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게이트공화국, 진경준 편

‘진경준 게이트’는 68년 검찰 역사상 최악의 비리 스캔들로 꼽힙니다. 현직 검사장이 최초로 구속되었기 때문입니다. 전직 검사보다 현직 검사의 구속은 훨씬 민감한 사안입니다. 전직 검사가 비위행위를 저지른 경우, 이는 검찰 조직을 떠난 개인의 일탈로 치부될 수 있지만, 현직 검사의 비위행위는 검찰조직 전체에 대한 신뢰도를 실추시키기 때문이죠. 그렇다면 진경준은 어쩌다 ‘68년만에 처음으로 구속된 현직 검사장’이라는 오명을 얻게 되었을까요. ‘진경준 게이트’, 시간 순으로 정리 들어갑니다.

20년지기와의 '어긋난 우정', 진경준

진경준 게이트 등장인물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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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단 - 4억 2500만 원이 126억이 되기까지 걸린 시간, ‘10년’

2005년, 진경준은 절친이자 넥슨 대표인 김정주로부터 4억 2500만원의 종잣돈을 '공짜로' 받습니다. 그리고 진경준은 곧바로 4억 2500만 원을 모두 털어 당시 비상장기업이었던 넥슨의 주식 1만 주를 구입합니다.

2006년, 진경준은 펀드매니저 저리가라 할 정도의 재테크를 시전합니다. 1년간 몸값이 2배 이상으로 뛴 넥슨의 비상장주식 1만주를 10억 원을 받고 죄다 넥슨 측에 되판 것입니다. 이미 시세차익이 5억이 넘었지만, 진경준은 만족을 모릅니다. 10억을 모두 털어 넥슨재팬의 주식 80만주를 매수합니다. 그러곤 넥슨재팬의 80만 주를 10년 후인 2015년까지 품에 안고, 주식 몸값이 절정에 달할 때를 기다리게 됩니다.

2011년, 넥슨재팬이 일본 증시에 상장됩니다. ‘메이플스토리’, ‘크레이지아케이드’, ‘카트라이더’ 등으로 전도유망하던 넥슨의 상장 후 예상대로 주식 가격은 천정부지로 올랐습니다.

2015년, ‘기다림의 미학’을 아는 진경준은 10년이 지나서야 주식을 전량 매도합니다. 진경준은 주식 80만 주를 126억으로 교환합니다. 종잣돈 4억 2500만원에 비하면 약 120억 원에 육박하는 이익을 거둔 셈이죠. 그야말로 ‘주식 대박’을 터트린 것입니다.

이외에도 진경준은 2015년 2월 검사장으로 승진하며 겹경사의 기쁨을 누립니다. 한치 앞을 모르는 짧은 환희였지만, 명실공히 2015년은 ‘진경준의 해’였습니다.

전개 - 검사의 ‘주식 대박’에서 수상한 냄새가 난다

2016년 3월, 진경준은 처음으로 공직자재산공개대상에 포함됩니다. 검찰 내 직위 중에서는 ‘검사장’부터 고위공직자로 분류되기 때문인데요. 진경준은 3월 25일 공직자재산공개에서 156억 원을 신고했습니다. 이 중 주식을 팔아치워 단번에 벌어올린 수익이 무려 126억 원이었죠. 진경준은 당당히 재산증가액 1위를 기록하며, 세간의 주목을 받게 됩니다.

이를 수상하게 여긴 언론들은 '주식 대박'의 경위를 파해치기 시작했습니다. 진경준은 하지만 침묵으로 일관합니다. '주식 대박'과 관련해 미심쩍은 부분들이 하나둘 언론에서 밝혀지자 여론의 압박에 못이겨 진경준은 해명에 나섭니다.

위기 -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

2016년 3월 말, 논란이 커지자 진경준은 넥슨 주식 1만 주를 산 종잣돈 4억 2500만원이 자신의 주머니에서 나온 것이라 밝혔습니다. 개인 재산을 털어 주식을 구입했다는 해명입니다.

2016년 4월, 하지만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조사가 시작되자, 진경준은 얼른 말을 바꿉니다. 개인 재산에 ‘처가(장모)에서 빌린 돈’을 보태 주식을 구입했다고 밝힌 것이죠.

2016년 6월, 진경준은 결국 넥슨 측에서 돈을 빌린 사실을 실토합니다. 공직자윤리위원회 조사로 자금 출처가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아직도 정신 못 차린 진경준은 ‘빌리자마자 곧바로 갚았다’고 거짓진술을 보탭니다.

2016년 7월, 구속된 후에야 진경준의 비뚤어진 입이 완전히 바로잡혔습니다. 주식자금을 넥슨 측에서 무상으로 받아, 아직도 갚지 못했다는 사실을 시인한 것입니다. 하지만 이미 3번이나 말바꾸기를 시도한 진경준을 바라보는 시선은 차갑기만 합니다.

