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라 사건의 보도 윤리

최근 정유라씨가 자진귀국 의사를 접으면서, 국내로의 강제송환 여부가 불확실해지고 있습니다. 국정농단의 주요 인물인 만큼 국민들이 전 과정에 대한 보도를 계속해서 주목하고 있는데요. 그런데 보도 과정에서 JTBC 이가혁 기자의 사건 개입을 놓고, '보도 윤리'에 대한 논쟁이 끊이질 않고 있습니다. 과연 어떠한 논의가 있는지 뉴스퀘어가 정리해봤습니다.

JTBC의 정유라 보도, 왜 논란이 되는 걸까?

서론. '보도윤리 논란'에 대해 알아야 할 간단한 이야기

사건의 전말, 무엇이 논란이 되고 있는가?

지난 2일 JTBC에서 정유라씨의 체포 과정이 보도되었습니다.

JTBC에서 밝힌 바에 의하면, 신빙성이 있는 제보와 정황을 확보한 취재진들이 덴마크 올보르로 정씨를 추적 취재했다고 합니다. 직접 확인에 나섰으나, 당연히도 정씨 일행은 몸을 숨겼습니다. 그 과정에서 취재진은 정유라의 도주를 우려해 현지 경찰에게 신고했습니다. 그들은 신고 이후에도 현지 경찰의 질문에 독일 프랑크푸르트 검찰과 주고받은 이메일 내용 및 정씨 관련 영문 기사 등을 보여주며 수사에 협조했습니다.

이에 대한 국민들의 반응은 의외로 판이하게 갈렸습니다.

대개 국민들은 용감한 행동을 한 취재진들에게 박수를 보냈습니다. 매주 열리는 촛불집회에도 아랑곳 않고 비협조적으로 나오는 주요 인물들에 대한 국민의 답답함을 조금이나마 해소해주는 듯 했는데요.

한편에선 이처럼 신고를 하는 등 사건에 개입하며 보도를 한 행위가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JTBC의 보도가 보도윤리에 어긋난다는 것이 이 논란의 핵심입니다.

'보도윤리'란?

사건에 개입하며 보도를 한 행위가 왜 논란이 되는지를 알기 위해서는 '보도윤리'에 대해 알아야 합니다.

국가마다 그리고 방송국마다 제시하고 있는 보도윤리는 다양합니다. 다만, 대개 비슷한 개념입니다. 가장 간단하게 표현되어 있는 한국기자협회 윤리강령을 살펴보자면, '언론자유 수호', '공정보도', '정당한 정보수집', '올바른 정보사용', '사생활 보호', '취재원 보호' 등이 주 내용입니다. 한마디로 정당한 보도를 위해 외부의 압력을 배격하고, 사실이 아닌 정보를 조작하거나 확인하지 않고 보도하면 안된다는 것인데요.

결국 이와 같은 객관적 태도를 위해서는 불개입 원칙이 지켜져야 합니다. 불개입 원칙이란 쉽게 말해 사건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기자가 관찰자 그 이상이어서는 안 된다는 말입니다. 그러나 '개입하지 않는다'의 판단 기준은 결국 주관적일 수 밖에 없는데요. 그렇기 때문에 모두가 동의하는 불개입원칙의 기준을 마련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본론. 누구를 위한 보도윤리인가

혹자의 우려하는 목소리

그렇다면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어떠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지를 중점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해당 영상이 JTBC에서 보도된 이후, 이를 비판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목소리가 조금씩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그 중에서도 반론에 가장 많이 언급되는 박상현 메디아티 이사가 기고한 글에는 혹자들이 무엇을 정확히 문제 삼고 있으며, 무엇을 우려하는가가 명료하게 정리되어 있습니다.

나는 어제 저녁 JTBC가 언론계에서 돌이킬 수 없는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다고 본다. (중략)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가 시민으로서 신고하기로 했다면 보도를 포기했어야 한다. 그리고 만약 보도하기로 마음 먹었으면 끝까지 관찰자로 남았어야 했다. 그게 보도윤리다. (중략) 비록 JTBC는 선한 의도로 문을 열었겠지만, 문이 한 번 열리면 그리로 쓰레기가 들어오는 것은 시간 문제다.

박상현 메디아티 이사

객관적 입장을 유지하며 진실을 보도하기 위해 불개입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JTBC의 이번 보도가 선례로 수용되어버리면, 언젠간 개입에 그치지 않고 사건을 연출·조작하여 보도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바탕인데요. 이에 동일한 우려를 표명하는 목소리도 꽤 있습니다.

언론사가 판을 짜고 수사당국 등 권력 기관과 팀을 이뤄 혹은 단독으로 플레이어로 행한 사례는 솔직히 무지하게 많다. 이번 JTBC의 건만 빼면 다 나쁜 사례다. (중략) JTBC의 이번 보도가 선의에 기반했고 비윤리적이라고까지 생각하지 않으며 통쾌한 결과를 가져왔더라도 논쟁을 해야 하는 이유

박은하 기자

논점의 중점이 보도윤리에 맞춰져 있는 셈이죠.

