 어치의 책을 구매하기로 약속했습니다. 400여 개의 출판사로 구성된 한국출판인회의도 돈 받을 권리를 가진 자의 모임인 채권단을 꾸려 공동으로 대응할 방안을 고심 중입니다.

책에 답이 있다

출판인들은 단지 도매상 하나가 고꾸라진 것에 좌절한 것이 아닙니다. 중소 출판 업계에 특히 불리했던 유통구조와 활력을 잃은 출판 시장에 대한 걱정과 불안이 이번 송인서적 부도를 통해 표출된 것인데요. 이번 기회에 그들이 만들어서 팔고 있는 책 속에 적힌 지혜를 빌려 지속가능한 상생의 길이 열리길 바랍니다.

동네 책방의 생존법

뾰족한 해결책 없이 문제만 늘어놓은 책과 같은 출판 시장에도 희망은 있습니다. 대형 프랜차이즈 서점과 온라인 서점에 맞서 독특한 테마로 독자를 끌어들이고 있는 작은 서점들이 늘고 있는데요. 2년 전만 해도 전국에 10곳이 되지 않던 독립서점이 작년엔 60여 개로 크게 불어난 데에 이어 ‘책맥(책 + 맥주)’ 같은 새로운 문화도 유행하고 있습니다. 서점 주인이 어떤 책을 팔지 관여하고 서점이라는 공간을 재해석한 것이 특징입니다. 책 냄새, 사람 냄새가 물씬 나는 그 서점들을 지금 만나보시죠.

책방 주인이 권하는 당신의 인생책

작은 서점이기에 잘할 수 있는 것이 있습니다. 무슨 책을 읽을지 망설이는 독자에게 적합한 책을 추천해주는 큐레이션 서비스를 제공하는 서점들입니다. 큐레이션의 기본은 기존 도서 분류 체계를 무너뜨리고 주제별, 관심사별로 새롭게 재구성하는 것입니다. 베스트셀러 코너처럼 대중적 인기 순위에 따라 진열하는 일도 없죠. 껍데기가 아니라 책 안에 담긴 내용으로 독자와 연결을 주선하는 책 소믈리에 형 책방입니다.

경남 진주시에 위치한 ‘진주문고’는 개성 넘치는 진열로 진주 시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무상급식을 중단한 ‘홍준표 경남도지사에게 권하는 책’이라며 [개념원리 수학1]과 [잡놈들 전성시대] 등의 코너를 마련하는가 하면 ‘판단은 당신의 몫’이라는 소개로 이명박 전 대통령의 자서전과 그를 비판한 [MB의 비용]을 나란히 진열해 SNS에서 화제가 되었습니다. 진주문고 페이스북에는 서점을 찾아 책을 읽고 있는 아이의 사진과 함께 ‘다시는 비극이 벌어지지 않게 어른들이 지켜줄게’ 라는 메시지가 올라오기도 합니다. 진주문고는 31년 동안 진주 시민의 다섯 명 중 한 명을 회원으로 둔 서점으로 지역 서점의 모범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지난해 강남 한복판에 문을 연 '최인아 책방’은 서점 주인인 최인아 씨의 지인으로부터 추천받은 책을 주제별로 진열해 팔고 있습니다. 12개의 테마로 된 주제도 눈길을 끕니다. “우리 사회가 나아지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 ,“서른 넘어 사춘기를 겪는 방황하는 영혼들에게” 처럼 독자가 고민하는 문제에 대한 답으로 책을 내놓습니다. 1600여 권에 달하는 추천 도서에는 손글씨 카드가 꽂혀 있는데요. 책을 추천한 인물에 대한 프로필과 추천 이유가 적혀 있습니다. 광고인과 직장인을 대상으로 기획한 것과는 달리 동네 주민들 역시 단골 손님이 되고 있다고 합니다. 최인아 책방은 유흥업소가 많은 강남에 지역 주민들이 반길만한 문화 공간으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OO덕후들은 모여라

마니아층을 대상으로 한 전문 서점들도 속속 생겨나고 있습니다. 한 번뿐인 인생을 뜻하는 YOLO(You Only Live Once) 문화가 유행하고 자신의 관심사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데요. 서점 전체를 하나의 장르로만 채우는 서점들이 생겨나면서 사람들의 발길을 끌고 있습니다. 전문 서점들은 일반 서점보다 고객층이 넓지 않지만, 꾸준히 재방문할 수 있는 고객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소형 서점의 새로운 운영 모델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같은 분야를 사랑하는 책방 주인과 독자가 정서적인 교감을 이룰 수 있는 장소가 되기도 합니다.