그나저나, 김정주는 왜 진경준에게 ‘금싸라기’ 넥슨 주식을 무상으로 제공했을까요? 이에 김정주는 “진 검사장이 향후 여러 사건을 해결하는데 역할을 해줄 것이라 기대하고 건넨 측면이 있다”고 대답했습니다. 즉, 힘 있는 검사 친구의 스폰서 역할을 대가로 주식대금을 제공한 셈입니다.

절정 - 불거지는 의혹, 또 다른 비리

2016년 7월 6일, ‘진경준게이트’를 전담수사할 특임검사팀이 구성됩니다. 검찰은 즉각 조사에 착수합니다. 그러자 진경준과 김정주 사이의 다른 비리 의혹들이 고구마 줄기마냥 줄줄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습니다.

우선, 제네시스 차량 수수 의혹입니다. 2008-2009년 넥슨 명의로 리스한 법인 차량 ‘제네시스’를 무료로 사용한 혐의입니다. 심지어 진경준이 먼저 김정주에게 ‘제네시스 차량을 달라’며 요구한 것으로 밝혀지기도 했죠.

가족여행 경비 수수 의혹도 불거졌습니다. 주식 대금, 주식 정보, 제네시스뿐만 아니라 김정주가 진경준의 가족여행 경비까지 지원했다는 것입니다. 진경준은 지난 2005년 말부터 약 10년간 넥슨으로부터 11차례에 걸쳐 여행경비 5000여만 원을 제공받았다고 합니다.

이외에도 주식 거래에 차명계좌를 사용한 의혹도 있습니다. 진경준은 넥슨 주식을 공짜로 받았으면서도 이를 숨기기 위해 주식 매입 자금 4억 2500원을 넥슨에 되갚은 뒤 차명계좌(장모의 계좌)를 이용해 돌려받았습니다. ‘위장 거래’로 뇌물을 무상으로 제공받은 셈입니다.

진경준은 ‘위장거래내역’을 공직자재산신고에도 십분 활용합니다. 주식대금 4억 2500만 원을 장모로부터 빌린 것처럼 조작해 허위신고를 한 것이죠. 아울러 ‘3번의 말 바꾸기’ 중 ‘장모로부터 빌린 돈’이라고 해명할 당시, 진경준은 3차례에 걸쳐 공직자윤리위원회에 소명자료를 냈는데요. 이 때 낸 소명자료 역시 허위사실을 내포하고 있어 허위자료가 됩니다. 진경준의 수많은 혐의에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재산신고 담당자의 직무를 방해한 ‘공무집행방해’ 혐의가 추가된 이유입니다.

이외에도 진경준은 처남의 청소용역업체 용역 수주에 개입한 혐의도 있습니다. 대한항공으로 하여금 진경준의 처남이 지분 100%를 소유한 청소업체와 계약하도록 종용했다는 의혹입니다.

의심정황은 이렇습니다. 2009년 진경준이 부장검사로 재직하던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부는 대한항공의 조세포탈혐의를 조사 중이었습니다.하지만 진경준은 대검찰청이 보낸 '한진 총수 일가의 탈세 의혹 자료'를 받고서도 의심은 가나 확실한 증거가 없다며 '내사 종결' 지시를 내립니다. 이듬해 대한항공은 진경준 처남의 청소업체와 계약을 맺게 됩니다. 검찰은 진경준과 대한항공 사이의 커넥션을 의심하는 거구요.

결말 - 끝은 또 다른 시작

2016년 7월 17일, 진경준이 현직 검사장으로는 최초로 구속되자 ‘진경준게이트’의 불씨는 꺼져가는 듯 했습니다. 하지만 ‘진경준 게이트’의 불씨는 급속도로 청와대 민정수석인 우병우에게로 옮겨 붙기 시작했는데요.

7월 18일 조선일보의 1면 기사 ‘우병우 민정수석의 처가 부동산… 넥슨, 5년 전 1326억원에 사줬다’가 발단이었습니다. 처분하지 못해 전전긍긍하던 우병우 민정수석의 부동산넥슨이 신사옥 부지 명목으로 시세보다 높은 가격에 구입했다는 내용의 보도였습니다. 심지어 넥슨은 1년 뒤 강남이 아닌 판교에 사옥을 짓겠다며 손해를 보고 되팔기까지 했죠. 진경준이 승진을 대가로 넥슨과 우병우 사이 다리를 놓은 것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진 계기였습니다.

이전부터 재산증식내용을 알고도 진경준의 검사장 승진을 승인한 우병우 민정수석에 대한 지적은 제기됐지만, 큰 반향 없던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조선일보의 보도를 필두로 진경준 게이트라는 강풍은, 우병우 논란이라는 허리케인으로 진화하게 됩니다.