비록 보도윤리가 반드시 지켜져야 할 명령은 아니지만, 진실 보도에 있어 어느 정도의 가이드라인 역할을 했다고 보는 겁니다. 이를 아예 틀렸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특히나 권언유착 사례들을 생각한다면, 더더욱 그들의 말은 진지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건을 모든 관점에서 보여줄 수 없는 현실은 불개입 원칙에 근거함으로써 그나마 ‘객관성’을 보장받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만일 JTBC 보도처럼 사건에 개입되어 보도한 것이 선례로 받아들여지고 허용된다면, 그 이후의 무질서를 방지할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을 잃는다는 것인데요. 가령 정당하지 못한 욕심으로 행동했어도 ‘알 권리를 충족시키기 위해’, ‘시민으로서’라고 답하고 보도한다면, 설령 사실이 조작되고 왜곡된다 하더라도 이를 밝히기란 쉽지 않을 것이란 겁니다.

맥락을 보면, 누구를 우선 탓해야 할 지 보인다

물론 이를 접한 독자들도 그들의 우려를 전혀 공감하지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보도윤리가 아닌 사회에의 공헌 정도에 중점이 있을 뿐입니다. 또한 더 나아가 국정농단과 주요 인물들의 태도에 대한 공분이, 지상파보다도 더 나서서 이를 파헤친 JTBC에 대한 믿음이 압도적이다 보니 비판의 목소리가 큰데요.

코멘트들을 대략적으로 키워드로 정리하자면 ① 선행되지 않은 소극적이었던 타 언론사의 행동에 대한 비판, ② 보도윤리 적용 범위에 대한 의견 불일치입니다. 하나하나 살펴볼까요?

우선 대다수의 독자는 국정농단 사건 보도에 있어서 소극적이었던 일부 언론에 대해 불신을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이번 사건에서 공공성을 잃은 지상파의 모습이 여실히 드러났다고 판단하며, 이번을 계기로 국내 언론학회들이 시국선언문을 내는 데 동참하기도 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권력에 대한 감시자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는 언론사들 사이에서 JTBC의 ‘객관적이지 않은’ 보도윤리는 사람들에게 정의로 와 닿았을 겁니다.

국민들은 당시엔 비판의 목소리를 내지 않은 이들이 이제서야 JTBC 기자의 행동에 보도윤리를 거론하며 비판한다는 것에 대한 반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JTBC의 보도에 찬성하는 이들은 JTBC가 사회 공헌과 알 권리 충족이라는 언론의 책무를 위해 최선을 다 했다고 주장합니다. 더불어 사건에 개입하는 동시에 보도도 한 이가혁 기자보다 보도조차 제대로 하지 않은 다른 언론사가 비난 받아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입장입니다.

두 번째로는 ‘보도윤리’라는 방법론을 적용하는 범위에 대한 의견불일치인데요.

앞서 간략하게 정리된 보도윤리를 보면서 어떤 생각이 드셨나요? 어떤 이들은 혹자가 주장의 근거로 제시한 보도윤리가 ‘판단을 유보하는 행위’라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우선 어느 순간에라도 객관성을 잃지 않고 관찰자의 위치에 있어야 함은 ‘무슨 일이 일어나더라도 방관한다’는 것이 전제되어 있습니다. 가치 판단을 뒤로 미루는 행위죠. 비인간적으로 보이는 이 원칙이 그럼에도 필요한 이유는 국민들에게 진실을 전달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리고 특종을 잡기 위해 사건에 개입해 의도적인 연출을 하는 과정에서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지 않기 위해서고요.

그런 점에서 적색수배자인 정유라씨를 신고하고, 그 과정에서 보도를 진행한 JTBC 기자는 보도윤리를 어긴 것일까요?

다수는 주 목적인 진실 전달을 위한 행동이자, ‘도피’라는 변수를 생기지 않게 하기 위해 개입한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습니다. 즉, 사건에 개입했다는 행위 자체는 보도윤리를 어겼을지 모르나 보도윤리 강령이 존재하는 목적은 어기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사회적 윤리에 어긋나더라도 냉철하게 관찰자의 위치를 유지하는 등의 보도윤리를 먼저 내세우는 것에 대해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는 이들도 있습니다.


결론. '무엇을 위하여'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을 위하여’ 보도윤리를 적용하고 가치 판단해야 하는지 입니다.

우려와 같이 만약 이를 선례로 삼고 악용하려 드는 이들이 있다면, 언젠간 보도되는 내용 뒤에 ‘조작’이 있었는지의 여부를 알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수 많은 언론사가 특종을 위해 경쟁하고 있는 환경이라면 더더욱 악용될 위험은 높아지겠죠. 때문에 혹자의 우려처럼 이러한 행동이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것도 경계할 필요는 있습니다.

그런데 목적을 위해 제시된 방법이 목적을 잃고 논해진다면, 과연 그 논쟁의 방향성은 옳을 수 있을까요? 그리고 보도윤리가 저해되었을 시의 위험성에 대한 경종을 울리기에 JTBC 기자의 행동을 사례로 든 것은 옳은 것일까요?
 
누군가를 옳고 그르다고 판단하기 어려운 주제인 것은 확실합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