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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 100억 원 시대

프로야구 ‘FA 100억원 시대’가 밝았습니다. KBO가 1999년 FA제도를 도입한 이후 16년 만입니다. 프로야구 시장 규모가 그만큼 커졌다는 방증이지만, 한편으론 100억원 계약에 가려진 선수들의 ‘빈부격차’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큽니다. FA 100억 시대를 맞은 한국 프로야구는 어떻게 변화할까요?

프로야구 FA 등급제 초읽기

지난 11월 24일, 한국프로야구 FA 100억 원 시대가 밝았습니다. 삼성 라이온즈의 중심 타자였던 최형우가 계약 기간 4년, 총액 100억 원(계약금 40억 원, 연봉 15억 원)에 KIA 타이거즈 유니폼을 입게 된 겁니다. KBO가 FA제도를 도입한 이후 16년 만에 열린 ‘100억 시대’입니다.

그런데 누구나 100억 원을 받을 순 없을 겁니다. 프로는 냉정한 세계. 높은 몸값을 부르며 서로 데려가려는 선수들이 있는 반면, 쓸쓸하게 남아 시장의 판단을 기다리는 선수들도 있습니다. 그 중 일부는 끝내 구단의 부름을 받지 못하고 ‘FA 미아’로 전락한 일도 있었는데요.

최근에는 이 같은 부익부 빈익빈을 막고자 ‘FA 등급제’를 서둘러 제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오늘은 FA 등급제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FA란?


FA 등급제를 이해하려면 먼저 한국 프로야구의 FA제도를 이해해야 합니다. FA는 ‘Free Agent’의 약자로 자유계약선수제도를 의미합니다. 원 소속팀과 계약이 만료된 선수가 여러 팀들 중 자신이 원하는 팀을 골라 자유롭게 계약할 수 있는 제도입니다.

누구나 FA를 선언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FA에도 자격이 있습니다. 대졸선수는 풀타임으로 8년 이상, 고졸 선수는 9년 이상 뛰면 첫 FA 자격을 취득합니다. 첫 FA에서 특정 구단과 계약을 맺게 되면, 계약 기간이 끝난 후 FA 자격을 또다시 취득할 수 있습니다.

종합해보면 10년 가까이 성실하게 프로생활을 한 선수들이 누릴 수 있는 권리가 FA입니다. 그런데 왜 이들 중 몇몇은 구단의 부름을 받지 못할까요? 단순히 선수가 실력이 없기 때문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현행 FA 제도의 가장 큰 걸림돌은 ‘보상선수’입니다. KBO의 FA 보상 규정에 따르면, FA 영입구단은 ①원 소속팀에 보호선수 20명 외 1명과 FA 선수의 전년도 연봉의 200% 지급, 또는 ②원 소속팀에 FA 선수의 전년도 연봉 300%를 지급해야 합니다. 선수 한 명이 아쉬운 리그 사정상 대부분 ①을 택하기 마련인데요.

실제 사례를 들어보겠습니다. LG트윈스의 FA 투수 우규민을 영입한 삼성라이온즈는, 우규민의 원 소속팀인 LG에 보호선수(타 구단이 지명해서 데려가지 못하도록 구단이 보호하는 선수) 20인을 제외한 선수 1명을 보상선수로 보내야 했습니다. 삼성구단이 작성한 20인 명단에 제외된 선수들 중 1명을 LG에서 지명해 데려가는 건데요. LG는 삼성의 외야수 최재원을 지명했습니다.

문제는 각 구단들이 보상선수를 보내기가 아까운 나머지, 어중간한 FA 선수들을 쉽사리 영입하려 들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보호명단 20인은 결코 많은 숫자가 아닙니다. 주전선수 등 매우 중요한 선수들을 묶고 나면 자리가 없습니다. 즉시전력감은 아니지만 쑥쑥 클 것으로 보이는 많은 유망주들은 보호할 수 없게 되죠. 물론 특급 FA 선수를 영입하는 거라면 유망주 하나쯤은 내줘도 괜찮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특급이 아닌 FA 선수를 영입할 경우엔, 자칫하다가 장차 팀의 미래를 책임질 중요한 유망주를 타팀에 보내야 할 수도 있습니다. 특급선수가 아닌 FA선수들이 미아로 전락하거나, 울며 겨자먹기로 원 소속팀과 다시 계약하곤 하는 이유입니다.

FA 등급제, 해법이 될 수 있을까?


일각에서는 FA 등급제가 이런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고 봅니다. FA 선수들을 A급, B급, C급으로 나누고 등급에 따라 보상을 차등적용하자는 겁니다. 가령 A급, B급 선수의 경우에만 보상선수를 내주고, C급 선수에 대해선 보상선수 없이 자유롭게 계약하도록 하자는 건데요.

이미 일본에서는 비슷한 방식으로 FA 등급제를 시행 중입니다. 선수들을 A, B, C 세 등급으로 나눠 A, B등급은 보상선수와 보상금(A등급 연봉의 50%, B등급 연봉의 40%)을, C등급 선수는 보상선수와 보상금에 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계약을 맺을 수 있게 규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방식도 논란의 여지가 없는 건 아닙니다. 어떤 기준으로 선수의 급을 나눌 거냐는 문제가 발생하는데요. 일본의 경우엔 연봉을 기준으로 팀내 1~3위는 A급, 4~10위는 B급, 이하는 C급으로 판단한다지만,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선수의 포지션이 무엇이냐에 따라 시장에서 매기는 가치가 달라질 수 있는데 연봉으로 기준을 획일화하는 게 정확하겠냐는 것이죠. 이호준(NC 다이노스) 선수협 회장도 “연봉으로 등급을 나누는 게 가장 깔끔하다”고 했지만, 구체적인 각론을 두고선 얘기가 조금씩 갈리기도 합니다.

과도한 보상규정 때문에 일부 슈퍼스타만 FA의 혜택을 누리고, 다수는 타 구단과 손쉽게 계약할 수도 없는 상황. ‘자유롭게 계약한다’는 FA의 의미가 퇴색되다시피 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작지 않습니다. FA 등급제는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요? FA 부익부 빈익빈을 해결하기 위해 세밀한 제도 마련이 필요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