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도 예외는 아니다
한국의 사드 배치에 대한 보복으로 의심할만한 중국의 조치는 문화, 관광산업에서 경제계 전반으로 퍼지고 있습니다. 중국에 진출한 롯데 그룹을 대상으로 한 세무조사와 각종 소방안전 점검 등이 대표적입니다. 롯데는 베이징, 상하이, 청두 같은 도시에서 백화점과 영화관, 슈퍼마켓 등 150개가 넘는 점포를 운영 중입니다. 제과 공장과 석유화학 공장도 중국에 있죠. 중국 당국은 지난 11월 말부터 롯데 사업장 전체에 예고 없이 점검단을 보내 소방, 위생 등의 점검을 했습니다. 상하이에 위치한 롯데 그룹의 중국 본사 역시 설립 이후 가장 큰 규모의 세무조사를 받고 있습니다. 특정 기업에 대한 정부의 세무조사는 기업을 압박하는 합법적인 방식의 제재수단으로 해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누가 봐도 표적 조사?
한국 기업인 롯데 그룹이 중국 당국의 대대적인 조사를 받는 것을 두고 사드 배치에 반발하는 중국의 보복성 조치라는 의심을 받고 있습니다. 롯데는 얼마 전 경상북도 성주군에 위치한 롯데 스카이힐 골프장 부지를 사드 배치 용도로 국방부에 제공하기로 합의했습니다. 공교롭게도 이런 소식이 알려진 지 불과 2주 뒤에 롯데는 중국의 집중 조사 대상이 되었습니다.
중국은 롯데를 조사하는 과정에서도 특정 기업을 표적으로 한다는 의심을 사게 했습니다. 세무조사와 소방, 안전, 위생 점검을 동시에 진행한 것은 중국에 진출한 다른 한국 기업은 물론 외국 기업에도 없었던 이례적인 조치입니다. 롯데백화점, 롯데시네마 등이 입점한 선양의 한 건물을 대상으로 불시에 소방점검을 하기도 했는데요. 이 건물은 올해 우수한 소방 상태로 중국 소방당국으로부터 표창장까지 받았다고 합니다. 중국 본사에 대한 세무조사 역시 평소엔 구 세무서가 하던 일을 상하이시가 직접 조사를 맡고 있습니다.
기업 관계자와 주중 대사관 간부는 한목소리로 사드 배치와의 관련성을 주장하고 있는데요. 제 발 저린 상상력으로만 여기기엔 이번 조사가 매우 이례적이며 편파적이라는 평가입니다.
긍정도 부정도 없는 해명
중국은 롯데가 소유한 골프장에 사드가 배치된다는 소식에 국가의 이익과 전략 균형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조처를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그 이후, 롯데에 대한 각종 조사를 두고 사드와 관련이 있느냐에 대한 질문에는 정확한 대답을 회피했습니다. 사드 배치에 대한 결연한 반대 의사는 계속 표현하고 있지만, 문화, 관광, 기업 등에 대한 실질적인 압박 조치가 이뤄지고 있는 현실은 한결같이 부인하고 있습니다. 중국이 말하는 ‘필요한 조처’는 따로 있는 걸까요?
"상황을 알지 못하고 있다. 관심이 있으면 유관부문에 문의하라”
다른 기업도 안심 못 해
중국은 프랑스 대통령이 중국과 사이가 좋지 않은 달라이 라마를 만난 이후 프랑스 기업인 에어버스 항공기 구매를 연기하고 까르푸에 대한 불매운동을 펼친 적이 있습니다. 영토분쟁으로 갈등을 겪어온 미국에도 중국 내 월마트 매장을 대상으로 대규모 소방점검을 벌인 바 있죠. 사드 배치가 완료될 것으로 보이는 내년에는 중국에 진출한 어느 기업도 안심하기 어렵습니다. 중국 외교부가 밝힌 대로 아직까지 중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나선 보복 조치가 없었다면 더욱 그렇습니다. 이제 시작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