종로구 숭인동에 위치한 ‘슈뢰딩거’는 고양이 전문 책방입니다. 작은 서점 안에는 고양이를 소재로 한 소설책과 동화책에서부터 야옹이 신문, 사진집, 문구류, 일본에서 건너온 잡지까지 가득합니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서는 애묘인들 사이에 반드시 가봐야 할 곳으로 소개되기도 하는데요. 고양이를 키우고 싶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은 사람들에게도 대리만족을 주는 서점으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신촌 뒷골목에 있는 ‘미스터리 유니온’은 전 세계 추리소설 1600여 권을 모아놓은 책방입니다. 왼편에는 마니아를 위한 작가별, 국가별 추리소설이 진열되어 있고 오른편에는 일반 독자들을 위해 매달 테마를 정해 몇 권의 책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동물이 등장하는 ‘애니멀 앤 미스터리’, 박물관과 건축물 등을 소재로 한 ‘아트 앤 미스터리’ 같은 식입니다. 셜록 홈즈가 언제든 나타날 것 같은 나무 책장과 조명 등의 인테리어도 마니아들을 사로잡고 있습니다.

책과 함께 경험을 팝니다

책과 함께할 수 있는 독특한 경험을 판매하는 곳들이 늘면서 새로운 책 읽기 문화가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소규모 서점에서 단순한 책 판매만으로는 운영이 어렵다는 공급자의 절박함과 아날로그 감성에 대한 향수를 가진 독자들의 필요가 만났습니다. 책을 매개로 사람들이 모이는 자리를 마련하거나 혼술러(혼자 술 먹는 사람)을 위한 안줏거리로 책을 내놓기도 하죠. 혼자 즐기든 여러 사람이 함께 즐기든 책을 매력적인 여가생활의 재료로 만들고 있는 시도로 볼 수 있습니다.

‘북티크’는 논현동에 문을 연 복합 문화 공간입니다. 강남 지역에 서점이 새로 들어선 것은 20년 만이라고 하는데요. 저자가 함께하는 북 토크나 매일 다른 주제로 열리는 독서 모임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독서 모임의 주제는 다양합니다. 유명 작가를 선정해 독서 토론을 하는가 하면 꾸준한 독서 습관을 기를 수 있도록 매주 서로 읽은 책을 소개하는 모임도 있습니다. 밤 10시부터 아침 6시까지 1만 원을 내고 책을 마음껏 읽을 수 있는 ‘심야서점’도 북티크만의 특징입니다.

연희동에 자리 잡은 ‘책바’는 혼자 조용히 술을 마시며 책을 읽을 수 있는 곳입니다. 3명이 넘는 단체 손님은 아예 받질 않는다는군요. 메뉴 구성도 독특합니다. 소설 속에서 등장하는 술을 그 문장과 함께 소개하는 식입니다. 주인공과 같은 술을 마시며 읽는 책의 묘미가 있다고 하는데요. 시나 에세이 등 장르별로 함께 마시기 좋은 술을 선별해 놓기도 합니다. 느슨해진 정신으로 여럿이서 마시는 술집과 맨정신에 경직된 자세로 읽는 책방을 재치있게 조합했습니다.

독자, 누구냐 넌

독특한 콘셉트의 서점들이 우리 서점의 미래라고 단언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작은 지역 서점들이 대형 프랜차이즈와 온라인 서점과도 공존하기 위한 실험을 계속한다는 데에 의미가 있습니다. 이들은 책을 읽지 않는 사람들을 서점에 드나들게 하고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겐 책을 통한 풍부한 경험을 제공하고 있죠. 수년간 지속해온 도서 시장의 총체적인 위기는 역설적으로 독자들을 더 잘 이해하려는 시도로 이어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