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美국채 대량 매도

“중국이 미국에 대한 경제 보복으로 美 국채를 대량 매도하고 있다.”

지난해 말 즈음 경제면에서 이런 기사를 자주 접할 수 있었는데요. 이번 시간의 목표는 저 한 문장을 완벽하게 이해하는 것입니다. 중국이 미국 국채를 왜 파는지, 미국 국채를 팔면 어떤 일들이 벌어지는지 함께 알아보도록 하죠. 美-中경제 사이에서 ‘美국채’는 어떤 역할을 하는 걸까요? 조금 머리가 아플 수 있으니 숨 한 번 크게 쉬고 따라오세요!

frankieleon, flickr (CC BY)

중국은 왜 미국 국채를 내다 파는 걸까?

지난해 12월, 세계 1위의 외환보유국인 중국은 일본에 외환보유국 1위 자리를 내어주게 됩니다. 중국의 외환보유고는 지난 1년 동안 2,200억 달러(3조 2,300억 달러→3조 110억 달러)나 감소했는데요. 중국이 자국이 보유한 미국 국채를 대량 내다 팔았기 때문입니다.
 
중국이 美국채를 대량 매도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째, 미국에 대한 경제 보복을 위해
둘째, 추락하는 위안화 환율 방어를 위해

하나씩 살펴보죠.

미국에 경제 보복할꼬야

 
요즘 미중관계는 살얼음판을 걷는 것처럼 위태위태합니다. 트럼프가 미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 중국에 대한 경제제재에 발 벗고 나섰기 때문인데요. 트럼프는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겠다며 으름장을 놓았고, 중국산 제품에 대해 최대 45%의 고율관세를 부과하겠다며 중국을 자극했습니다. 그러던 트럼프는 지난해 12월 2일 대만의 차이잉원 총통과 통화하며 ‘하나의 중국’ 원칙을 흔듭니다. 미중 관계는 냉기가 돌다 못해 한파가 불어 닥친 듯 얼어붙게 되죠.

가만히 있을 수 없었던 중국. 미국에 대해 경제 보복을 감행하기로 합니다. 중국이 보유한 미국 국채를 대량으로 팔아치워 미국에 위기감을 조성하려 한 것이죠. 美국채를 ‘대량’ 매도하면 다양한 일이 벌어지는데요. 중국은 ‘美국채 대량 매도’ 계획을 세우며 다음과 같은 시나리오를 예상했을 겁니다.

#1 달러 흔들기
중국이 美국채를 대량 매각한다 → 물량을 쏟아내 미국 금융시장에 충격을 준다 → 달러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산된다 → 달러가 약세를 보이면 그 반작용으로 위안화 강세를 기대할 수 있다.
 
#2 미국 금리인상 압박
중국이 美국채를 대량 매각한다 → 물량이 풀리면 자연히 국채 가격은 떨어지고 국채 금리는 인상한다(채권은 가격과 금리가 반대로 움직이는 상품) → 국채금리 상승은 기준금리 상승에도 영향을 미친다 → 현재 천천히 기준금리를 조정하고 싶어 하는 미국에 금리 인상을 압박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
 
그럴듯한가요? 하지만 중국의 바람과는 반대로 흘러가는 시나리오도 존재합니다. 같이 보시죠.
 
#3 중국의 자충수1
중국이 美국채를 대량 매각한다 → 美국채 가격이 하락하고 국채 금리는 인상된다 → 이자율이 높아진 美국채에 사람들이 더 몰린다 → 달러 강세는 계속되고 위안화는 약세를 면치 못한다 → 중국에 투자된 해외자본들이 미국으로 더 빠져나간다
 
#4 중국의 자충수2
중국이 美국채를 대량 매각한다 → 물량이 풀리면 美국채 가격이 하락한다 → 중국이 아직 보유하고 있는 美국채 가격 역시 하락한다는 딜레마에 부딪힌다
 
#5 달러는 넘사벽
중국이 美국채를 대량 매각한다 → 美국채 금리가 인상한다 → 시장금리가 급등할 때 경험적으로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도 확산된다 → 사람들의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자극된다 → 결국 안전자산인 달러 수요가 늘어난다 → 달러 강세로 이어진다 → #3과 같은 결론이 난다
 
이렇게 보니 중국이 보복을 하는 건지 되려 보복을 당하는 건지 구분이 안 가는데요. 여기서 달러 급강세가 계속해서 유지될 경우 아래와 같은 시나리오도 가능해집니다.
 
#6 트럼프에 한 방
달러 강세가 유지된다 → 미국의 수출에 악영향을 미친다 → 미국의 수출을 살리고자 하는 트럼프의 계획에 차질이 생긴다
 
이렇게 된다면 중국이 트럼프를 곤란하게 만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장기간의 달러 강세를 막아낼 만큼 중국 경제가 탄탄한지는 알 수 없습니다. 시나리오를 쭉 살펴보니 중국이 불확실한 가능성(경제보복)에 너무 무리하게 배팅(국채 매도)을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위안화 환율 방어할꼬야

 
그래서 얘기가 나온 것이 두 번째 이유인 ‘위안화 환율 방어’를 위해 중국이 미국 국채를 매도하는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이게 중국이 미국 국채를 내다 파는 진짜 이유라는 건데요. 미국 금리 인상으로 위안화 가치가 추락하자 위기의식을 느낀 중국이 달러 보유고를 헐어 위안화 가치 하락을 막고 있다는 겁니다.
 
중국은 그간 지속된 경기둔화를 극복하기 위해 수출을 살리려 했고 그 일환으로 정부가 수차례에 걸쳐 위안화를 평가절하 해왔습니다. 지금까지는 통제 가능한 수준이었으나, 지난해 12월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면서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가만히 있던 위안화 가치가 급격히 하락하게 되었죠.
 
또한 미 금리 인상으로 인해 해외 투자자본들이 수익성이 좋은 미국으로 대거 빠져나간 것이 타격이 컸습니다. 외국자본이 본국으로 철수할 때는 중국 시장에서 돈을 빼면서 위안화를 놓고 달러로 바꿔서 나가는데요. 때문에 중국에는 위안화가 넘쳐나게 되고 위안화 가치가 빠르게 하락하게 되는 것입니다.
 
결국 중국은 위안화 약세를 방어하기 위해 시중에 있는 위안화를 사들일 필요가 있었습니다. 중국은 ‘미국 국채를 매각해 만든 달러로 위안화 표시자산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위안화 가치 추락 방어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미 금리 인상으로 중국이 이렇게나 타격을 받는 것을 보니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세계 경제의 중심이 되기까지는 시일이 좀 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 날이 오지 않을지도 모르고요.
 
자 그럼, 다시 첫 문장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중국이 미국에 대한 경제 보복으로 美 국채를 대량 매도하고 있다.”

이제 이 말이 어떻게 들리시나요? 아 물론 정답은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